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14 06:50 | 수정 : 2018.03.14 07:55
건축은 인류 역사와 함께 수천년을 공존해 왔다. 건축이 없는 인간 삶은 상상 불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른다. 땅집고는 쉽게 건축에 다가설 수 있도록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와 함께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담긴 국내외 건축물을 찾아간다.
[양진석의 교양 건축] ⑤ 알프스의 기적 같은 ‘테르메발스 온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건축가에게는 최고의 명예를 상징한다. 이 상은 1979년부터 매년 한 명의 건축가를 선정한다. 렘 콜하스, 자하 하디드, 안도 타다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축가들은 대부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는 아직 없다.
하지만 프리츠커상은 늘 유명한 건축가들이 받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수상자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대표적. 그는 프리츠커상을 받기 전까지는 국제적 명성이 전혀 없었다. 그는 어떻게 건축계의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양진석의 교양 건축] ⑤ 알프스의 기적 같은 ‘테르메발스 온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건축가에게는 최고의 명예를 상징한다. 이 상은 1979년부터 매년 한 명의 건축가를 선정한다. 렘 콜하스, 자하 하디드, 안도 타다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축가들은 대부분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는 아직 없다.
하지만 프리츠커상은 늘 유명한 건축가들이 받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수상자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대표적. 그는 프리츠커상을 받기 전까지는 국제적 명성이 전혀 없었다. 그는 어떻게 건축계의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그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 홀덴스타인에서 활동하는 지역 건축가였다. 그에게 프리츠커상을 안긴 작품은 1996년 완공한 ‘테르메발스(Therme Vals) 온천’이다. 페터 춤토르는 유행에 따르지 않고,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테르메발스는 그가 생각하는 ‘견고하고 추상적이지만, 분위기는 부드러운’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테르메발스는 스위스 그라우뷘덴주(州)의 유일한 온천시설이다. 이 건물은 직육면체 형태로 암반에 반쯤 묻혀 있는 구조다. 지붕의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 정적인 공간은 장인 정신 가득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온천 건축은 자연 동굴이나 채석장을 연상시키는 원초적인 공간감과 형태감이 살아있다. 내부와 외부가 적절히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실내는 고대 대중목욕탕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면서 성스러운 분위기마저 든다.
세심하게 석재로 마감한 각진 건물은 편안히 휴식하는 스파(spa)와는 거리가 먼 듯한 긴장감을 준다. 옥상에 가면 잔디로 덮인 지붕 위에 누워 휴식과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곳은 빛과 어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개방적이면서도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테르메발스 온천 건축이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유명해진 이유는 다름아닌 돌 자재 때문이다. 테르메발스는 지역에서 나는 규암을 내외부 마감재로 사용했다. 페터 춤토르는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석재를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석재 중에서도 이 지역 사람들이 지붕에 많이 사용하는 규암을 골랐다. 석판을 그냥 외장으로 얇게 붙인 것이 아니라, 6만여 개의 규암을 겹겹히 쌓았기 때문에 이 온천은 마치 석벽에 둘러싸인 동굴 느낌을 낼 수 있었다. ‘그 지역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지역만의 가치를 갖고 있는 건축’의 이념을 실현시킨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페터 춤토르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그의 작품이 매우 지역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 속에서 태어난 건축이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건축, 세계적인 건축이 될 수 있다. 페터 춤토르처럼 지역 특징을 잘 살린다면 유별나게 튀는 외관을 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내는 건축이 가능하다. 지역성이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 요소이며 진정한 가치다.
양진석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안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와이그룹 대표이며 건축교육프로그램 NA21과 파이포럼 주임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교양건축’, ‘건축가 양진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