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

눈과 바람의 땅 야마가타현. 데와산잔(出羽三山)

산야초 2017. 3. 15. 00:21

눈과 바람의 땅 야마가타현. 데와산잔(出羽三山)

입력 : 2017.03.14 10:15

야마가타현(山形県)

일본에서 눈(雪)을 말하면 홋카이도(北海道)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동경의 북쪽, 도호쿠(東北) 지방이라 불리는 아오모리(靑森), 이와테(岩手), 아키타(秋田),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야마가타(山形)의 6개 현(県)이야말로 화산의 은혜라 불리는 천연 온천을 만끽할 수 있고 천지를 뒤덮은 새하얀 눈 세상(雪國)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 매우 환상적인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야마가타현(山形県)은 현내(県內) 시정촌(市町村) 어디 할 것 없이 천연 온천이 유명하여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하여 들리는 탕치(湯治)온천 천국이다. 겨우내 폭설이 내려 쌓인 높은 산들의 슬로프가 여름철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반팔을 입고 스키를 타는 곳이기도 하다. 반면에 역내에 국제공항이 없고 주요 도시들과의 연결 교통이 다소 불편하며 외진 느낌이 있어 외부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으로, 특히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동경이나 오사카, 교토 등에 비하여 덜 알려진 산악지방이다.

일본의 중심이 되는 혼슈(本州)의 동북부 지역을 도호쿠(東北) 지방이라고 부르며, 도호쿠 6개 현(県) 중에서 서남쪽에 있는 곳이 야마가타현(山形県)이다. 이곳 야마가타현에서도 동해 왼쪽 지역을 이번에 샅샅이 돌아보고 왔다.

특히 야마가타현(山形県)은 북쪽으로 아키타현(秋田県)과의 경계에 해발 2,230m의 조카이(鳥海山)로부터 남북으로 이어지는 오우(奧羽)산맥이 지나면서 현의 중앙에 여러 산지(山地)를 형성하였는데 그중 데와산지(出羽山地)에는 갓산(月山 1,984m)과 유도노산(湯殿山 1,500m), 하구로산(羽黑山 414m)이 있어 인접한 시정촌(市町村) 5곳이 연합으로 GEO PARK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이들 산지 사이로는 분지가 형성되고 평야 지대 유역으로는 모나미강(最上川)이 흐르는데 동절기에는 동해 방향에서, 하절기에는 태평양 방향에서 쉴새 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데와산지와는 상대적으로 협곡을 형성하다 보니 이곳에 부는 강풍은 일본 내 3대 악풍으로 불리며 '기요가와다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을 만큼 험난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에도시대에는 이러한 계절풍을 탄 모나미강의 선편(船便)을 이용한 운하수송이 활발하여 해로(海路)를 통한 교토까지의 물동량 증대로 크게 번성한 지역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모나미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전통적인 뱃놀이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데와산잔(出羽三山)

야마가타현(山形県) 서쪽 5개 시정촌(市町村), 즉 쯔루오카시(鶴岡市)와 쇼나이조(圧內町), 니시가와조(西川町), 오쿠라무라(大藏村), 도자와무라(戶沢村)의 5개 자치단체가 협력하여 GEO PARK로 개발하려고 한다. 지역 내에서는 가장 높은 산에 속하는 갓산(月山 1,984m)은 오래 전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참배객들의 순례가 아직도 이어질 정도이며 갓산을 비롯하여 근처의 유도노산(湯殿山 1,500m)과 조금은 떨어진 하구로산(羽黑山 414m)을 연결하는 구릉지대를 하나의 GEO PARK로 개발하고 관광자원으로도 연계하려는 노력을 쏟는 중이다.

데와산잔(出羽三山)중 가장 높은 1,984m의 갓산 모습, 3월 현재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오를 수 없다.

이 갓산과 유도노산, 하구로산을 묶어서 데와지역의 3개의 산이라는 의미로 '데와산잔(出羽三山)'이라고 부른다. 데와(出羽)는 이 지역의 옛 이름이며, 각각의 산마다 그 산의 신을 모신 신사(神社)가 있다. 갓산과 유도노산은 산이 높고 겨울이면 폭설로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세 곳의 신을 함께 모신 산진고사이텐(三神合祭殿)이 하구로산에 위엄있게 세워져 있으며, 많은 참배객이 연중 끊임없이 이곳으로 순례를 나서고 있다.


