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보다 싸고 편한 SRT 온다…허겁지겁 뒤쫓는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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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3 05:55
- ▲ 올해 말부터 운행되는 수서발 고속철(SRT) / SR 제공
그동안 코레일은 정부로부터 철도 독점 공급자라는 지위를 받은 덕분에 요금 할인 혜택을 줄이고 고객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수익에 큰 타격이 없었지만, SRT 개통을 앞두고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고객이 대거 이탈할 것을 우려해 뒤늦게 마일리지 도입을 검토하고 강남권에서 KTX광명역을 잇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12월 개통 SRT, KTX보다 나은 점 세 가지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별도의 철도 운영 사업자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코레일이 철도 운영을 독점해 사고가 잦고 경영 체질 개선이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수서발 KTX 법인에 철도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이 법인은 코레일 지분이 41%, 공공 부문이 59%로 구성돼 있다.
오는 12월 개통을 앞둔 SRT는 수서에서 출발해 동탄, 지제를 거쳐 부산까지 운행하는 구간, 그리고 목포까지 운행하는 구간이 있다. 수도권 출발지는 SRT가 수서, KTX가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다르지만 천안아산부터는 노선이 겹친다. 천안아산~부산, 천안아산~목포는 각각 KTX경부선, KTX호남선과 구간이 겹쳐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 운행시간, 서비스 등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SRT는 KTX보다 세 가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① KTX 대비 평균 10% 저렴한 요금
- ▲ SRT와 KTX 운임 비교 / 조선일보 DB
KTX는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철도와 화물 부문에서 내는 적자를 메우는 데 쓴다. 이 때문에 2014년, 2015년 두 해 연속 1000억원대의 영업 흑자를 내고 선로사용료 등 철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SRT보다 KTX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KTX의 추가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SRT의 운행 거리가 KTX보다 짧다는 점도 요금 경쟁력을 갖는 배경이다. 같은 목적지로 갈 경우 SRT가 서울역발 KTX보다 17㎞, 용산역발 KTX에 비해 14㎞ 짧다.
SRT의 운영사인 SR은 이동거리가 길고 정차 횟수가 많은 고객에 대해서 승차권을 홈페이지나 스마트 앱에서 구입하면 추가 할인도 적용할 예정이다.
② 강남권에서 접근성 좋은 '수서역' 출발
SRT가 수서역에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강남권에서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 하는 고객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 ▲ SRT는 수서~부산, 수서~목포 구간을 달린다. / 조선일보 DB
정차역 수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에서 천안아산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KTX 대비 SRT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KTX는 서울역, 용산역에서 출발해 광명역까지는 무궁화호, 새마을호와 같은 일반 선로를 달린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철도와 같은 속도로 달리다가 광명역을 지나야 고속철도 전용선로로 진입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SRT는 수서역부터 쭉 고속철도 전용선로로 달릴 수 있다.
③ 업그레이드 된 고객 서비스…앱으로 승무원 호출·특실서 케이터링
- ▲ SRT 특실 모습 / SR 제공
◆ 발등에 불똥 튄 코레일, 부랴부랴 셔틀버스·마일리지 도입 계획
코레일은 지난 2014년 출범 9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고 작년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그동안 2005년 철도청에서 공사인 코레일로 출범한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기존 철도와 화물 부문에서 적자가 좀처럼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흑자를 낸 것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노력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할인제도 축소·폐지와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 덕이 컸다. 2년 연속 1000억원대 영업흑자를 냈지만, 경영 효율화와 서비스 개선 보다는 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은 2013년에 마일리지 제도를 없앴다. 마일리지 제도는 코레일멤버십 회원이 KTX 이용금액의 5%를 적립, 승차권 요금 결제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레일은 이 제도를 폐지하고 이용금액이 30만원을 초과할 때마다 10%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쿠폰 제도로 정책을 바꿨다.
2014년에는 주중할인(7%)과 역방향할인(5%)을 폐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TX 연간 할인실적은 2013년 721억8600만원에서 2014년 661억6100만원, 작년에는 479억2400만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말까지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어쩔 수 없이 KTX를 이용하는 공무원과 연구원이 대폭 늘어난 것도 코레일의 영업이익에 톡톡히 보탬이 됐다. 세종시의 관문인 오송역 KTX 이용객은 올해 1∼5월 하루 평균 1만597명으로 2014년 6305명, 2015년 9128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 ▲ 이르면 11월부터 운행하는 코레일의 광명역~사당역 셔틀버스. / 코레일 제공
2013년 폐지한 마일리지 제도도 다시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코레일의 대응이 SRT 운행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뒷북일 뿐 아니라 요금 인하나 서비스 개선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쓰지 않는 역사와 인력을 줄이고 달리 활용할 방안을 찾는 등 경영 효율화를 일찍이 강도 높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할인제도 폐지와 정부 이전으로 영업 흑자가 나면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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