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서화

율곡 이이가 기생 유지에게 보낸 3편의 詩

산야초 2017. 7. 25. 23:57

<율곡의 연서戀書>

* 이이李珥 율곡栗谷(1537년 1월 7일(음력 1536년12월 26일) ~ 1584년 2월 27일(음력 1월 16일), 향년 49세, 만47세)

율곡은 초연超然한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례로 우계牛溪(성혼成渾)가 어느 날 친구인 송강 정철의 생일잔치에 가보니 기생이 끼어 있으므로 우계가 ''기생은 오늘 모임에 마땅치 않다''고 하자, 율곡은 웃으면서,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나니 이 또한 하나의 도리라오"하며 설득하자 마침내 우계가 함께 자리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펌 - 편집] 황해도 황주黃州에 유지柳枝라는 어린 기생(관기)이 있었다. 용모도 귀엽고, 마음씨 또한 고와서 뭇 사내의 가슴을 태웠다.
39세에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한 율곡은 34세에 동호문답東湖問答을 지어 치정治政의 도道를 역설하고, 39세에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지어 시정의 폐단을 극렬하게 상소하여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였다.
평소 율곡의 인품과 학덕을 사모하던 유지는 황주黃州에서 해주海州로 넘어와 율곡의 수청守廳을 들었다.
유지가 성인지례成人之禮를 받은데 대해 율곡이 축하하는 시를 지어 주었다.

(弱質羞低首) 어린 몸 수줍은 듯 고개를 숙여
(秋波不肯回) 추파를 던져도 대답이 없네
(空聞波濤曲) 마음은 부질없이 설레이건만
(未夢雲雨臺) 운우의 정은 풀지 못하였네.
(爾長名應壇) 너는 자라면 이름을 떨칠 것이나
(吾衰閤巳開) 나는 이미 늙음 길에 들어 섰네
(國香無定主) 미인에게는 임자가 따로 없으니
(零落可憐哉) 영락없이 가엽겠구나.


2년간의 황해도 관찰사 임기가 끝나자 율곡은 벼슬을 버리고, 외가가 있는 해주의 석담石潭으로 가서 수 년간 후학도 양성하고,성학집요聖學輯要도 저술하였다.
유지가 24세가 되던 해(율곡이 죽기 3개월 전), 율곡은 명나라 사신使臣을 영접하는 원접사遠接使가 되어 해주海州로 오게 되었다. 꿈에도 그리던 낭군이었으나, 공무에 바빠 하룻밤만 지내니, 유지의 마음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하룻밤을 지내며 두사람은 이윽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율곡은 필묵으로 이별을 아쉬어 하였다.

若有人兮海之西 鍾淑氣兮禀仙姿
약유인혜해지서 종숙기혜품선자
綽約兮意態 瑩婉兮色辭
작약혜의태 형완혜색사

아아! 황해도에 사람 하나
맑은 기운 모아, 선녀 자질 타고났네
생각이며 자태 곱기도 해라
맑기도 해라! 그 얼굴이랑 말소리여

金莖兮沆瀣 胡爲委乎路傍
금경혜항해 호위위호로방
春半兮花錠 不薦金屋兮哀此國香
춘반혜화정 불천금옥혜애차국향

새벽하늘 이슬같은 해맑음이어늘
어쩌다 길섶에 버려졌는지
봄도 한창 청춘의 꽃 피어날 제
황금 집에 옮겨가지 못하련가 슬픈 그대 아름다움이여

昔相見兮未開 情脈脈兮相通
석상견혜미개 정맥맥혜상통
靑鳥去兮蹇脩 遠計參差兮墜空
청조거혜건수 원계참차혜추공

처음 만났을 땐 아직 안 피어
정만 맥맥히 서로 통했고
중매 설 이가 가고 없어
먼 계획 어긋나 허공에 떨어졌네

展轉兮愆期 解佩兮何時
전전혜건기 해패혜하시
曰黃昏兮邂逅 宛平昔之容儀
왈황혼혜해후 완평석지용의

이렁 저렁 좋은 기약 다 놓치고서
허리띠 풀 날은 언제런가
아아! 황혼에 와서야 이리 만나다니
그래도 모습은 옛날 그대로구나

曾日月兮幾何 悵綠葉兮成陰
증일월혜기하 창록엽혜성음
矧余衰兮開閤 對六塵兮灰心
신여쇠혜개합 대육진혜회심

그래도 지난 세월 그 얼마였던가
슬프다 그늘을 이룬 인생의 푸르름이여
나는 더욱 몸이 늙어 여색을 버려야겠고
티끌 세상을 마주해서는 마음조차 쉬었으되

