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수도 페데르부르크(Petersburg)를 흐르는 두꺼운 얼음위를 아까부터 한 남자는 응시하고있다. '인생이란 무얼까? 무엇이 나로하여금 나로 살수있게 한단 말인가? 내마음에는 예술에의 정열이 불타고있는데 밤마다 이곳 저곳을 헤메며 나는 무엇을 하고있는가?' 육체는 젊었으나 그의 마음은 겨울이었고 네바강의 얼음을 깨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깊은 사념속에서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 청년 차이코프스키, 그런데 그를 기다리고있던 아버지는 그렇게도 반대하던 음악가에의 길을 허락하는것이 아닌가? 1865년 페데르부르크 음악원의 제1회 졸업생 명단에는 차이코프스키가 들어 있었고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학장으로 있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화성학교수로 부임케 되니 그의 나이 26세였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생활은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을뿐아니라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들과 교류는 그로하여금 민족음악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러나 낮에는 학교에서 강의로 시간을 보내고 밤이면 늦게까지 창작에 심혈을 기울이자 점차 그의 건강은 약해져 피로가 극에 다달았음에도 1868년 겨울교향곡 제1번 G단조 작품13 '겨울의 몽상'을 작곡하였다. 지평선 너머로 해저무는 넓은 광야, 무섭고도 매몰찬 눈보라속의 고독, 사랑하는 조국의 자연과 민족애의 서정을 담은 교향곡 제1번은 그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귀한 생명이었다. 제1악장은 겨울나그네 몽상으로 겨울의 추위속을 뚫고가는 나그네의 고독한 정경을, 제2악장에서는 음침한 땅 안개낀 땅의 어두운 광야의 소리를 그리고있는 이곡은 겨울의 의미를 환상적 내음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1악장: ‘겨울 여행의 몽상’ Allegro tranquillo 먼저 러시아 풍의 제1주제가 플루트와 파곳에서 등장해 활기찬 리듬을 타고 흐른다. 마치 트로이카(세 필의 말이 이끄는 러시아 썰매)가 방울소리를 내며 눈보라를 가로지르며 달려 나가는 듯하다. 클라리넷으로 제시되는 제2주제는 한결 유려한 느낌으로 차이콥스키 특유의 우수를 머금고 있다. 때론 상쾌하고 때론 긴박하며 때론 신비로운 겨울날의 여행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2악장: ‘황량의 땅, 안개의 땅’ Adagio cantabile ma non tanto 약음기를 단 현악기들의 은밀한 합주로 시작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의 느린 악장이다. 오보에에서 흘러나와 점차 현악기들로 번져 나가는 러시아 풍 선율이 사뭇 애절하면서도 감미롭다. 마치 안개가 피어오르듯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매혹적인 악장이며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호른 연주도 인상적이다.
3악장: Scherzo. Allegro scherzando giocoso 2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스케르초 악장이다. 세분된 바이올린 파트와 목관 사이를 오가는 주선율이 현의 피치카토와 어우러지며 경묘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내는 스케르초도 흥미롭고, 바이올린과 첼로가 표정 풍부한 선율을 춤곡 리듬에 실어 노래하는 트리오의 낭만적인 풍미가 일품이다.
4악장: Finale. Adante lugubre - Allegro maestoso 비장한 느낌을 주는 느린 도입부로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현악기에 흐르는 선율은 1861년 카잔에서 학생운동이 일어났을 때 불렸던 민요조의 노래를 차용한 것이다. 이 선율은 주부에서 제2주제로 다시 등장하는데 다분히 선동적인 느낌이다. 주부는 두 개의 박력 넘치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격정적으로 전개되는데 특히 재현부 이후의 흐름이 무척 이채롭고 인상적이다. 즉 제2주제가 재현되다가 말고 다시 도입부의 악상으로 돌아갔다가 점진적인 고조를 통해서 더욱 거창하고 눈부신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