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인 채권투자 역대 최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11일 기준금리를 2연속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발(發) 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퍼지며 투자자들 시선이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채권은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값은 떨어지는 상품이다. 금리 하락기에 매매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절세 효과도 따라온다. 최근 주가가 게걸음을 치자 채권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들은 직·간접으로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러스트=이지원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장외시장에서 개인 채권투자 규모는 4조2479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 19일까지 총 순매수 규모도 14조7054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619억원) 대비 4.4배 증가했다.
/그래픽=이지원
작년엔 고금리 단기채, 올핸 장기채
작년에는 고금리 단기채 위주로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만기가 긴 장기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 삼성·KB·NH투자 등 3개 증권사에서 개인을 상대로 판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 판매액은 2조3148억원이었다. 작년 1분기(2413억원)보다 9배 이상 늘었다.
작년에는 만기까지 보유하며 고금리를 누리기 위해 투자했다면, 올 들어서는 매매 차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 가격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따라서 향후 금리가 낮아지면 장기채일수록 상대적으로 큰 폭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저쿠폰 장기채’는 절세 효과까지 더해져 인기를 모으는 것으로 파악된다. 표면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15.4%) 부담이 낮을 뿐 아니라 매매 차익도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미 국채 등 해외 채권은 매매 차익뿐 아니라 환차익도 비과세된다. 연 2000만원 이상 금융 소득이 발생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이런 채권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년물 ETF 시장 1조 넘어
초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덩달아 커졌다. 이 상품은 미국·한국 국채 30년물을 섞어 만든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며 코스피에서 매매 가능하다. 이들 ETF 9개 순자산총액(17일)은 1조74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작년 말(2961억원)보다 3.4배 불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들 상품에 연초 후 6912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올해에만 5개 상품이 새로 상장됐다. 미래에셋·한화·KB 자산운용이 각 1종,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종을 내놨다. 수익률이 기초 채권 지수의 두 배로 설정된 ETF도 있다.
오는 하반기에는 ‘개인투자용 국채’도 발행된다. 시장에서 매매가 불가능한 대신 이자 소득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일반 국고채와 달리 개인 투자자만 살 수 있다. 10년, 20년 만기 국채 등 장기물로 발행될 예정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분리과세, 가산금리 등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3월 말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고위험·고수익 채권투자신탁에서 받는 이자와 배당 소득을 1인당 투자 금액 3000만원까지 종합소득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않기로 했다. 또 2024년 이전에 매입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보유할 경우 총 2억원까지 발생하는 이자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채권은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이지만, 연 2000만원 이하 이자 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15.4%), 연 2000만원 초과분은 종합소득에 합산해 과세(6~45%)한다.
가격 급등 장기채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장기채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은 최근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상승세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는 기대감을 줬다.
다만 최근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채권을 단기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투자자 기대와 달리 금리 인하가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기 채권 투자자 자금은 묶일 수 있다. 미국 물가는 높은 수준에서 잘 떨어지는 않는 ‘끈적한 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단기간 쓸 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하거나, 고금리를 좇아 낮은 신용 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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