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자료

내 손안의 선풍기로 내 더위 식힌다…1인 1냉방 新풍속도

산야초 2016. 8. 5. 09:20

[폭염 이코노미]① 내 손안의 선풍기로 내 더위 식힌다…1인 1냉방 新풍속도

  • 한동희 기자

  • 이다비 기자


  • 입력 : 2016.08.04 16:17 | 수정 : 2016.08.04 16:30

         

    밤낮없이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복날(가장 더운 날)’이다. 더위를 식히는 아이디어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응급실 온열 환자가 속출한다. 더운 날씨는 ‘열섬'이 된 한반도의 소비 행태까지 쥐락펴락한다. 조선비즈는 폭염(暴炎)이 몰고온 크고작은 변화를 ‘폭염 이노코미' 시리즈로 전한다. [편집자주]

    박현정씨가 아들 김재민군에게 핸디 선풍기 바람을 쏘이고 있다. /이다비 기자
    박현정씨가 아들 김재민군에게 핸디 선풍기 바람을 쏘이고 있다. /이다비 기자
    4일 서울은 36도를 기록하며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다.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더워 죽겠네" 소리가 절로 난다. 11살인 아들 김재민군과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주부 박현정(44)씨는 자신의 얼굴과 아들의 얼굴에 번갈아 가며 손에 쥔 토끼 귀가 달린 디자인의 '핸디(handy, 손에 쥘 수 있는)' 선풍기를 갖다댔다.

    오아(OA)에서 만든 '우사미'라는 제품이다. 선풍기의 바람 세기를 강하게 설정하자 재민군의 앞머리가 휘날리며 이마가 드러났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박씨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꼭 이 선풍기를 들고 다닙니다"라며 "이전에도 샤오미 제품을 썼었는데 바람세기가 약해서 바꿨어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선풍기를 기자에게 갖다대며 "한번 충전으로 6시간 가까이 쓸 수 있어요. 보조배터리로도 충전이 되니까 좋더라구요. 강추(강력 추천)합니다"고 했다.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 더위 덕분에 IT업계에는 '핸디선풍기'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핸디형 선풍기란 건전지 또는 USB로 충전하거나 연결해 사용하는 한 손에 잡힐 크기의 선풍기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를 시찰하는 70대의 경비원 김익환씨도 보조배터리 충전형 핸디 선풍기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김 씨는 “더운 데 남녀노소가 따로 있나요. 부채 대신 들고 다녀요”라고 했다.

    4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핸디형 선풍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배(99%) 가까이 증가했다. 디자인 및 캐릭터 선풍기도 3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기기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7월 계절가전부문 판매량에서 핸디형 선풍기는 에어컨이나 스탠드형 선풍기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여름 풍속도를 바꾸는 열풍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 샤오미로 시작된 '핸디 열풍'…성능 높이면서 대중화

    핸디 선풍기의 시초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제품은 중국 샤오미다.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기 알맞은 크기의 실리콘 막대기에 작고 가벼운 날개를 연결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별도의 전원버튼 없이 USB로 연결하면 작동한다. 가격은 6000원대다.

    대중에게 핸디 선풍기의 존재를 알린 건 샤오미였지만, 대중화는 성능을 높인 제품들이었다. 전원 버튼이 생기고, 바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효율적으로 제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롬비 핸디 토네이도 선풍기. /프롬비 제공
    프롬비 핸디 토네이도 선풍기. /프롬비 제공
    이는 네이버 쇼핑 상위 100개 계절가전 중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프롬비 핸디 토네이도의 사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일체형 제품이지만 손잡이를 접을 수 있고, 스마트폰과 맞먹는 2600mAh(밀리암페어)의 배터리 용량을 갖췄다. 손잡이에 있는 다이얼을 돌리면 약풍, 중풍, 강풍으로 바람세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가격은 2만2000원대로 핸디형 제품군 중에서는 고가(高價)에 속하지만, 상품 후기를 살펴봐도 비싸다고 지적하는 이용자들은 드물다.

    카카오 프렌즈 핸디 선풍기. /카카오 제공
    카카오 프렌즈 핸디 선풍기. /카카오 제공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들이 나오면서 여성과 학생들에게 액세서리로도 쓰인다. 카카오프렌즈 USB 선풍기는 자사 인기 캐릭터 6종을 입혀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출시한 지 5일만에 5만대가 팔렸다. 선풍기 모터의 분당 회전 속도도 높아 바람 세기가 다른 제품보다 강하다는 점도 판매 호조를 도왔다. 가격은 7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핸디 선풍기의 열풍에는 보조배터리의 등장도 한몫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8월2일까지의 보조배터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 늘었다. 이는 스탠드형 선풍기(10%)의 증가율에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점에서 판매하는 핸디 선풍기. /이다비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점에서 판매하는 핸디 선풍기. /이다비 기자
    김규호 서강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이전에도 USB 선풍기는 있었지만 주로 노트북이나 PC에 연결해서 썼기 때문에 야외에서 쓰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보조배터리가 많이 보급되면서 이동 중에도 미니 선풍기를 쓸 수 있어 요즘 많이 눈에 띄이고 수요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음과 진동은 해결해야할 문제로 꼽힌다.

    한 이용자는 "시끄러운 야외에서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사무실 등 실내에서 쓸 때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손잡이 진동으로 인한 소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짝퉁(가짜) 제품들이 난무하고 있고 바람 세기가 약한 불량 제품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1인 1냉방' 시대

    핸디 선풍기는 ‘내 더위는 내가 물리치는’ 1인 1냉방 시대의 가장 저렴한 상품군 하나다. 핸디 선풍기 이외에도 한사람당 하나의 냉방 기기를 갖추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다음 쇼핑의 계절가전 검색 키워드에서 이동식 에어컨은 5위를 기록하며 기존 스탠드형, 벽걸이형 에어컨(8위 이하)을 뛰어넘었다. 1인 에어컨은 실외기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게 특징이다. 본체 하나에 냉동용기 3개, USB 케이블 정도로 구성된다. 판매하는 업체들은 하루 8시간, 누진세 미포함해서 1달 전기료가 30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옥션에서 판매중인 1인 에어컨./옥션 제공
    옥션에서 판매중인 1인 에어컨./옥션 제공
    이용 방법은 냉동용기에 물을 넣고 20시간 완전히 냉동시킨 후 본품에 넣어주면 4~5시간 동안 3~5도 정도의 시원한 천연 에어컨방식으로 작동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충전기, USB, 보조배터리에 꽂아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방향과 높이, 풍량 조절을 할 수 있다. 가격은 3만원대에서 5만원 이하다.

    가격대가 좀 세다보니, 소비자 반응은 핸디 선풍기보다는 약한 편이다. 구매평도 극과 극이다. ‘개인용 냉방기기’와 미니 ‘선풍기’가 아닌 ‘에어컨’이라는 호기심에 제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많았고, 심지어 핸디 선풍기가 더 시원했다는 혹평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