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정은경 질병청장은 방역 완화 반대했는데 왜 정부는 풀었을까
산야초
2022. 3. 12. 22:57
정은경 질병청장은 방역 완화 반대했는데 왜 정부는 풀었을까
[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못 다한 이야기’]
입력 2022-03-12 11:00업데이트 2022-03-12 12:05

이 교수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제 확진자가 너무 늘어나서 정부가 다 관리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위기라는 것이죠. 델타보다 증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오미크론 자체도 아직 완전히 무시할 정도는 아닌데다 델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도 감염되면 일주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경증이면 3~5일만 격리하고 나와서 일하라고 합니다. 환자나 다른 의료진의 감염은 어떻게 하나요? 이 교수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흉부외과 교수 두 명이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분들이 격리되면 코로나 환자가 아닌 사람도 기계를 제대로 못 돌려 죽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코로나에 걸린 영유아들이 잇달아 숨졌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증상이 악화돼서, 병상이 다 차서 그런 일이 벌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는 소아응급체계가 무너진 슬픈 우리 의료현실이 있었습니다. 출산율이 줄면서 소아과가 돈이 안 되니 인기가 없어진 것이죠. 메이저 대학병원 정도를 빼면 소아과 레지던트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레지던트가 있는 곳도 낮 근무 때문에 밤에 당직은 못 세우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는 밤에 응급 콜을 안 받고 있다고 하는 군요. 야간에 소아응급을 받는 곳을 찾다보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코로나가 2년이나 지났는데 왜 지금 와서 문제가 드러났냐고요?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저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었지요.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이제 우리 몸은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인터뷰 기사에서 다 쓰지 못한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 문제를 얘기해야겠군요. 자가진단키트를 너무 믿고 ‘두 줄(코로나 양성)’이 안 나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증상이 있는 사람은 50~60% 정도, 증상이 없는 사람은 20% 정도 밖에 못 잡아낸다”고 하는 군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정부는 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합니다. 민감도(감염자가 양성으로 진단되는 비율)는 90%, 특이도(비감염자가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는 99%를 충족했다고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이 말이 자가진단키트로 실제 환자를 검사했을 때 90%, 99%가 나오는 줄 압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수치는 제조회사 실험실에서 환자 검체를 모아 조금씩 희석시키면서 어느 정도까지 바이러스를 잡아내는지를 보여주는 시험 결과라고 합니다. 제조회사가 특이도, 민감도를 자체 검사하고, 그 결과와 시험 과정을 식약처에 제출하는 방식이라는 군요. 그래서 이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99%를 만들기는 쉽다”고 합니다. 일종의 자동차회사에서 연비 선전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사실 진짜 90%, 99%면 굳이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또 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이 교수는 “우리나라 키트가 다른 나라 것보다 위양성(가짜 양성비율)도 높다”고도 했습니다. “키트로는 양성인데 PCR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이 20%정도나 된다”고 했지요.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를 잡아내는 확률은 좀 낮아도, 일단 잡아내면 이 사람은 확실하게 걸렸다고 얘기해주기 때문에 쓰는 겁니다. 그런데 키트에서는 양성인데 PCR에서 음성이면, 애초에 키트 자체를 믿을 수가 없는 거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