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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창업자의 엇갈린 희비...검찰 출두 김정주, 라인 상장 이해진

산야초 2016. 7. 17. 11:20

스타 창업자의 엇갈린 희비...검찰 출두 김정주, 라인 상장 이해진

  • 심민관 기자


  • 입력 : 2016.07.17 07:36 | 수정 : 2016.07.17 10:57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과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의장의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김 회장은 오랜 친구인 진경준 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의장은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의 미국, 일본 동시 상장을 기념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김 회장은 첫 검찰 출두에 불안감을 감추려 했지만, 이 의장은 라인의 국내 첫 미국과 일본 증시 동시 상장이라는 기쁨을 감췄다.

    두 사람은 서울대 컴퓨터 86학번 동기로 KAIST 석사과정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넥슨과 네이버라는 걸출한 벤처를 일군 두 사람은 평소에도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가까운 사이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데뷔한 15일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이 강원 춘천시에 있는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오른쪽) /조선DB, 네이버 제공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사건에 연루된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13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데뷔한 15일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이 강원 춘천시에 있는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오른쪽) /조선DB, 네이버 제공
    ◆ 김정주 -이해진 희비 교차...절친 진경준의 구속 vs 전문경영인 신중호 내세운 상장

    지난 13일 김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49·사법연수원 21)의 뇌물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섰다. 김 회장은 한숨을 내쉰 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끝까지 솔직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틀 뒤인 15일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수사하는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넥슨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진경준 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 2006년 11월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넥슨으로부터 무상으로 취득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았다.

    17일 법원은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뇌물을 받고 한진그룹으로부터 처남 명의로 설립한 청소 용역업체 B사를 통해 청소 일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진 검사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진경준 전 검사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수사의 칼날이 김정주 회장을 향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은 어린 시절 친구 사이다.

    그동안 넥슨 측은 “진 검사장 등 당시 주식 매수인들이 모두 빠른 시일에 자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해 회사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을 (진 검사장에게) 대여했다”고 해명해왔는데, 검찰 조사에서 넥슨 측이 무상으로 진 검사에게 주식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범죄사실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진경준 검사장이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 같은 날 오전 10시 신중호(왼쪽)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라인의 주식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오른쪽) / 이정민 기자, 네이버 제공
    진경준 검사장이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 같은 날 오전 10시 신중호(왼쪽)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라인의 주식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오른쪽) / 이정민 기자, 네이버 제공
    15일 네이버 100% 자회사 라인은 본사가 있는 도쿄 증시에 상장해 공모가(3300엔)대비 32.0% 상승한 4345엔에 장을 마쳤다. 앞서 라인은 전날 뉴욕 증시에서 공모가(32.84달러) 보다 26.6% 오른 4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라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87%를 보유한 모회사 네이버다. 개인 주주로는 스톡옵션을 받은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네이버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지분이 많다. 거래 첫날 라인 시가총액이 10조원에 육박하면서 지분율이 각각 5.12%, 2.78% 인 두 사람의 라인 주식 평가액도 각각 5100억원, 2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리틀 이해진’으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 CGO는 2006년 네이버가 검색업체 첫눈을 인수하면서 네이버에 합류하게 됐다. 신 CGO는 네이버의 일본 검색 시장 진출하는 핵심 멤버로 활동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한다. 그러나 피인수 8년 만인 2011년 결국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성공시키며 네이버 핵심 세력으로 부상하게 됐다.

    상장 당일 2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연 이 의장은 “어젯밤 방송으로 라인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모습을 보는 데 울컥했다. 지난 10년간 매달 일본을 오가며 라인을 키우기 위해 벌였던 그동안의 노력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신중호 CGO에게 ‘울지마라’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그는 “절박함이 라인을 탄생시켰다”고 회고했디.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벽면에 라인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물이 걸려 있다. / 네이버 제공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벽면에 라인 상장을 기념하는 광고물이 걸려 있다. / 네이버 제공
    ◆ 사뭇 달랐던 두 사람의 행보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매우 가까운 사이지만, 두 사람이 키운 회사 지배구조와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사뭇 달랐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10년 전 넥슨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넥슨은 2005년 10월 1일 넥슨과 넥슨홀딩스(현 NXC)로 물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넥슨은 넥슨홀딩스의 100% 자회사가 됐다. 넥슨은 NXC → 넥슨재팬(현 넥슨) → 넥슨(현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기업지배 구조를 완성시켰다. 6년 뒤인 2011년 12월 넥슨재팬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넥슨그룹의 지배구조는 김정주 NXC 회장을 정점으로 하고 있고, 지주사인 NXC(비상장사)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은 NXC 지분 4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NXC는 넥슨 지분 61.9%를, 이어 넥슨은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 회장이 지주사인 NXC를 통해 넥슨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의 자산 대부분은 넥슨그룹 지주사인 NXC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주식 평가액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31명이다. 이 중 한 명인 김 회장의 자산은 23억달러(2조8451억원)에 달한다.

    김정주 NXC 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 각사 제공
    김정주 NXC 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 각사 제공
    네이버가 2002년 10월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사업보고서부터 현재까지 14년간 주요 임원들의 지분 변동 내역을 보면 이해진 의장의 지분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2016년 3월 기준 이 의장 지분은 4.64%(네이버 153만945주 보유)에 불과하다.

    삼성SDS 사내벤처로 출발했기 때문에 삼성SDS에 30% 지분을 주고 독립한데다 당시 국내 포털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쳤던 야후를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 많은 외부로부터 자금을 많이 조달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컴(네이버의 모태회사)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벤처캐피탈로부터 100억원대이 자금을 투자 받았다. 또 서치솔루션(검색전문회사), 한게임(게임업체)와 잇따라 합병하면서 이 의장의 지분율은 계속 낮아졌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 지분 4%에 불과하지만, 네이버 주가 상승으로 2013년 1조원대 주식 갑부에 올랐다. 또 라인 상장으로 그의 자산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의장이 보유한 라인 스톡옵션은 15일 기준으로 2100억원에 달하고 라인 시총이 올라가면 이 의장이 보유한 네이버 주식 평가액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라인의 스톡옵션은 이 의장이 아닌 신중호 라인 CGO에 더 많이 부여됐다. 라인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신중호 CGO가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1026만4500주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경우 라인 스톡옵션은 557만2000주로 뒤를 잇고 있다. 이어 이데자와 타케시 라인 최고경영자(CEO)와 마스다 쥰 라인 최고전략마케팅임원(CSMO)가 각각 9만6500주, 9만4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에서 라인 성공을 이끌어낸 신중호 대표에게 2배 많은 스톡옵션을 제공해 격려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라는 주문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5일 이해진 창업자는 “라인 지분을 처분해 획득한 금액 전부를 네이버 지분 매입에 쓰더라도 대주주로 올라서기엔 턱없이 부족한 데다 돈으로 지분을 사서 경영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네이버에 대한) 경영권은 제가 열심히 해서 지키는 것이지, 제가 보유한 돈이나 다른 사람의 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벤처업계가 진경준 뇌물 사건에 대해 공분하는 대목은 스타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이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면서도 회사에 기여한 동료가 아닌 권력 기관 종사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점”이라면서 “이해진 의장이 라인 스톡옵션을 2인자에게 많이 부여할 수 있도 회사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과는 분명히 비교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 / 블룸버그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 / 블룸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