彼姝姿兮妧姩 秋波回兮眷眷
피주자혜완연 추파회혜권권
適駕言兮黃岡 路逶遲兮遐遠
적가언혜황강 로위지혜하원

저 아름다운 여인이여
사랑의 눈초리를 돌리는가
내 마음 황주 땅에 수레 달릴 때
길은 굽이굽이 멀고 더디구나

駐余車兮蕭寺 秣余馬兮江湄
주여차혜소사 말여마혜강미
豈料粲者兮遠追 忽入夜兮扣扉
기료찬자혜원추 홀입야혜구비

절간에서 수레 머물고
강뚝에서 말을 먹일 때
어찌 알았으랴 어여쁜 이 멀리 따라와
밤되고 내 방문 두들길 줄을

逈野兮月黑 虎嘯兮空林
형야혜월흑 호소혜공림
履我卽兮何意 懷舊日之德音
리아즉혜하의 회구일지덕음

아득한 들 가에 달은 어둡고
빈 숲에 범 우는 소리 들리는데
나를 뒤밟아 온 것 무슨 뜻인가
옛날의 명성을 그리워서라네

閉門兮傷仁 同寢兮 害義
폐문혜상인 同寢兮 해의
撤去兮屛障 異狀兮異被
철거혜병장 이상혜이피

문을 닫는 건 인정 없는 일
같이 눕는 건 옳지 않은 일
가로막힌 병풍이야 걷어치워도
자리도 달리 이불도 달리

思未畢兮事乖 夜達曙兮明燭
사미필혜사괴 야달서혜명촉
天君兮不欺 赫臨兮幽室
천군혜불기 혁림혜유실
失氷泮之佳期 忍相從兮鑽穴
실빙반지가기 인상종혜찬혈

정분을 못 나누니 일은 틀어져
촛불을 밝히고 밤새우는 것
하늘님이야 어이 속이리
깊숙한 방에도 내려와 보시나니
혼인할 좋은 기약 잃어버리고
몰래 하는 짓이야 차마 하리오

明發兮不寐 恨盈盈兮臨歧
명발혜불매 한영영혜임기
天風兮海濤 歌一曲兮悽悲
천풍혜해도 가일곡혜처비

동창이 밝도록 잠 자지 않고
갈라서자니 가슴엔 한만 가득
하늘엔 바람 불고 바다엔 물결치고
노래 한 곡조 슬프기만 하구나

繄本心兮皎潔 湛秋江之寒月
예본심혜교결 담추강지한월
心兵起兮如雲 最受穢於見色
심병기혜여운 최수예어견색
士之耽兮固非 女之耽兮尤感
사지탐혜고비 여지탐혜우감

비단 위에 그 본심은 밝고도 깨끗해
가을 강물위에 찬 달이로구나
마음에 선악 싸움 구름같이 일 적에
그 중에도 더러운 것 색욕이거니
선비의 탐욕이야 진실로 그릇될 터
계집의 탐욕이야 말해 무엇하나

宜收視兮澄源 復厥初兮淸明
의수시혜징원 복궐초혜청명
倘三生兮不虛 逝將遇爾於芙蓉之城
당삼생혜불허 서장우이어부용지성

마음을 거두어 근원을 맑히고
밝은 근본으로 돌아갈지라
내생이 있단 말 빈말이 아니라면
가서 저 부용성에서 너를 만나리.


~ 다시 짧은 시 3수를 써 보인다 ~

天姿綽約一仙娥 十載相知意態多
천자작약일선아 십재상지의태다
不是吳兒腸木石 只綠衰病謝芬華
불시오아장목석 지록쇠병사분화

이쁘게도 태어났네 선녀로구나
10년을 서로 알아 익숙한 모습
이 몸인들 하통 같은 목석이기야 하겠나마는
병들고 늙었기로 사절함일세

含悽遠送似情人 只爲相看面目親
함처원송사정인 지위상간면목친
更作尹那從爾念 病夫心事已灰塵
갱작윤나종이념 병부심사이회진

헤어지며 정든 이 같이 설워하지만
서로 만나 얼굴이나 친했을 따름
다시 나면 네 뜻대로 따라가련만
병든 이라 세상 정욕 찬 재 같은걸

每惜天香葉路傍 雲英何日遇裵航
매석천향엽로방 운영하일우배항
瓊漿玉杵非吾事 臨別還慙贈短章
경장옥저비오사 임별환참증단장

길가에 버린 꽃 아깝고 말고
'운영이'처럼 '배항이'를 언제 만날꼬
둘이 같이 신선될 수 없는 일이라
나뉘며 시나 써주니 미안하구나

癸未 九秋 念八日(계미 구추 염팔일, 1583년 9월 28일 )
栗谷病夫 書于 栗串江村(율곡병부 서우 율곶강촌)
율곡 병든 늙은이가 밤고지 강마을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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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유지에게 보낸 친필 초고 연서親筆戀書가 이화여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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