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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한달새 27% 올랐다... 4년전 초호황 ‘데자뷔'

산야초 2021. 5. 2. 22:14

D램 한달새 27% 올랐다... 4년전 초호황 ‘데자뷔'

낸드플래시 값도 8.6% 급등
한국 4월 수출 41% 늘어
10년만에 최고 상승률

최인준 기자

입력 2021.05.02 20:38 | 수정 2021.05.02 20:38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 이후 내리막을 걷던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 4월 큰 폭으로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도 6개월 만에 상승하자, 반도체 업계는 “3년 만에 다시 수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가 상승세를 타면서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 수출 실적도 3·4월 두 달 연속 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93억4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30.2% 증가하며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한국 전체 수출도 전년보다 41.1% 늘어난 511억9000만달러로, 2011년 1월 이후 10년 3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D램·낸드 모처럼 동반 상승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기준 PC용 D램(8기가비트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3.8달러로 한 달 동안 26.67% 올랐다. 과거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시작됐던 2017년 1월(35.8%) 이후 5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해 주춤했던 낸드플래시 가격도 올랐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 범용 제품(128 기가비트 기준)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8.57% 상승한 4.56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고정거래가 상승은 6개월 만으로 2017년 3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다시 동반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스마트폰·PC·게임기 등 IT 기기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등이 늘어나며 PC와 태블릿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올해도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 확대와 소비 심리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되고, 소니·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 콘솔 게임기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D램 수요 면에선 호재다. 최신 게임기에는 기존 제품보다 많은 D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주춤했던 아마존·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가상서버) 업체들의 서버용 반도체 구입도 다시 상승세다.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최대 18.57% 올랐다.

 

반도체 업계에선 현재의 메모리 가격 상승이 최소 올해 내내 이어지거나 그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가격이 오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D램의 경우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아직 과거 수퍼사이클 당시 최고치(8.19달러·2018년 9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업체가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D램 공급 부족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가 많아지면서 이미지센서가 많이 필요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 라인을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올 2분기 D램 전체 평균가격이 1분기 대비 18~23%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낸드플래시도 2분기부터 본격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호재에 웃는 한국 경제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 시안 2공장, 경기도 평택 2공장을 통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25%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생산 효율이 높은 3D(입체)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높여 올해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3년 만에 분기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상승은 한국 경제에도 청신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 수출이 2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넘었다. 월간 수출액으로는 역대 4월 중 가장 많았다.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자동차·선박·철강·디스플레이 등 15대 주력 수출 품목이 모두 증가한 영향이다. 재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IT 버블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다른 경제 위기 때보다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