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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 [팩트체크]

산야초 2022. 6. 6. 12:53

경기도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 [팩트체크]

유동주 기자 -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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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 승부가 펼쳐졌던 경기도지사 선거에 대해 '조선족' 투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 나오고 있다.

 

© MoneyToday경기도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팩트체크]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엔 "경기도 지역 득표를 보니 조선족 밀집 지역만 파란색(더불어민주당)"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외국인, 특히 그중 다수를 차지하는 조선족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승부를 결정짓게 되는 것은 문제란 취지의 지적들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에선 팩트체크를 한다며 "조선족(중국 국적 한국계 동포)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10곳(시·군·구 기초자치단체 기준)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7곳에서 우세했기 때문에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해당 팩트체크 보도에서도 스스로 언급했듯 '조선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경기·서울·인천)내 10곳의 기초자치단체에서의 시장과 구청장 당선자 10명 중 6명(서울 금천·관악, 경기 시흥·부천·평택, 인천 부평)이 민주당 당선자'라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합당치 않은 추론이다.

조선족 거주자 많은 10곳 중 6곳에서 민주당 당선됐는데… '조선족 많이 거주하는 지역서 민주당 당선됐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조선족 거주자가 많은 수도권 상위 10곳의 기초 지자체 중 6곳이나 민주당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는데 여기에 대한 의미를 일부러 축소한 것이라 다름없다.

 

게다가 해당 팩트체크 보도에선 수도권의 조선족 거주 상위 10곳을 '기초자치단체'로 잘게 쪼개놓고 정작 득표수 비교는 '광역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인천시장·경기도지사 득표수로 했다.

 

서울시장과 인천시장 당선자는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와 유정복 당선자였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이 10곳 중 상당수에서 다득표를 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해당 보도가 스스로 꼽은 10곳 중 4곳이 서울의 영등포, 구로, 금천, 관악구였고 1곳은 인천 부평구였기 때문이다.

 

오세훈·유정복 당선자 영향으로 이들 5곳에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비해 다득표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 MoneyToday경기도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팩트체크]

 

 

아울러 논란이 된 인터넷 게시글은 '경기도 지역 득표'와 '조선족 밀집'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팩트체크를 했다는 언론 보도들은 '경기도'가 아닌 '수도권'전체를 대상으로 득표수를 비교하는 식으로 퉁치고 있다.

 

 

 

 

이는 애초 '경기도' 투표결과가 왜 인터넷 상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는지를 간과하거나 모른체 하는 것이다.

 

'경기도 지역 득표'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바로 개표결과,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p(8913표) 차로 이겼기 때문이다. 개표가 시작된 후 새벽까지 줄곧 뒤지던 민주당 입장에선 신승(辛勝)이었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아까운 패배였다. 그런 이유로 지지자들도 그 승리와 패배 원인에 대해 왈가왈부하면서, 승부를 가른 원인 중 하나로 '조선족 투표'가 떠올랐던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지역 득표를 보니 조선족 밀집 지역만 파란색(더불어민주당)'이란 명제를 검증하기 위해선 △조선족 밀집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어느 당 후보로 당선됐는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김은혜 후보에 비해 다득표한 지역에 조선족 거주자가 많은지를 살펴봐야 한다.

경기도 거주 조선족 중 투표권 확보한 5만1243명…김동연과 김은혜 표차이인 8913표의 '약 6배'

먼저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가 아닌 '경기도'에 한해 조선족 밀집 지역을 살펴보자.

법무부가 발표한 '외국국적동포 국내 거소 신고 국적별지역별 현황'(3월말 기준)에 따르면 경기 거주 외국국적동포 20만5320명 중 중국 국적인 조선족은 16만2124명(약 79%)이다. 다른 국적 동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정확한 '인구대비 밀집도'는 아니지만 경기 지역에 한정해서 조선족이 8000명이상 거주하는 시(市)들을 순서대로 단순 나열해 보면 △1위 안산 2만5078명 △2위 시흥 2만3580명 △3위 수원 2만2009명 △4위 부천 1만8674명 △5위 평택 9019명 △6위 오산 8447명 △7위 화성 8083명 등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고 영주권이 3년이 지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인 명부에 들어가 투표권을 가졌던 조선족은 △안산 8908명 △시흥 5415명 △수원 6875명 △부천 6214명 △평택 2307명 △오산 1797명 △화성 2774명 등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른 '경기도 조선족 거주자 밀집 주요지역'과 선관위 자료에 따른 '경기도 조선족 투표권자 밀집지역'이 사실상 거의 일치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 거주 조선족 중 투표권을 확보한 이는 5만1243명이었다. 이는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의 표차이인 8913표의 약 6배나 된다.

