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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된 마그마 ‘꽃돌’…유네스코의 명소로

산야초 2017. 4. 18. 00:14

꽃이 된 마그마 ‘꽃돌’…유네스코의 명소로

                               

입력 2017.04.08 (09:02) | 수정 2017.04.08 (09:03) 멀티미디어 뉴스 | VIEW 6,525

  




나이테? 괴물의 눈? 해바라기? 예술가가 정교하게 만든 조각 작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자연이 만든 돌무늬 그대로입니다. 문양이 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꽃돌'입니다. 해바라기, 국화, 장미, 매화 등 돌 속 무늬가 다양합니다. 경북 청송에서 나오는 희귀한 돌입니다.

국화 문양 꽃돌국화 문양 꽃돌

장미 문양 꽃돌장미 문양 꽃돌

해바라기 문양 꽃돌해바라기 문양 꽃돌

어떻게 해서 이런 무늬가 만들어졌을까요? 비밀은 7천만 년 전 화산 활동에 있습니다. 당시 청송 일대는 마그마가 여기저기서 솟구쳤습니다. 그중에는 석영이나 장석 성분을 많이 함유한 마그마도 있었습니다. 그런 마그마가 다른 암맥 사이로 파고 들어가 빠르게 식으면 독특한 동심원 형태의 광물이 만들어집니다. 꽃돌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마그마의 성분이나 냉각 속도에 따라서 색깔과 무늬는 다양해집니다. 국화나 해바라기 형태는 가장 빠르게 냉각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뾰쪽한 섬유 형태가 나타나죠. 반면 장미나 목단 형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동글동글한 형태로 광물이 굳은 경우입니다. 돌의 색과 문양에 따라 백장미, 청해바라기, 황매화 등 이름이 붙습니다.

꽃돌 화병꽃돌 화병

꽃돌의 지질학적 명칭은 구과상 유문암(毬果狀 流紋巖)입니다. '구과상'은 방사상으로 동그랗게 펼쳐진 형태를 말합니다. '유문암'은 석영과 장석 성분이 많은 화산암입니다. 이런 돌들이 우리나라에만 나오는 걸까요?

꽃돌 두꺼비꽃돌 두꺼비

방사상 형태의 무늬를 보이는 화산암은 세계적으로 백여 곳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청송 꽃돌만큼 꽃무늬가 크고 선명하진 않습니다. 청송 꽃돌은 꽃무늬의 지름이 50~60cm에 이르는 돌들이 많고 최대 80cm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 유문암의 꽃무늬가 지름 10cm를 넘기 어렵다는 점에 비하면 크기와 다양성에서 청송 꽃돌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박진수 지질학 박사의 말입니다. 어떤 이유로 그처럼 큰 무늬가 형성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매화 문양 꽃돌매화 문양 꽃돌

꽃돌이 발견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40여 년 전 주왕산 자락 북쪽 괴정리에 큰비가 내리면서 바위가 굴러내렸습니다. 깨진 바위 속에서 희한한 무늬가 발견됐다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말입니다. 곧바로 수석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꽃돌 실제 산출지에 재현한 채굴 당시 모습. 청송군 괴정리.꽃돌 실제 산출지에 재현한 채굴 당시 모습. 청송군 괴정리.

주민들은 꽃돌을 찾아 연마기로 갈아내 꽃무늬를 드러낸 뒤 고가에 팔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일부 주민이 정식으로 광업 허가를 받아 장비를 동원해 원석을 캐기도 했습니다. 희귀한 자원이 무차별적으로 채굴돼 팔려나간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당국은 더이상 채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되거나 거래되는 꽃돌은 이전에 캤던 돌들입니다. 거래 가격이 수백만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 문양의 꽃돌이 건강과 돈을 부른다는, 근거 없는 속설도 퍼졌습니다. 금전적 평가의 과도함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청송 꽃돌의 희소성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 희소성이 정작 빛을 발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주왕산.                  ⓒ 김민경 주왕산. ⓒ 김민경

2011년, 청송군은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주왕산을 중심으로 청송군의 독특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자는 겁니다. 지난해(2016) 7월,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현장 실사를 벌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평가위원들은 정작 주왕산보다 꽃돌에 감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겁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만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2016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는 청송군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지질공원 후보지를 논의했습니다. 청송군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가 '꽃돌'의 국제적 가치였습니다. 다음으로 주민과 자치단체의 높은 참여 의식 그리고 지질공원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였습니다.


