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심 교수의 스타일 있는 도시 텃밭 - 진짜 식사는 뜰 가꾸기에서 시작된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는 것은 물론 자연과 공존해 사는 법까지, 텃밭을 가짐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텃밭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며 텃밭이 주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최정심 교수. 그녀의 일상은 우리가 꿈꾸던 도시농부의 모습이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폴란은 유명한 저서 <잡식동물 분투기>에서 ‘삶의 여러 의미를 가진 음식 정보가 거대한 산업사회 시스템에 의해 왜곡, 은폐되었다’며 진짜 식사를 하려면 뜰을 가꾸라고 권유한다. 도시의 수많은 소비자들은 내가 먹는 음식의 식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가꾸어지고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음식은 내가 스스로 가꾼 텃밭의 산출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베란다든 옥상이든 작은 마당이든 텃밭을 가꿔본 사람들은 말한다. 텃밭은 식재료 조달 이상의 즐거움과 보람을 선물한다고. 도시에 텃밭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도시민에게 쾌적한 녹색 공간을 제공하고 또 그 공간에서 이웃과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지역 유대감도 향상된다.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계원예술대학교 전시디자인학과 최정심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학교의 남는 땅을 개간해 밭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텃밭 농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후 2010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초대 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집과 KCDF 갤러리 옥상에 텃밭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KCDF에서는 <도시농부의 하루>전을 기획하고 인사동 11길의 공영주차장에 공원을 만드는 등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린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천해왔다.
주차장 위 옥상에서
‘텃밭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다
수도권에 연일 내리는 비로 야외 촬영이 힘든 시기였지만 최 교수는 흔쾌히 인터뷰와 촬영에 응했다.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결실을 맺고 있는 텃밭의 성장과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집에는 늘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말로 혹은 글로 도시농부의 즐거움을 알려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자신의 집을 기꺼이 모델하우스로 만들었다. 그녀의 옥상 텃밭은 누구나 꿈꾸어볼 수 있는 작은 텃밭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년 된 농가를 개조해서 살다가 안전 문제로 지지난해 집을 새로 지었다. 집을 설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텃밭과 정원이 있으며 네 마리의 반려견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공간 구성은 최 교수가 맡고 설계는 남편이 직접 했다. 특히 텃밭과 정원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주차장 위에 단을 올려 텃밭을 만들고 그 앞에는 온실과 주방을 배치했다. 주방의 폴딩 도어를 열면 완전히 개방되어 주방과 온실이 하나가 된다. ‘텃밭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특히 야심작인 온실은 농사를 편리하게 지을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텃밭에서 따온 농작물을 요리하기 전 손질하는 장소로, 겨우내 식물들의 월동 장소로, 또 손님들을 위한 다이닝 룸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텃밭을 가짐으로써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정말 무궁무진해요.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는 개념을 넘어서지요. 밭을 일구며 농작물을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지, 어떤 것이 바른 먹거리인지 몸소 체험해 터득할 수 있지요. 또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나아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텃밭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지요.
사람에게는 텃밭이 필요하다는 말에 가끔 농부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텃밭을 가꿔 얻을 수 있는 식재료는 극히 일부분이에요. 구입해서 먹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죠. 텃밭을 가꾸면서 유기농 채소 키우는 과정을 알게 돼 좋은 식재료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깁니다. 나아가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기꺼이 유기농작물을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하지요. 농부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