 

이들 5만1243명 중 몇명이 실제로 투표했는지에 대해선 선관위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시장 당선자 낸 경기지역 9개 시(市) 중…조선족 8000명 이상 거주가 5곳, 3000명이상 거주가 8곳

경기 31개 기초지자체 중 민주당이 시장 당선자를 낸 9곳 파주·부천·광명·시흥·안양·수원·화성·평택·안성 가운데 조선족이 8000명 이상 거주하는 곳이 5곳(부천·시흥·수원·화성·평택)이고, 3000명 이상으로 넓히면 파주(1772명)를 제외하곤 대부분 해당된다.

 

결국 '경기 지역에서 조선족 거주자가 비교적 많은 지역의 시장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가 많다'고 해도 '대체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족이 8000명 이상 거주하는 경기권 시(市)지역 7곳 중 안산과 오산을 제외한 5곳에서 민주당 시장 당선자가 나왔다. 안산에서도 국민의힘 시장 당선자가 겨우 181표차로, 오산에선 1755표차로 이겼기때문에 민주당과 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 지역 조선족 밀집 지역이 민주당 강세지역이라는 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입증된 사실이다.

김동연 당선자가 다득표한 경기 지역 중 5개 시(市)에 조선족 8000명 이상 거주…5곳 투표권 가진 조선족 2만108명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김은혜 후보에 비해 다득표한 지역에 조선족 거주자가 많은지도 검토해보자.

파주, 의정부, 남양주, 부천, 시흥, 안산, 군포, 성남 수정·중원구, 오산, 화성, 용인 기흥구 등이 김동연 당선자가 김은혜 후보에 비해 다득표한 곳이다. 이들 중 부천·시흥·안산·오산·화성 5개 시(市)가 조선족이 8000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 5개 시(市)에서 투표권을 가진 중국 국적 조선족 숫자만 더해도 2만108명이나 된다. 두 후보의 표차이가 8913표에 불과하단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물론 투표권을 가진 조선족들이 민주당 시장 후보들이나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자에게 모두 투표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체로 '친중' 노선을 견지해왔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김은혜 "조선족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 "주장…김동연 측 "조선족 투표권 배제는 외국인 혐오"

반면 이번 선거 직전 김은혜 후보는 '중국 국적인 조선족의 투표권 박탈'을 주장한 바 있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 5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는 '자유공정'과 '동북공정'의 대결이다. 지사에 출마하면서 외국인 투표권, 부동산 문제에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단 1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썼다.

 

김은혜 후보는 "박빙지역에서 특정 국적 유권자의 몰표는 당락을 좌우할 수 있고, 이는 민심을 왜곡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국가가 보장하는 투표권과 소유권은 마구 나누어주는 선물이 아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은 저의 상호주의 원칙에 대해 '외국인 혐오'라는 낙인을 찍기도 하지만 당연한 권리를 '혐오'로 뒤바꾸는 것에 많은 국민과 경기도민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가 중국 국기인 오성기가 펄럭이는 행사장에 있는 사진을 함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 MoneyToday경기도 김동연 당선은 '조선족' 투표 때문에?[팩트체크]

 

반면 김동연 당선자 측은 조선족 등 외국인에 주는 투표권에 대해 "민주주의의 보편타당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도입된 것"이라며 김은혜 후보의 주장에 대해 '외국인 차별이자 혐오'라고 몰아 붙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자인 외국인은 12만7623명이었다. 그중 5만1243명의 외국인이 경기도 투표권자였다. 외국인 투표권자 중 중국 국적 조선족 비율은 약 80%로 추산된다. 전국 규모로는 약 10만명, 경기도에 한정해도 약 4만명의 중국 국적 조선족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선관위에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면서 별도로 집계하는 '선거권이 있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자' 7만6192명 중에서도 한국 국적 조선족도 일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조선족 중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 중 상당수도 중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수였던 2005년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2006년 지방선거부터 자격을 갖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부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