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8 03:00
[전북 완주] 전주 한옥마을서 차로 30분

번잡한 도시를 떠나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어 떠나는 여행. 정작 떠나고 보면 판에 박힌 코스를 따라가다 북적이는 인파에 도리어 피로해진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여행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매력을 간직한 지방 소도시가 답이 될지 모른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 냄새, 이야기 가득한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북 완주가 딱 그런 곳이다. 인기 여행지로 손꼽히는 전주를 둘러싸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부산스럽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차로 30여분이면 이 여유로운 풍경과 이색적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고속열차 정차하는 전주역, 익산역에서도 20~30분이면 닿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전북 완주가 딱 그런 곳이다. 인기 여행지로 손꼽히는 전주를 둘러싸고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부산스럽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차로 30여분이면 이 여유로운 풍경과 이색적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고속열차 정차하는 전주역, 익산역에서도 20~30분이면 닿을 만큼 접근성이 좋다.

전통과 현대, 자연의 조화 그리고 예술
차의 시동을 끄자 귓가에 들려오는 건 온전히 자연의 소리다. 먼 길 찾아온 손님 반기는 듯한 나지막한 새 소리, 바람에 몸 비비는 대나무숲의 울림이 선명하다. 도시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원(063-241-8195)에선 자연을 먼저 만난다. 그다음 눈을 채우는 건 산과 나무, 숲과 어우러진 우아한 고택과 현대 건축이다. 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옮겨온 것으로 숙박이 가능하다. 현대적인 갤러리가 함께 있어 특별한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건물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그렇게 있던 것처럼 풍경 속에 녹아 있다.
차의 시동을 끄자 귓가에 들려오는 건 온전히 자연의 소리다. 먼 길 찾아온 손님 반기는 듯한 나지막한 새 소리, 바람에 몸 비비는 대나무숲의 울림이 선명하다. 도시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아원(063-241-8195)에선 자연을 먼저 만난다. 그다음 눈을 채우는 건 산과 나무, 숲과 어우러진 우아한 고택과 현대 건축이다. 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옮겨온 것으로 숙박이 가능하다. 현대적인 갤러리가 함께 있어 특별한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건물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그렇게 있던 것처럼 풍경 속에 녹아 있다.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양면 대흥리 오성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덕에 어느 건물에서건 그림처럼 펼쳐진 태백산 끝자락 종남산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총 3채의 한옥과 현대적인 별채 1채가 숨어 있다. 별채의 낮은 창문으로 고택의 운치와 주변 풍경들이 가득 담긴다. 이곳에서 배우 송강호가 영화 '사도'의 대본을 읽으며 사색했다고 한다. 어느 곳이든 하룻밤 쉬어 간다면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내려갈 듯싶다.
텔레비전과 냉장고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지만, 오히려 자유를 얻을 것 같다. 계절마다 달라질 풍경도 눈에 담고 싶다. 아쉬운 대로 잠시 마루에 앉아 쉬어가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여름이 짙어진 풍경 바라보고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고택은 방문자들에게 열려 있다. 오후 12~4시 숙박객의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에 갤러리를 방문(이용료 1만원)하면 고택까지 둘러볼 수 있다.
총 3채의 한옥과 현대적인 별채 1채가 숨어 있다. 별채의 낮은 창문으로 고택의 운치와 주변 풍경들이 가득 담긴다. 이곳에서 배우 송강호가 영화 '사도'의 대본을 읽으며 사색했다고 한다. 어느 곳이든 하룻밤 쉬어 간다면 묵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 내려갈 듯싶다.
텔레비전과 냉장고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지만, 오히려 자유를 얻을 것 같다. 계절마다 달라질 풍경도 눈에 담고 싶다. 아쉬운 대로 잠시 마루에 앉아 쉬어가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여름이 짙어진 풍경 바라보고 바람과 햇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고택은 방문자들에게 열려 있다. 오후 12~4시 숙박객의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에 갤러리를 방문(이용료 1만원)하면 고택까지 둘러볼 수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간결하게 만든 아원의 갤러리는 여백이 돋보인다. 현대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1년에 4회 정도 기획 전시를 연다. 카페도 겸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갤러리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하늘이 훤히 보이는 천장. 일부를 개폐식으로 만들어 실내에서도 파란 하늘과 빛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와도 천장을 열어둔다. 바닥에 설치된 수조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운치를 상상하면 비 오는 날 다시 찾고 싶다.
아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오스갤러리(063-244-7116)가 있다. 아원과 함께 운영되는 갤러리로 현대 회화 작품 전시가 주로 열린다. 전시를 둘러본 뒤 갤러리와 이어진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며 풍경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갤러리 마당을 가득 채운 푸른 잔디와 그 앞에 펼쳐진 저수지가 종남산과 어우러져 또 다른 그림을 만든다. 단순한 갤러리 건물과 달리 남다른 분위기의 카페 건물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서울 종로 옛 화신백화점의 폐벽돌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옛 전주초등학교의 폐목재를 재활용해 지은 건물이다.
아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오스갤러리(063-244-7116)가 있다. 아원과 함께 운영되는 갤러리로 현대 회화 작품 전시가 주로 열린다. 전시를 둘러본 뒤 갤러리와 이어진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며 풍경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갤러리 마당을 가득 채운 푸른 잔디와 그 앞에 펼쳐진 저수지가 종남산과 어우러져 또 다른 그림을 만든다. 단순한 갤러리 건물과 달리 남다른 분위기의 카페 건물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서울 종로 옛 화신백화점의 폐벽돌과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옛 전주초등학교의 폐목재를 재활용해 지은 건물이다.