옥천사(玉泉寺)

일본은 불교 사원(寺院)인 절과 다양한 토속 신들을 모신 신사(神社)가 각각 나뉘어 있거나 지역에 따라 혼재되기도 하는데 이곳 데와산잔(出羽三山)의 하구로산(羽黑山) 초입에는 고려 스님이 세웠다는 옥천사가 있어 들러 보았다.

옥천사는 지금으로부터 700년도 넘은 1251년에 열린 일본 소토슈(曹洞宗 : 조동종) 사원으로 고려의 한 스님(일본명 료넨호쿄 了然法明)이 중국 케이잔지(經山寺)에서 수행 후 일본으로 건너와 선(禪)을 널리 퍼뜨리던 중 일본 조동종의 종조(宗祖)인 다이혼잔(大本山) 에헤지(永平寺) 도겐(道元: 1200~1253)의 훌륭한 제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이 옥천사를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데 현재의 건물은 70년 전 화재로 다시 지은 것이며 우리를 안내한 주지 스님이 46대라고 하니 전통 깊은 사찰이 분명하다. 게다가 고려 스님이 개창하였다니 애정 어린 호기심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옥천사 입구. 중생의 세계인 차안(此岸)에서 열반부처의 세계인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붉은색 다리(彼岸橋)는 세심교(洗心橋)이며, 그 안쪽에 서 있는 절문은 우리처럼 일주문이라거나 산문(山門)의 형식으로는 보이지 않는 목조 삼문형태였다. 절 이름 현판도 없다.
주지 스님이 먼저 설명과 시범을 보인 후 부처가 명상에 잠긴 자세인 선정인(禪定印)으로 십 분쯤 좌선을 체험하였다.
특히 옥천사의 고려 스님이 궁금해 물었더니 안쪽에 따로 모셨다고 한다. 우리로 말하면 조사당(祖師堂)쯤 되는 공간에 모두 네 분을 모셨는데 한 눈에도 중앙 좌측 붉은 가사를 입으신 분인 줄 알겠다. 스님의 앞에는 '當寺 開山 了然法明弘性大和尙禪師'라고 씌어 있어 이 절을 개창한 료넨호쿄(了然法明) 스님이 홍성(洪性) 대화상 선사인 줄 알겠는데 고려식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 옆의 녹색 가사를 입은 스님은 중흥조로 모셔진 스님이었다.
옥천사는 정원이 아름답고 많은 종류의 꽃들이 만개하여 '꽃의 절(花の寺)'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이 정원은 1450년대에 만들어진 후 1650년대에 개수공사를 거쳐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를 비롯하여 커다란 연못을 중심으로 잘 꾸며진 흔치 않는 명원(名園)으로 1987년 국가지정명승정원(國家指定名勝庭園)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3월 초 현재는 쌓인 눈들로 인하여 절정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눈 덮인 모습으로도 충분히 잘 꾸며진 정원인줄 알 수 있었다.

하구로산(羽黑山) 수도자 순례 체험

하구로산 초입에서 옥천사를 둘러본 후, 지역문화관에 들렀다. 지역의 각종 생활상과 전해져오는 전통과 문화를 잘 전시해 놓았는데 특히 데와산잔(出羽三山)을 순례하는 수도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수도자가 되어 갓산과 유도노산, 하구로산을 아우르는 순례를 하는 전통적 신앙의 형태이다. 일주일 남짓 입산하여 산속에서 머물면서 속세의 때를 씻어내고 명상과 참회를 통하여 새로움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입산 전에는 자신이 죽었다며 장례를 치르고 순례 복장은 흰색으로 수의(壽衣)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구로산 지역으로 들어가려면 거대한 붉은 도리이(鳥居, 신사 입구에 세우는 붉은 문)를 지나야 한다. 옆에는 커다란 석등도 세워져 있어 절과 신사가 섞였음을 알 수 있는데 도리이는 높이 수십미터에 달하는 시멘트 콘크리트로 세웠다.
문화관에 재현된 수도자들의 모습. 앞에 선 사람이 리더이며 뒤따르는 사람들은 일정한 복장과 정해진 물품을 들고 묵언(默言)으로 뒤따르는데 오직 지도자의 지시에 대답만 할 수 있다. '우케타모우'(모든 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라는 말만 허용된다고 한다.