지질공원위원회는 청송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예비 승인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4월 말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입니다. 제주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입니다. 40년 전, 우연히 산자락에서 떨어진 돌덩어리가 청송을 세계적 지질 명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어디 청송 꽃돌뿐일까요? 세상 모든 돌이 저마다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겠지요. 
  • 꽃이 된 마그마 ‘꽃돌’…유네스코의 명소로
    • 입력 2017.04.08 (09:02)
    • 수정 2017.04.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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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괴물의 눈? 해바라기? 예술가가 정교하게 만든 조각 작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자연이 만든 돌무늬 그대로입니다. 문양이 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꽃돌'입니다. 해바라기, 국화, 장미, 매화 등 돌 속 무늬가 다양합니다. 경북 청송에서 나오는 희귀한 돌입니다.

국화 문양 꽃돌국화 문양 꽃돌

장미 문양 꽃돌장미 문양 꽃돌

해바라기 문양 꽃돌해바라기 문양 꽃돌

어떻게 해서 이런 무늬가 만들어졌을까요? 비밀은 7천만 년 전 화산 활동에 있습니다. 당시 청송 일대는 마그마가 여기저기서 솟구쳤습니다. 그중에는 석영이나 장석 성분을 많이 함유한 마그마도 있었습니다. 그런 마그마가 다른 암맥 사이로 파고 들어가 빠르게 식으면 독특한 동심원 형태의 광물이 만들어집니다. 꽃돌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마그마의 성분이나 냉각 속도에 따라서 색깔과 무늬는 다양해집니다. 국화나 해바라기 형태는 가장 빠르게 냉각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뾰쪽한 섬유 형태가 나타나죠. 반면 장미나 목단 형태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형성됩니다. 동글동글한 형태로 광물이 굳은 경우입니다. 돌의 색과 문양에 따라 백장미, 청해바라기, 황매화 등 이름이 붙습니다.

꽃돌 화병꽃돌 화병

꽃돌의 지질학적 명칭은 구과상 유문암(毬果狀 流紋巖)입니다. '구과상'은 방사상으로 동그랗게 펼쳐진 형태를 말합니다. '유문암'은 석영과 장석 성분이 많은 화산암입니다. 이런 돌들이 우리나라에만 나오는 걸까요?

꽃돌 두꺼비꽃돌 두꺼비

방사상 형태의 무늬를 보이는 화산암은 세계적으로 백여 곳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청송 꽃돌만큼 꽃무늬가 크고 선명하진 않습니다. 청송 꽃돌은 꽃무늬의 지름이 50~60cm에 이르는 돌들이 많고 최대 80cm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 유문암의 꽃무늬가 지름 10cm를 넘기 어렵다는 점에 비하면 크기와 다양성에서 청송 꽃돌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박진수 지질학 박사의 말입니다. 어떤 이유로 그처럼 큰 무늬가 형성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매화 문양 꽃돌매화 문양 꽃돌

꽃돌이 발견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40여 년 전 주왕산 자락 북쪽 괴정리에 큰비가 내리면서 바위가 굴러내렸습니다. 깨진 바위 속에서 희한한 무늬가 발견됐다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말입니다. 곧바로 수석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꽃돌 실제 산출지에 재현한 채굴 당시 모습. 청송군 괴정리.꽃돌 실제 산출지에 재현한 채굴 당시 모습. 청송군 괴정리.

주민들은 꽃돌을 찾아 연마기로 갈아내 꽃무늬를 드러낸 뒤 고가에 팔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일부 주민이 정식으로 광업 허가를 받아 장비를 동원해 원석을 캐기도 했습니다. 희귀한 자원이 무차별적으로 채굴돼 팔려나간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당국은 더이상 채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되거나 거래되는 꽃돌은 이전에 캤던 돌들입니다. 거래 가격이 수백만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 문양의 꽃돌이 건강과 돈을 부른다는, 근거 없는 속설도 퍼졌습니다. 금전적 평가의 과도함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청송 꽃돌의 희소성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 희소성이 정작 빛을 발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주왕산.                  ⓒ 김민경 주왕산. ⓒ 김민경

2011년, 청송군은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주왕산을 중심으로 청송군의 독특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자는 겁니다. 지난해(2016) 7월,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현장 실사를 벌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평가위원들은 정작 주왕산보다 꽃돌에 감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겁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자연유산으로 등재할 만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2016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는 청송군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지질공원 후보지를 논의했습니다. 청송군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가 '꽃돌'의 국제적 가치였습니다. 다음으로 주민과 자치단체의 높은 참여 의식 그리고 지질공원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였습니다.


지질공원위원회는 청송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예비 승인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4월 말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입니다. 제주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입니다. 40년 전, 우연히 산자락에서 떨어진 돌덩어리가 청송을 세계적 지질 명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어디 청송 꽃돌뿐일까요? 세상 모든 돌이 저마다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겠지요. 
  • 용태영
    • 용태영 기자
    • yong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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