예술로 채운 쌀 창고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가 비옥한 만경평야는 완주를 대표하는 곡창 지대였다. 일제강점기 군산·익산·김제와 더불어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완주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1920년에 세워져 2010년까지 사용된 삼례읍 후정리 '삼례 양곡 창고'(등록문화재 제580호)다. 아픈 역사에도 한 세기 가까이 제 기능을 해온 창고였지만 저장 기술 발달과 환경 변화로 제 기능을 잃고 흉물이 될 뻔했다.
2013년 양곡 창고는 대변신했다. 쌀을 채우던 창고에 새롭게 문화와 예술을 채워 삼례문화예술촌(070-8915-8121)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창고의 옛 모습을 지우는 대신 그 흔적들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변화들을 시도했다.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가 비옥한 만경평야는 완주를 대표하는 곡창 지대였다. 일제강점기 군산·익산·김제와 더불어 양곡 수탈의 중심지였던 완주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1920년에 세워져 2010년까지 사용된 삼례읍 후정리 '삼례 양곡 창고'(등록문화재 제580호)다. 아픈 역사에도 한 세기 가까이 제 기능을 해온 창고였지만 저장 기술 발달과 환경 변화로 제 기능을 잃고 흉물이 될 뻔했다.
2013년 양곡 창고는 대변신했다. 쌀을 채우던 창고에 새롭게 문화와 예술을 채워 삼례문화예술촌(070-8915-8121)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창고의 옛 모습을 지우는 대신 그 흔적들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변화들을 시도했다.

