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고인’ ‘피의자’ 집합소가 되고 있는 정권
[사설] ‘피고인’ ‘피의자’ 집합소가 되고 있는 정권
조선일보
입력 2021.05.11 03:22 | 수정 2021.05.11 03:22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김지호 기자
검찰 외부 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려 하자 수사팀에 압력을 가해 수사를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에 앞서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내부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이 지검장은 피고인으로 형사 재판을 받는 현직 지검장이 된다.
문재인 정권은 ‘피고인’ ‘피의자’ 집합소가 되고 있다. 법을 지켜 정의를 세워야 할 청와대, 법무부와 검찰 최고위직을 범법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김학의씨 불법 출금 관련 피의자로 검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법무부의 박범계 장관은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다. 이용구 차관도 택시 기사 폭행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차기 검찰총장에 지명된 김오수 후보도 불법 출금 관련으로 검찰에서 서면 조사를 받았다.
검사가 기소되면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부서로 인사 조치하는 게 검찰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문 정권은 이런 원칙을 정면으로 무시한다. 정권 편은 기소돼도 영전하거나 자리를 유지한다. 채널A 사건 관련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김학의씨 불법 출금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도 인사 조치나 직무 배제를 당하지 않았다. 반면 정권에 밉보인 검사는 의혹만 있어도 한직으로 내보낸다. 정권의 불법을 수사한 한동훈 검사장은 근거 없는 검·언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직무 배제를 당하고 수사를 하지 못하는 법무연수원으로 발령 났다.
이 지검장은 문 정권이 저지른 불법과 그 불법을 덮은 과정에 가장 깊숙이 관여한 사람이다.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했지만 유임이나 승진할 수 있다는 말이 돈다. 이 정권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