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민 재난지원금’ 날치기 주문한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
[사설] ‘전국민 재난지원금’ 날치기 주문한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0:12 |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곳 인터뷰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 "민주당이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뉴스1]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간 충돌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국민의 70%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80%로 당정 간 합의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민주당 일각에서 전 국민 지원을 들고나오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합의’를 지렛대 삼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사실상 당정 합의를 번복한 셈이다. 여권에선 국회에 이미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33조원 규모)도 증액하자고 한다. 이는 이준석 대표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하고 남은 재원이 있으면 전 국민에게 지원하자”던 ‘합의’도 깨는 거다. 정부도, 야당도 안중에 없이 선거에만 골몰한 민주당의 폭주다.
여당선 전 국민 지원 명목 추경 증액도 요구
김부겸 “소득 줄지 않은 계층 지원 옳으냐”
이재명 지사는 더 나아가 어제 “항상 민주당의 180석 얘기가 나오는데 강행 처리해야 한다”며 “과감하게 날치기해서 국민이 원하는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위험천만한 인식이며 주문이다. “세입과 세출 양쪽이 모두 국민과 그들의 대표자들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전 국민이 부담하는데, 사실상 예산통제권은 특정 정파인 민주당(총선 득표율 49.9%, 미래통합당 41.5%)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선 다수결 못지않게 소수의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
사실 이번 추경은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재난지원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데서 출발했다. 논의할 때만 해도 ‘코로나 사태 진정’에 따른 소비 진작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확산일로다. 문 대통령이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겠다”는 장담도 또 식언이 돼가고 있다.
이제는 재난지원금이 아닌,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절실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245만6000명이 받아간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에만 1년 전보다 18.8% 늘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의미다. 4단계 거리두기로 더한 타격을 입게 됐다. 어려운 이들을 두텁게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안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재난지원금이니 개탄할 일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재난 시기에도 소득이 줄지 않은 계층까지 다 지원금을 주는 게 옳은 것이냐며 회의적인 분도 많이 있다”면서도 어제 여당의 압박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결정해 오면 정부로서는 (하위 80% 지급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그간 당정 협의에선 정부가 연전연패했다. 이번엔 다르길 고대한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전국민 재난지원금’ 날치기 주문한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