올해 3월 재정비를 거쳐 재개관했다. 공간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한 고민을 거쳤다. 7개의 창고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북아트센터, 커뮤니티 뭉치, 문화카페 뜨레 등으로 재편됐다. 모모미술관에선 7월 1일까지 네덜란드 초현실주의 작가인 '그림의 마술사 에셔전'이 열릴 예정. 심가희 대표는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작품과 전시·공연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걸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과 친하지 않아도 세월의 흔적 간직한 채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창고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감성 충전할 수 있다.
비비낙안과 일몰, 비비정마을의 인심
만경강이 시작되는 삼례읍 후정리 남쪽 언덕에 정자 하나가 서 있다. 1573년(선조 6년) 무인 최영길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비비정(飛飛亭)이다. 지금의 정자는 1998년 복원된 것이다.
마을의 이름이 될 만큼 오랜 세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비비정 아래 흐르는 강을 한내(寒川)라고도 하는데 40~50년 전만 해도 흰 모래 반짝이는 백사장이 강가에 펼쳐졌다고 한다. 비비낙안(飛飛落雁)은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바라본 풍경을 일컫는데 예로부터 비경으로 꼽혔다. 비록 이젠 기러기 떼도, 백사장도 볼 수 없지만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제579호)와 비비정예술열차(063-211-7788) 너머 펼쳐진 만경강 위로 석양이 질 때가 하이라이트. 시간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어졌다 푸르게 변하는 하늘과 강의 풍경이 그림 같다.
비비낙안과 일몰, 비비정마을의 인심
만경강이 시작되는 삼례읍 후정리 남쪽 언덕에 정자 하나가 서 있다. 1573년(선조 6년) 무인 최영길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비비정(飛飛亭)이다. 지금의 정자는 1998년 복원된 것이다.
마을의 이름이 될 만큼 오랜 세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비비정 아래 흐르는 강을 한내(寒川)라고도 하는데 40~50년 전만 해도 흰 모래 반짝이는 백사장이 강가에 펼쳐졌다고 한다. 비비낙안(飛飛落雁)은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바라본 풍경을 일컫는데 예로부터 비경으로 꼽혔다. 비록 이젠 기러기 떼도, 백사장도 볼 수 없지만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제579호)와 비비정예술열차(063-211-7788) 너머 펼쳐진 만경강 위로 석양이 질 때가 하이라이트. 시간마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어졌다 푸르게 변하는 하늘과 강의 풍경이 그림 같다.

옛 만경강 철교는 삼례 양곡 창고와 마찬가지로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기차는 더 이상 달리지 않지만 폐철교를 없애는 대신 예술 열차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 비비정예술열차엔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있다. 기차 여행의 추억과 설렘을 잠깐이나마 느껴볼 수도 있다.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이나 비비정예술열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압권이다. 네모난 차창이 액자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만경강의 풍경을 담는다.
비비정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 비비낙안(063-291-8608)은 언덕 위에 자리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주 시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잔디 깔린 마당에선 아이들이 뛰어논다. 비비정마을에서 운영하는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비비정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 비비낙안(063-291-8608)은 언덕 위에 자리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주 시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잔디 깔린 마당에선 아이들이 뛰어논다. 비비정마을에서 운영하는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계단을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비비정농가레스토랑(063-291-8609)이 기다린다.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우선으로 완주의 로컬 푸드를 이용한 건강한 한 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농가 레스토랑과 카페가 문을 열면서 한적하던 비비정마을엔 활기가 돈다. 불고기주물럭(1만3000원), 버섯전골(1만3000원), 홍어탕(1만5000원) 등 메뉴는 단출하지만 홍어삼합, 조기구이 등 11가지 반찬이 한상 가득한 밥상에선 푸근한 시골 인심이 느껴진다.
'건달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을 어르신 다섯 분이 계신다. 모두 60대 이상이지만 장과 김치도 직접 담가 음식 맛을 낸다. 정도순(68) 할머니는 "우리 가족, 우리 애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 들여 음식을 한다"며 "그 덕에 조용한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아기 울음소리도 들려와 힘들어도 일할 맛이 난다"며 웃었다.
'건달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을 어르신 다섯 분이 계신다. 모두 60대 이상이지만 장과 김치도 직접 담가 음식 맛을 낸다. 정도순(68) 할머니는 "우리 가족, 우리 애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 들여 음식을 한다"며 "그 덕에 조용한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아기 울음소리도 들려와 힘들어도 일할 맛이 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