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20억 투자한 코인계의 전설 “내 평단은...”
삼성전자 520억 투자한 코인계의 전설 “내 평단은...”
[왕개미 연구소] 25.
입력 2021.08.16 14:33
“어나더 월드네요.”
국내 주식 종목들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던 지난 13일의 금요일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코인계의 전설이라는 ‘워뇨띠’의 삼성전자 입주 인증샷이 화제였다.
워뇨띠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코인 레전드’다. 온라인 유명 게시판에 본인의 코인 계좌 수익률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종잣돈 6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해서 2500억원을 모은 20대 투자자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워뇨띠의 계좌 인증샷이 조작된 것이라서 실존 인물인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맥스를 보면 워뇨띠(aoa)가 실제로 코인투자 수익률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코인러들은 워뇨띠를 코인계의 신(神)으로 모시면서 ‘갓뇨띠’라고 칭송하고 그의 매매 기술을 배우려고 따라 다닌다.
.비트맥스는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와 달리, 투자자들의 수익률 순위를 공개하는 화면(리더보드)을 마련해 놨다. aoa라는 이름으로 활약 중인 워뇨띠는 4위이고, 16일 오전 기준 전체 수익률은 3172비트(약 1750억원)에 달한다. /비트맥스 캡처
그런데 코인계의 거물이라는 워뇨띠가 지난 주 삼성전자 주식을 520억원 어치 사서 보유 중이라는 계좌 인증샷이 등장했다. 그의 평균 매입 단가는 8만1500원으로, 13일 삼성전자 주가 급락분을 반영한 평가 손실은 45억원에 달한다. 서울 반포의 한강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큰 돈을 손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520억원을 태운 수퍼개미이지만, 워뇨띠의 13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율은 0.01% 밖에 되지 않는다.
자산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는 것일까. 코인 투자자들은 “워뇨띠가 급등락 심한 코인에서 떼돈을 벌고 나서 물려도 마음 편한 우량주로 갈아타는 것 같다”면서 “삼성전자 1년 배당금으로만 9억원이 따박따박 들어온다”며 놀라워했다.
증권 전문가 A씨는 “만약 국내 코스닥의 소형주에 5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바로 대주주가 되면서 금융감독원에 지분 신고까지 해야 한다”면서 “(워뇨띠의 경우엔)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에 올인하는 편이 아무래도 편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구소 예상으로는 워뇨띠가 삼성전자를 사놓고서 초장기 투자를 할 것 같진 않다. 아직은 비과세인 코인과 달리, 국내 주식은 10억원 이상 투자하면 시세차익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뇨띠의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주식 투자 인증샷. 총 투자액은 520억원이고 삼성전자 주식만 63만8860주를 보유하고 있다. 계좌 화면은 토스증권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캡처
지난 13일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보다 3.38% 내린 7만4400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최고점(9만6800원)과 비교하면 23% 하락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전적금(적금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산다는 의미)’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개인들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5조8000억원이 넘었다.
특히 지난 13일엔 삼성전자에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나 홀로’ 매수가 집중됐다. 지난 1월 11일 삼성전자 주가가 9만1000원이라는 종가 기준 최고가로 마감한 날(1조7490억원) 이후 역대 최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