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28년간 살던 삼성동 집에서 새로 마련한 강남구 내곡동으로 이사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8시쯤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짐을 빼 오후 1시40분쯤부터 내곡동 자택 입주를 시작했다.
오후 2시 현재 이삿짐 센터 직원들과 대통령경호실 소속 경호관들이 사다리차를 동원해 대형가전과 가구류를 분주히 옮기고 있다.
대형 트럭과 화물차에 실린 냉장고 등 대형가전과 침대 매트리스, 각종 박스 등 이삿짐이 주인이 없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태로 대통령 경호실 등에서 이사를 주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쯤 내곡동 자택 앞에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차에 탄 채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행정관은 취재진을 의식한 듯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잠시 머무르다 현장을 떠났다.
윤 전 행정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영선 전 행정관은 이삿짐이 나가는 삼성동 구 자택에 잠시 다녀갔었다.
내곡동 자택 주변엔 박 전 대통령의 이사 현장을 보려는 취재진 10여명과 경찰들이 모여있지만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과 이웃이 된 주민들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지척에 살게 된 김모씨(69·여)는 "환영이다. 나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사람이 살다 보면 죄를 지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이 오면 나는 반찬도 해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른바 '태극기 집회' 등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곡동 통장을 했다는 김씨는 "이 동네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민들 도장을 받았다"며 "편안한 동네인데 조용해야 한다. 태극기 부대들이 와서 집회를 열고 시끄러우면 안된다"고 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주변엔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과격 시위를 벌여 문제가 됐었다.
현재 내곡동 자택엔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사복경찰 등 5명이 배치된 상태다.
옆동네인 세곡동 주민이라는 서모씨(38·여)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이사현장을 찾았다.
내곡동에 일을 볼 겸 지나가다 들렀다는 서씨는 "오늘 박 전 대통령이 이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와봤다"면서 "조용한 동네가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이런 외지로 와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집은 지상 2층, 지하 1층 단독주택으로 매입가는 28억원이다.
크기는 1층 153㎡(46평), 2층 133㎡(40평), 지하 1층 257㎡(77평)로 연면적 총 544㎡(164평) 규모로 박 전 대통령 한적한 전원마을인 내곡동 안골마을에 위치해 있다.
한편 뇌물수수, 강요 등 총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