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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맛있는 서민형 소갈비구이

산야초 2017. 9. 25. 23:44

싸고 맛있는 서민형 소갈비구이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7.09.20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경기 광명 <호천생갈비>

    실컷 먹고 싶은데 파는 곳 거의 없어

    소싯적 소갈비구이를 무척 좋아했다. 30대 초반 직장인이었던 시절, 회사에서 경기 포천으로 직무연수를 갔다. 식사시간에 한 테이블에서 세 명이 포천 이동갈비를 먹었다. 그때 동료 셋이 먹은 양보다 나 혼자 먹은 갈비 양이 더 많았다. 그러나 소갈비 값이 너무 비싸 내 돈 주고 먹으려면 부담이 컸다.

    90년대에 접어들어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서 이른바 LA갈비가 등장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우리 같은 서민들도 많이 먹었다.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중년 이상인 사람들은 명절에 선물로 들어온 LA갈비를 식구들끼리 팬에 구워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7년. 추석을 앞둔 9월 4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에 주요 백화점들이 내놓은 추석용 선물 상품들이 빼곡하다. 그 가운데 역시 LA갈비도 빠지지 않았다. ‘수입 LA갈비세트 2호(4kg) 7만2000원’이었다. 같은 백화점에서 파는 한우 꽃등심세트 (4.8kg) 14만5000원’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 고깃집에서 취급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원육 가격 자체가 그다지 저렴하지 않고, 원육 구입 후 기름이나 잡육을 떼어내면 상품성 있는 부위가 별로 남지 않는다. 고깃집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매력 없는 아이템이다.   

    블랙앵커스 갈비, 깊은 풍미와 야들야들한 육질

    지난주에 먹었던 소갈비 생각이 절로 나서 광명시에 있는 <호천생갈비>를 재방문했다. LA갈비를 접해보지 못한 젊은 직원과 동행했다. 직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젊은 직원은 조리와 음식 전문가지만 그에게 LA갈비는 생소했다.

    소양념갈비(200g 1만4000원)는 역시 저렴했다. 웬만한 돼지갈비 가격 수준이다. 소갈비를 돼지갈비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건 손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서민형 갈빗집임에 틀림없다. 이 집은 외형부터 서민적이다. 들어가 자리 잡고 앉자마자 우리는 소갈비 2인분을 주문했다.

    돼지갈비에서 맛볼 수 없는 소갈비만의 고소한 풍미가 있다.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서로 맛이 다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소와 돼지 지방의 종류가 어떻게 다르고, 지방의 분자결합 형태가 어떻고 등등의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굳이 그렇게 과학적인 데이터를 내놓지 않아도 우리 혀는 이미 돼지갈비와 소갈비 맛의 차이를 다 안다. 

    주문하자 바로 반찬으로 상을 차려줬다. 먹음직스런 대파김치와 물김치가 눈길을 끌었다. 콩나물도 잘 무쳤다. 명이나물도 나왔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숯불이 들어오고 석쇠 위에 양념이 밴 소갈비가 올라갔다. 미국산 블랙앵거스 소갈비다. 블랙앵커스는 미국의 검은 흑우. 같은 LA갈비여도 일반 소에 비해 블랙앵커스 품종의 갈비 맛이 훨씬 낫다.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의 풍미가 뛰어나다.

    갈비가 익기 전 쌈채소를 먹었다. 소처럼 염소처럼. 우리 중년들은 아무래도 몸 생각을 하게 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충분한 녹채를 보충해주는 게 좋을 것이다.
    반찬 따로 필요 없는 양념소갈비, 쌀밥과 환상궁합

    잠시 후 맛있는 냄새와 함께 갈비가 익었다. 육질이 야들야들하다. 양념이나 고기의 육질 모두 만족스럽다. 수원식 소금양념 소갈비보다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갈비가 훨씬 맛있다. 구태여 육장에 찍어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념 맛이 좋다. 직화 참숯에 구우니 예전 집에서 팬에 구워먹던 것보다 맛이 훨씬 좋다. 불향이 은은하다.

    갈비는 역시 뜯는 맛이다. 뼈에 붙은 살은 맛있다. LA갈비는 뼈의 방향과 직각으로 얇게 잘라 뼈에 붙은 살이 잘 떨어진다. 손으로 잡아 이에 물고 한 바퀴 돌리면 쫄깃한 뼛살이 먹을 만하다. 

    잘 아는 재일동포 지인이 야키니쿠에는 하얀 쌀밥이 진리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실은 나도 그의 주장을 일찍부터 실천해왔다. 맛있는 양념갈비는 그 무엇보다 훌륭한 밥반찬이다. 반찬 가운데 고기반찬보다 더 나은 게 뭐가 있을까? 건강을 고려해서 고기 먹을 때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소갈비 굽는 냄새와 갈비 맛 앞에 내 의지는 또 한 번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맛있으니까.

    LA갈비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추가주문을 하게 된다. 우리도 2인분을 추가했다. 함께 갔던 젊은 직원도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이면 자신은 돼지갈비 대신 소갈비를 먹겠다고 했다. 1인분에 1만4000원이면 분명 저렴한 서민형 소갈비다. 마음만 먹으면 3인분 이상까지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지만 절제하기로 했다.
    마무리로 후식김치말이냉면(5000원)을 주문했다. 김치말이 육수에 함흥냉면 면발을 말았다.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말이 냉면은 고기 먹는 자리의 화룡점정이다.
    2017년이 가기 전에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이 소갈비 맛을 꼭 보여주고 싶다. 젊은 2,30대 직원들은 양념소갈비 맛이 생소할 것이다. 또한 중년직원들도 이런 양념 갈비 맛을 본지 오래됐을 것이다. 다음 주에 미국 LA에 출장을 갈 예정이다. 그때 본토 LA갈비 좀 실컷 먹고 와야겠다.
    지출(2인 기준)  소양념갈비(1만4000원X4인분) 5만6000원+후식김치말이냉면 5000원+공깃밥 1000원 = 6만2000원
    <호천생갈비> 경기 광명시 오리로 999, 02-2614-829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