수도자 복장을 한 현지 안내인을 따라 하구로산 참배 길을 걸어 보았다. 이 하구로산은 스이코 원년(593)에 제 32대 수슌천황의 황태자인 하치코 황태자에 의하여 개산(開山)되었다고 하며, 황태자가 수행한 길이 점차로 발전하여 지금까지도 산악신앙의 메카가 되어 수많은 참배객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눈덮인 하구로산 참배길은 삼나무가 빽빽한 숲속으로 이어진다. 수령 350~600년이 넘는 580그루 이상의 삼나무들은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미슐랭 그린가이드 별 3개를 획득할만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맛집 미슐랭 별 점수는 레드가이드이며, 여행지를 평가하는 별 점수는 그린가이드이다.

참배길을 따라 겨우 눈을 치웠지만 산자락은 여기저기 많이 미끄러웠다. 계단을 내려가니 신사의 여러 신들을 모신 건물들이 나왔고 역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넘어가는 다리 신교(神橋)가 나왔는데 눈이 덮여 있어 잘 알수가 없다. 수도자 복장을 한 안내인이 다리 위에 서 있는 모습이며 사진 오른쪽으로는 폭포수가 있는데 그 아래에서 입산 전에 몸을 깨끗이 씻는다고 한다.

일본 국보 오층탑(五重塔)

참배길로 들어선지 불과 얼마 안되었는데 삼나무 숲속에 거대한 목조오층탑이 조용히 서 있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하구로산(羽黒山) 오층탑(五重塔)인데 단청을 하지 않은 담백한 모습으로 지붕마다 눈(雪)을 이고 서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선해보인다.

오층탑 옆에는 수령 1,000년의 천연기념물 지지스기(爺杉, 할아버지 삼나무)가 함께 서 있는데 불교신앙과 토속신앙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이 다소 의외다. 신사와 사찰이 혼재된 현실로 이해하였으며, 오층탑이 서 있어던 본래의 절집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높이 30m에 달하는 이 탑은 내부에 중앙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대한 심주석이 세워져 있으며 지진에 대비하여 흔들림 발생시 그만큼 움직여주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내부는 다소 협소하지만 계단을 통하여 위로 올라갈 수는 있으나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명을 읽어 보니 헤이안(平安)시대에 다이라노 마사카도(平将門)에 의해 창건, 무로마치(室町)시대 전기 오안(応安)년간(1368~1375)에 야마가타번주 모가미 요시아키(最上義光)가 재건하였으며 1966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었다. 일본은 국보에 번호가 없다.


삼신합제전(三神合祭殿)과 승방여관의 정진(精進)요리

원래는 이곳 오층탑에서부터 하구로산 정상까지는 2,446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는 눈이 쌓여있어 통행이 불가하므로 버스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갓산과 유도노산, 하구로산의 삼신을 함께 모신 삼신합제전(三神合祭殿)이 있다.

삼신합제전(三神合祭殿)에는 두께 2.1m의 일본식으로 특이한 지붕이 얹혀져 있으며, 이 신전은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와산잔(出羽三山) 신앙의 성지로 추앙받는 곳이다. 내부로 들어가 신관(神官)으로부터 일정한 절차대로 제향을 올리는 경험을 하였으나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신전에서 제공한 외부모습만 소개한다.
신전에서 회랑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한참 걸어 내려가니 우리로 말하면 공양간이다. 수도자와 탐방객들을 위하여 제공되는 정진요리는 스님들에 의해 전승되어 온 채식요리이며 과거에는 평범한 그릇들로 상차림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그릇이 포개지도록 한쪽 끝을 초승달 모양으로 잘라내는 방식으로 멋을 부린 밥상을 받았다.

이러한 수도자들의 순례 참배는 야마부시(山伏)라고도 부르는데 수행을 위하여 산에서 일정 기간 머무르는 수도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반나절쯤 잠깐씩만 체험해 본 데와산잔(出羽三山)의 산악신앙은 그 역사가 1,400년을 넘는 오랜 전통으로 연말이면 각자가 내 몸에 쌓인 불결하고도 지저분한 속세의 때를 씻어내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거나 상업의 번성과 농업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그 체험하는 과정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비록 많은 눈이 내리고 쌓여 있어 갓산이나 유도노산은 올라가 보지 못했다. 이 지역의 관광시즌은 4월부터 9월까지로 정작 겨울에는 너무 눈이 많아 스키를 탈 수 없으며, 눈이 잦아드는 4월에 스키장을 개장하여 7월까지는 스키를 타고, 7월부터 9월까지는 푸른 녹음 사이로 트래킹이 적기라고 하니 화창한 봄이나 여름에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취재협조: 제이홀리데이(www.jholi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