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언론계 거물 탔던 전세기, 세계 재벌들 선호

산야초 2016. 8. 27. 14:29

2시간 남짓 ‘자가용 제트기’서 무슨 얘기 했을까

언론계 거물 탔던 전세기, 세계 재벌들 선호

스위스 TAG社 ‘팔콘 2000’ 300억 원대 호가…일등석보다 비싼 ‘전세기’ 비용

| 최종편집 2016.08.26 19:28:59


전경웅 기자


뉴데일리 기획취재부장입니다. 통일부,외교부,북한,국제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저의 주된 관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익보호'입니다. 국익보호와 관련된 이슈는 국제관계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국내의 어두운 세력들이 더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알려주는 정보가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국민이,독자 여러분이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김진태 의원실이 공개한, '대우조선해양'의 전세기와 같은 기종 '팔콘 2000' 모델의 실내(8인승). ⓒ스위스 TAG항공 홈페이지 캡쳐
    ▲ 김진태 의원실이 공개한, '대우조선해양'의 전세기와 같은 기종 '팔콘 2000' 모델의 실내(8인승). ⓒ스위스 TAG항공 홈페이지 캡쳐


    김진태 의원(새누리당, 강원 춘천)은 26일 국회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라며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9월 전세기를 이용할 때 회사 임직원 이외에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유력 일간지 간부가 타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진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전세기를 이용해 출장을 간 경로는 이탈리아 밀라노, 나폴리, 그리스 산토리니, 키프로스였다고 한다. 전세기를 빌린 곳은 스위스 TAG항공사였으며, 임대비용은 8,9000만 원이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실에 따르면, 문제의 '유력 일간지 간부'는 이 비행경로 가운데 이탈리아 나폴리부터 그리스 산토리니까지만 전세기에 타고 동행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은 전세기 사진도 공개했다. 프랑스 닷소社에서 제작한 ‘팔콘 2000’ 기종의 하나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자가용 비행기’라고 부르는 소형 제트기다.


    김진태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국회에서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논설주간(現주필)이 문제의 유력 일간지 간부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기자들의 이야기가 맞다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은 ‘세계 재벌들의 맛’을 본 것이다. 


    ‘팔콘 2000’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93년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계속 개량을 거쳐 지금도 세계 곳곳의 하늘을 날고 있다. 지금까지 310대 이상이 제작,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항공 커뮤니티에서는 "재벌들이 선호하는 자가용 제트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팔콘 2000’은 길이 20.23m, 폭 19.33m, 높이 7.06m의 소형 제트기다. 승무원 2명 외에 승객은 8명 또는 10명을 태울 수 있다. 작은 크기임에도 최대 이륙중량은 18.6톤이나 되고, 최고 속도는 마하 0.8이나 된다. ‘자가용 제트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부를 보다 안락하게 개조해 6인승으로 만들 수도 있다.


    플랫 앤 휘트니社의 3.5톤 출력 제트엔진 2기를 장착한 ‘팔콘 2000’은 평소에는 851km/h의 속도로 비행하며, 최대 6,020km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 평소 비행 고도는 3,000~1만m가 넘는다.

    제조사인 프랑스 다소社의 '팔콘 2000' 홍보사진. ⓒ닷소社 홍보사진 캡쳐
    ▲ 제조사인 프랑스 다소社의 '팔콘 2000' 홍보사진. ⓒ닷소社 홍보사진 캡쳐

    ‘팔콘 2000’은 고객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파생형이 있다. 기본형부터 보다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모델, 항속거리를 늘린 모델, 제3세계 부자들을 위해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만든 모델 등 파생형이 8가지나 된다. 한국군은 ‘팔콘 2000’을 도입해 정찰기로 사용 중이다.

    국제 항공업계에 알려진 ‘팔콘 2000’의 가격은 기본형 2,840만 달러(한화 약 316억 원), 장거리 비행이 가능토록 만들고 내부와 항전장비를 개선한 모델은 3,370만 달러(한화 약 376억 원)로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전세기를 빌린 TAG 항공은 사실 영국 항공사가 아니라 스위스에서 설립된 회사라고 한다. 196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부터 50년 이상 항공기 관련 서비스를 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세기 서비스’도 마찬가지라고. 실제 TAG 항공 홈페이지에서 ‘전세기 서비스(Charter Services)’를 살펴보면, 전세기의 항속거리를 가늠하는 기준점을 스위스 제네바로 잡고 있다.


    TAG항공은 회사 규모도 작지 않아 유럽, 중동,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으며, 52석 크기의 보잉 B757부터 4석 크기의 시테이션 머스탱까지 44개 기종 50대 이상의 전세기 전용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TAG항공의 ‘전세기 서비스’ 브로셔를 보면 ‘호출 및 비행(Call & Fly)’과 ‘TAG 전세기 계정(Charter Account)’이라는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TAG 항공사에 ‘전세기 임대 계정’을 만든 뒤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필요하면 비행기를 불러 타고 갈 수 있는, 자가용 제트기를 ‘콜택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수입이 많아야 ‘자가용 제트기’를 택시처럼 부를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전세기’로 번역하는 ‘Charter Services’는 사실 ‘시간당 임대 계약’이다. 비용은 각국별로,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스위스 TAG社의 '전세기 서비스(Charter Services)' 홍보 사진. ⓒ스위스 TAG 홈페이지 캡쳐
    ▲ 스위스 TAG社의 '전세기 서비스(Charter Services)' 홍보 사진. ⓒ스위스 TAG 홈페이지 캡쳐

    김진태 의원실에서 공개한 ‘팔콘 2000’이 10인승짜리 소형 제트기라 해도 가격이 300억 원대라는 점, 해당 기종이 4만 번 가량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비행기 가격’을 기준으로 단순히 산술 계산을 해도 최소 시간당 700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 유럽 등의 항공사에서 ‘시간당 임대’를 해주는 제트기 비용은 시간당 수천 달러 이상이다.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전세기’를 타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가용 제트기를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가용 제트기의 경우 격납고 임대는 물론 별도의 정비 인력 및 조종사가 필요하다. 이들을 계속 고용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전세기’는 보통 미국이나 유럽, 중동의 재벌 가운데 재산이 수 억 달러 내외인 사람이 여행을 할 때 사용하거나 다국적 기업 임원들이 세계 곳곳을 돌면서 회의를 하거나나 컨퍼런스에 참가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 당 수천만 원을 버는 재벌이나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다국적 기업 임원들이 생각하기에는 공항 출입국 심사와 세관 수속 등에 몇 시간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몇 백만 원을 쓰고 ‘전세기’를 타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의 거리는 1,408km로, 일반 여객기로 비행할 때 1시간 38분 걸린다. 소형 제트기로 속도가 조금 느린 ‘팔콘 2000’은 대략 2시간 가량 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의원이 폭로한 '주요 일간지 간부'가 '취재' 때문이든 '개인적 사유' 때문이든 대우조선해양 덕분에 2시간 동안 ‘전세기’를 탄 일은 두고두고 언론계에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TAG社의 '전세기 서비스(Charter Services)' 가운데 '팔콘 2000' 소개 장면. ⓒ스위스 TAG 홈페이지 캡쳐
    ▲ 스위스 TAG社의 '전세기 서비스(Charter Services)' 가운데 '팔콘 2000' 소개 장면. ⓒ스위스 TAG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