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영유권 논쟁서 빠질 수 없는 역사적 문건 나타나
[월간조선]
프랑스인이 쓴 1899년 울릉도 조사보고서 발견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4.01.10 17:35 | 수정 : 2014.01.11 10:43
- 1899년 9월 23일자 《황성신문》 별보(別報). 울릉도 사황(事況).
울릉도의 한(恨)을 풀어줄 역사적 문건이 나타났다.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라포르트(E. Laporte) 조사보고서(이하 보고서) 전문(全文)이 발견됐다.
1899년 6월 29일부터 1박2일 동안 부산 해관(海關) 세무사(稅務司, 現 세관장) 서리 라포르트가 울릉도 현지를 조사하고 작성한 ‘라포르트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의 영유권 논쟁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문서이다. 《황성신문》, 구한말(舊韓末) 대한제국 외교문서 등에서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요약문은 이미 발견됐지만, 전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포르트는 울릉도 사정을 조사하기 위해 대한제국 정부의 요청으로 파견된 최초이자 유일한 서양인이다.
신용하(愼鏞廈)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고서 영문본 전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고서는 대한제국이 울릉도, 독도 수호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칙령 제41호의 기초자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보고서가 중요한 것은 서양국제법에 밝은 프랑스인 라포르트가 작성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일본이 한국의 항의에 무성의하게 반응하니까 일본인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압력으로 국제조사단을 편성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됐다. 문서를 찾아낸 홍성근(洪聖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영국문서보관소에서 대한제국 말기 울릉도와 독도를 노렸던 일본의 침탈 사실을 알 수 있는 문건을 확보했다”며 “특히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라포르트 보고서를 찾아내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제정되게 된 19세기 말기 울릉도의 상황을 복원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
프랑스인 라포르트가 작성한 기록에 학계가 주목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이다.
- 1859년 영국인 선원이 그린 울릉도 전경. /홍성근 연구위원 제공
우선 한국의 독도영유권에 가장 중요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의 공포 배경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보고서는 칙령 반포의 기초자료였다. 둘째는 19세기 말 울릉도 상황에 대해 제3국 국민이 작성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즉 한국과 일본 측의 주장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문건이다. 셋째는 한국과 일본의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가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자료이다.
홍성근 연구위원은 “구한말 일제에 수탈당한 울릉도의 수탈사(史)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며 “보고서에는 1900년대 일본의 불법, 약탈행위가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로 기술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독도가 한반도 침략의 첫 희생물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보고서를 보면 이미 1899년에 울릉도를 통한 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진행되고 있었다”며 “급기야 1902년에는 울릉도에 일본인 경찰까지 주둔했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위원은 “일본 세력이 불법적으로 울릉도에 체류하면서 온갖 불법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모습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며 “울릉도 출신으로, 구한말 힘없는 나라 탓에 서러움을 겪은 선조(先祖)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핍박받았을 선조들의 한을 풀 수 있는 역사적 발견이었다”며 문건 발굴의 의미를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보고서뿐만 아니라 1859년 영국인 선원이 그린 울릉도 전경까지 공개했다. 보고서는 2013년 12월 말 발간 된 동북아역사재단(독도연구소)의 《영토해양연구》 제6호에 실린 ‘라포르트의 울릉도 조사보고서와 1899년 울릉도 현황’이라는 논문을 통해 공식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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