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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잘 산다 펜트하우스 아파트

산야초 2016. 9. 25. 21:43

나 혼자 잘 산다 펜트하우스 아파트


 리빙센스 | 리빙센스 | 입력 2016.09.23 11:49




열다섯 살 아파트의 변신

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용진 씨. 잦은 국내외 출장 탓에 내 집 장만은 늘 먼 이야기였는데, 올해부턴 출장이 많이 줄어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취향껏 꾸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회사와 거리도 가깝고 친구와 직장 동료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금호동에 살기로 결정한 뒤 맘에 드는 아파트를 발견했다. 오래되긴 했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주변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이용진 씨가 이 집을 계약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아 곰팡이, 묵은 때 등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기에 리노베이션을 결심했다. 그간 자주 방문했던 경리단길의 카페 꽁티드툴레아의 실내 인테리어를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의 김혜영 실장이 했다는 것을 알고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시공업체를 정했다. 사용하는 이의 동선을 고려한 가구 배치, 마감의 색감이 맘에 꼭 들었기 때문.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히 취재(?)한 뒤 공간을 설계하는 김 실장의 명성에 걸맞게 이용진 씨는 그녀와 수많은 대화를 이어가며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취향에 대해 하나 둘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저에 대해 보여주기 민망하거나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국은 제가 살아갈 공간이고, 저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실장님의 의견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함께 나눴어요. 결과적으로 제 생각이 잘 반영되고, 정말 만족스러운 저만의 공간이 만들어졌죠.” 디자이너의 생각과 콘셉트를 강요하지 않고, 살아갈 이의 취향과 습관 등을 고려해 탄생한 이용진 씨의 집은 그렇게 그만의 맞춤 공간으로 완성됐다.

1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한 이용진 씨.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공간으로 완성돼 만족스럽다고.

2 화이트로 마감한 거실과 부엌. 부엌 또한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선반을 겸한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기름 때 등 생활 오염이 잦은 공간 특성에 맞게 타일의 줄눈을 회색으로 선택했다.

확고한 취향으로 완성된 집

이용진 씨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회색,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인양품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디자이너와 공유한 뒤 공간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간결함과 통일감’으로 잡았다. “쓰임이 서로 다른 가구라도 모서리의 각이 모두 일치했으면 했어요. 또한 가구의 높이가 거슬리지 않고 일정했으면 했고요. 질감은 광이 없는 매트한 것을 좋아합니다.” 공간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회색과 흰색으로 나눠 벽을 마감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톤 차이를 줘 간결함 속에 재미를 준 것. 부엌과 욕실, 드레스 룸, 침실 등 프라이빗한 공간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회색을 사용해 벽을 마감했고, 거실과 다이닝 룸 등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은 화이트로 산뜻하게 연출했다. 단 회색을 사용한 공간엔 옅고 진하게 톤 차이를 줘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색감을 감각적으로 풀어냈고, 부엌엔 톤 다운된 아이보리 컬러의 매트한 타일로 마감해 각기 다른 디자인의 전자 기기들을 품었다. 매트한 질감의 타일은 부엌의 소품들이 반사되지 않아 차분하게 정리 정돈되어 보이는 효과도 준다. 침대, 소파 등 부피가 큰 가구들은 같은 소재의 나무로 제작해 통일감을 줬다. 모든 공간에 천장등을 없애고 간접조명만을 설치한 것은 이용진 씨의 아이디어. “해외 출장에서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꼈던 공간의 공통점은 모두 천장등 없이 테이블 조명과 플로어 스탠드로 구성된 곳이었어요. 제 집도 그렇게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완성되길 원해 과감하게 간접조명만 설치했습니다.” 아파트의 제일 높은 층으로 채광이 좋은 이 집은 그렇게 낮과 밤 모두 포근하게 쉴 수 있는 집이 됐다.

1 침대 옆에 간이 파티션을 만들었다. 뒤편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코지 코너와 수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으로 완성했다. 2 바닥의 층을 달리해 건식과 습식으로 완성한 욕실. 물을 사용하는 욕조 공간만 습식으로 만들었다. 3 침대 옆에 사이드테이블의 역할을 해내는 구조물을 설치했다. 이곳 역시 간접조명을 설치해 따로 취침등이 필요 없다. 라디오, 스피커, 콘센트 등을 매입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구획과 수납

회사원의 경우 아침, 점심, 저녁 등 대부분 시간을 항상 같은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러기에 집 안 공간이 복잡하고 산만하면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 집이 정리 정돈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용진 씨의 집에 대한 생각이다. “안방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드레스 룸으로 개조했어요. 한쪽에 달린 작은 욕실은 변기를 없애고 샤워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그 옆엔 옷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을 놓고, 상판은 화장대로 씁니다.” 덕분에 정신없는 출근 준비를 한 곳에서 차분하게 마칠 수 있게 됐다. 각 공간을 나눠주는 벽에 창문처럼 틈을 줘 24평의 좁은 평수가 시원스럽게 보이는 것도 개조 포인트. 자주 신지 않는 신발과 청소기 등의 생활가전을 넣어두기 위해 확장한 베란다 크기에 맞는 수납장을 맞춰 숨은 수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단엔 바퀴를 달아 이동성과 수월함도 챙겼다. “지금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은 되도록 보이지 않게 넣어두려고 해요.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 사용하는 것 또한 삶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침대와 소파 밑 등 버려지는 공간을 활용하고, 붙박이장과 맞춤 수납장 등을 최대한 활용해 말끔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피로를 편안히 풀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집. 똑똑한 공간 구획과 수납, 그리고 집주인의 취향까지 확실하게 챙긴 이용진 씨의 공간은 탐나고 부러운 집이다.

4 수납장과 화장대 역할을 해내는 맞춤 가구. 5 드레스 룸 한편에 마련한 샤워 룸. 창문 앞에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잠시 앉아 쉴 수도 있다. 6 식사를 하거나 손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다이닝 룸. 이 집에선 유일하게 펜던트 조명이 설치된 곳으로 분위기를 좀 더 아늑하게 연출해준다. 7 신발, 청소기 등의 생활 소품을 보이지 않게 숨길 수 있는 이동식 수납장. 이용진 씨가 기존에 사용하던 청소기 사이즈로 맞춤 제작했다.

기획 : 김수지 기자 | 사진 : 박우진 | 설계&시공 :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