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수 뛰어넘은 대장 임명
해·공군 출신 첫 장관·의장
육군 인재 풀 대거 전역 우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은 점이 있다. 균등한 진급 기회는 바람직하지만 육군의 인재 풀 일부를 제거하다시피 한 것은 문제다. 육사 39기가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됨에 따라 육사 37기 대장 3명과 38기 대장 1명이 모두 전역한다. 또한 육사 40기가 2개 기수를 건너 대장에 진급하면서 나머지 중장 10여 명이 조만간 전역할 전망이다. 이는 육군 중장 전체의 60% 이상이다. 중장 계급이 합참과 육군본부 등에서 핵심적 임무를 수행한다고 보면 실전과 이론으로 무장된 인재가 대거 나가는 셈이다. 이런 일은 육군 사상 처음이다. YS 시절인 1993년의 하나회 사건 때도 하나회에 연루된 장성 일부만 전역했다. 큰 흠결 없이 열심히 일한 전문성 있는 장성들이 후배 기수의 승진에 밀려 전역하는 것은 원만한 인사라고 하기 힘들다. 군 사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군의 주요 장성들이 대거 빠져가면서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국지도발이 지상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해군 출신 장관, 공군 출신 합참의장 체제는 걱정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선 엄중한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군 인재 부족은 1차적으로 국가적 손해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책임으로도 귀결된다.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도 아테네가 핵심 장군들을 제거하는 우를 범해 결국 국운이 기운 역사도 있다.
장성 인사와 관련해 박찬주 대장의 ‘갑질’ 사건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들의 행태는 분명 잘못됐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이 사건이 신속 처리되지 못하는 가운데 군 문화와 갑질을 연결 짓는 시각이 번지는 바람에 대다수 군 간부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갑질 사건이 장성 인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음모론적 시각마저 나왔다. 올바른 인사원칙을 세우고 군 기강을 바로잡아 안보에 흔들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파격적인 군 인사, 전력 약화로 이어져선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