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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 얼얼, 알싸' 매운맛, 다 같은 건 아니지

산야초 2016. 9. 11. 23:34

'화끈, 얼얼, 알싸' 매운맛, 다 같은 건 아니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매운맛'이라고 하면 흔히 고추를 떠올리지만 어떤 사람은 고추의 매운맛을 어떤 사람은 겨자의 매운맛을, 또는 후추의 매운맛을 못 참기도 한다.
맛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매운맛에도 종류가 다양하다는데….

  • 구성=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9.09 08:06

    치킨, 라면, 햄버거, 돈가스, 족발…. 종류만 달라질 뿐, 한국에서 '매운맛'은 음식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인기와 그 변천을 거듭해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일부러 매운맛을 찾아 먹으며 고통 속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혀가 아프고 눈물이 나다 못해 기절해서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매운맛을 내는 집은 어느새인가 인기 맛집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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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DB

    매운맛이 실제로는 맛이 아니라 통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제 잘 생각해보면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혀가 따갑기도 하고, 얼얼하기도 하며 목구멍이 화끈하기도 하고 코가 알싸해지기도 하는 등 고통의 느낌과 부위는 조금씩 달라진다. 이것은 음식에 따라 매운맛을 주는 물질이 수많이 존재하고 각자 특유의 매운맛을 보이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의 어떤 성분이 매운맛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정리했다.

    캡사이신(Capsaicin)

    매운맛 하면 가장 먼저 캡사이신이 떠오른다. 주로 고추에 들어 있는 식물 영양소다. 교감신경을 활성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고,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엔도르핀(endorphin)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캡사이신 농도는 스코빌 지수(Scoville scale, 단위: SHU scoville heat unit)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피망은 '0 스코빌', 청양코추는 '1만 스코빌', 타바스코는 '3만~5만 스코빌’'정도다. 2013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청양고추보다 무려 100배 높은 매운맛을 지닌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100만 스코빌)다. 부트 졸로키아는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재배된 '캐롤라이나 리퍼 페퍼'다. 이 고추의 SHU는 156만9,300으로,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4,000~1만SHU)의 150배에 달하는 매운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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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신(Allicin)

    마늘, 양파 등에 함유된 물질로 독특한 향과 알싸한 매운맛을 갖고 있다.

    알리신은 혈액순환과 소화를 돕고, 강력한 살균·항균 작용으로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대장균·장염균 등의 세균성 질환에 효과가 있다. 또, 체내 축적된 노폐물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데도 도움이 돼 여름철에는 알리신이 풍부한 마늘, 양파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생으로 먹으면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을 직접 섭취할 수 있지만 알리신의 자극적인 매운맛은 위벽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위가 약한 사람이 마늘·양파를 먹을 때는 익혀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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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페린(Piperine)

    코 끝을 간질거리는 후추의 짜릿한 매운맛은 후추 열매 껍질에 많이 함유된 피페린이란 성분 때문이다. 후추 뿐만 아니라 고추나 강황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다. 피페린의 짜릿하고 알싸한 매운맛은 혀의 미뢰(味蕾)를 자극하는데, 이때 위 소화액 분비가 촉진돼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 또한 장 속 가스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염증 유발하는 성분을 억제해 항염 작용을 한다.

    한방에서도 후추는 위장을 따뜻하게 해 식욕을 촉진시키고, 열을 내려주며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피페린이 몸에서 지방 세포 형성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 피페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속쓰림이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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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그린(Sinigrin)

    무, 갓, 겨자, 고추냉이 등이 갖고 있는 찡하고 알싸한 매운맛은 시니그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시니그린은 독특한 자극성의 매운맛 성분으로 포도당과 결합한 황화합물이 조직에 상처를 주면 미로시나아제(myrosinase)의 작용에 의해 머스타드 오일로 변하여 특유한 향기와 매운맛을 내는 것이다. 고추냉이에 설탕 등 단맛을 섞어주면 더 맵다.

    목감기에 걸렸거나 배가 아플 때 시니그린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또, 시니그린이 들어 있는 식품을 규칙적으로 먹으면 유방암, 위암 등의 종양을 억제하며 결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추냉이에 들어있는 시니그린 성분이 소화불량 개선에 효과가 있지만 고추냉이 자체가 자극적인 맛이기 때문에 위 점막 보호를 위해선 하루 5g 미만으로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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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쇼올(Sanshol)

    중국 사천음식을 대표하는 말인 ‘마라(麻辣)’는 '얼얼(麻)하고' '맵다(辣)'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중 혀가 마비되는 듯한 얼얼함을 담당하는 식재료가 바로 산초(파가라)다.

    산초의 혀끝이 아린 매운맛은 ‘산쇼올’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산쇼올은 항균, 이뇨, 혈압강화 등의 작용을 하며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준다.

    자극적인 산쇼올은 미각, 후각을 마비시켜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며, 국부 마취작용과 진통효과가 있어 해독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천요리의 특징 '매운맛'… '산초'의 효능은?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

    알싸한 매운맛을 담당하는 생강의 주성분으로, 소염작용이나 살균능력이 뛰어나며 항산화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생강의 소염작용은 골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생강은 오래 전부터 멀미, 메스꺼움이나 구토증상을 완화하려고 사용돼 왔다. 또 기침에 좋다 하여 감기 증상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을 때 생강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생강은 항바이러스 능력이 있어서 바이러스성 감기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생강의 주요 약효성분인 진저롤은 열을 가하게 되면 쇼가올로 변하는데, 최근 진저롤보다 쇼가올의 소염 및 항균작용이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기사 더보기

    종류도 강도도 가지각색! 매운맛, 어디까지 맛봤니?


    대체적으로 매운맛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항염, 살균 능력을 가진 성분을 가진 음식이 많다.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엔도르핀을 나오게 해서 기분도 좋게 하는 긍적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 적당히 먹어야 위장에도 부담이 없다. ▶매운맛은 정말 위장에 안 좋은가?

    매운 맛 달래려고 단 음식 드세요? 더 심해질텐데
    매운 음식을 먹고 속 쓰릴 때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다. 보통 매운맛 때문에 자극을 받은 점막 조직을 보호하거나 몸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음식들이다. 반면 술처럼 점막을 부어 오르게 하는 음식은 매운 음식과 나쁜 궁합이다. 매운낙지볶음이나 불닭 등을 술안주로 먹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연근 연근은 염증완화·소염 작용을 한다. 연근의 타닌, 뮤신 성분은 위 점막을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운음식과 함께 먹으면 위를 보호해 준다. 브로콜리 브로콜리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기 때문에 매운맛으로 항진된 식욕이나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양배추 《동의보감》에는 양배추가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냉성이라고 써 있다. 양배추는 열을 내는 매운 음식의 열성을 중화시키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좋다. 꿀 속이 쓰리고 아플 때 가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꿀이다. 독소를 제거하고 소화에 좋은 효과가 있다. 천연 꿀에 따뜻한 물을 타서 먹으면 속쓰림에 도움이 된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