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원=전직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개시를 위한 연서(連署)를 시작하겠다. 찬성하는 의원들은 연판장에 서명을 해달라.
B의원=대법원장(또는 국회의장·헌법재판소장·검찰총장)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를 요청한 국회의원 수가 재적 의원의 10분의 1(현재 기준 30명)을 넘었다. 공수처는 법에 따라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공수처 설치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상상할 수 있는 국회 회의장 광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의 입장에선 생각만 해도 속이 후련할 것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대통령이 싸고 도는 듯한 모습과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나가는 법조계의 꼴불견을 생각하면 “이제 너희들도 쓴맛 좀 봐라”는 통쾌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홍만표·진경준 사건을 경험하면서 오만과 특권의 상징처럼 돼버린 검찰을 향해 “수사를 해달라”고 애원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집권당에 반대하는 정파들은 공수처를 통해 끊임없이 견제구를 날릴 수 있고, 의원 30명만 모으면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도 어렵지 않게 혼내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9차례나 물을 먹었던 공수처 법안이 이번에는 입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9전10기’를 노리고 있다. 우병우의 버티기가 국민들의 염장을 지른 셈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어설픈 위기 대응 능력도 일을 키웠다. 검찰 개혁을 주문하는 여론에 대해 “청렴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는 검찰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요상한 말장난으로 또다시 눈속임을 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도 검찰이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당의 공수처 법안이 언론과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선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입법부가 수사권마저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수사권 발동 조항(18조) 중 국회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수사를 하도록 한 부분은 입법부 독재를 연상시킨다. 여야의 정쟁과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가 이뤄질 경우 ‘검찰 공화국’ 대신 ‘공수처 공화국’이 될 수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엔 출석해 보고하거나 답변을 해야 한다”는 처장의 직무 조항(6조)은 무엇을 의미하나. 형평성과 투명성 못지않게 수사의 기밀성과 보안도 중요하다.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추천위원회가 한 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구하는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사실상 국회가 처장 후보자를 임명하고 대통령에게 형식적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란 등의 범죄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현직 대통령만 빼고 거의 모든 분야의 고위 공무원(일부는 3급 이상)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시킨 것도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400만 명으로 확대되면서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이 사법 감시망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 등의 사례를 내세웠다. 하지만 홍콩엔 우리와 같은 검찰 제도가 없고, 싱가포르는 탐오조사국이 강력한 수사기관이다. 반면 우리는 경찰·검찰·국세청·금감원·감사원·국정원은 물론 특별검사제·특별감찰관제 등 사정기관 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권력은 절제될 때 빛을 발한다. 검찰 개혁의 고육지책으로 나온 공수처가 국회의 권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립적인 공수처가 아니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거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수사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박재현 논설위원
B의원=대법원장(또는 국회의장·헌법재판소장·검찰총장)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를 요청한 국회의원 수가 재적 의원의 10분의 1(현재 기준 30명)을 넘었다. 공수처는 법에 따라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공수처 설치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상상할 수 있는 국회 회의장 광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의 입장에선 생각만 해도 속이 후련할 것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대통령이 싸고 도는 듯한 모습과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나가는 법조계의 꼴불견을 생각하면 “이제 너희들도 쓴맛 좀 봐라”는 통쾌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홍만표·진경준 사건을 경험하면서 오만과 특권의 상징처럼 돼버린 검찰을 향해 “수사를 해달라”고 애원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집권당에 반대하는 정파들은 공수처를 통해 끊임없이 견제구를 날릴 수 있고, 의원 30명만 모으면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도 어렵지 않게 혼내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9차례나 물을 먹었던 공수처 법안이 이번에는 입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9전10기’를 노리고 있다. 우병우의 버티기가 국민들의 염장을 지른 셈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어설픈 위기 대응 능력도 일을 키웠다. 검찰 개혁을 주문하는 여론에 대해 “청렴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는 검찰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요상한 말장난으로 또다시 눈속임을 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도 검찰이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당의 공수처 법안이 언론과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선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입법부가 수사권마저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수사권 발동 조항(18조) 중 국회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수사를 하도록 한 부분은 입법부 독재를 연상시킨다. 여야의 정쟁과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가 이뤄질 경우 ‘검찰 공화국’ 대신 ‘공수처 공화국’이 될 수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엔 출석해 보고하거나 답변을 해야 한다”는 처장의 직무 조항(6조)은 무엇을 의미하나. 형평성과 투명성 못지않게 수사의 기밀성과 보안도 중요하다.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추천위원회가 한 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구하는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사실상 국회가 처장 후보자를 임명하고 대통령에게 형식적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란 등의 범죄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현직 대통령만 빼고 거의 모든 분야의 고위 공무원(일부는 3급 이상)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시킨 것도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400만 명으로 확대되면서 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이 사법 감시망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 등의 사례를 내세웠다. 하지만 홍콩엔 우리와 같은 검찰 제도가 없고, 싱가포르는 탐오조사국이 강력한 수사기관이다. 반면 우리는 경찰·검찰·국세청·금감원·감사원·국정원은 물론 특별검사제·특별감찰관제 등 사정기관 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권력은 절제될 때 빛을 발한다. 검찰 개혁의 고육지책으로 나온 공수처가 국회의 권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립적인 공수처가 아니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거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수사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박재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