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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위기 빠진 ‘한라산 특산’ 고산식물

산야초 2018. 7. 10. 23:13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한라송이풀] 절멸위기 빠진 ‘한라산 특산’ 고산식물

입력 : 2017.08.29 10:59 [574호]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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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같이 주렁주렁 꽃이 핀다고 해서 명명… 유일한 사진 공개

    한반도에서 절멸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식물이 한라송이풀이다. 2012년에 멸종위기종 Ⅱ급으로 지정됐다. 문순화 사진작가조차 1984년 한라산 서북벽 등산로 중간에서 촬영한 이래 더 이상 본 적이 없다. 문 작가는 수십 년 동안 전국적으로 다녔기 때문에 아주 귀한 야생화라 하더라도 보통 한두 차례 이상 목격하거나 렌즈에 담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라송이풀은 딱 한 차례 봤고, 유일무이하게 간직하고 있는 사진이다.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한라송이풀]
    문순화 사진작가가 1984년 한라산 능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한라송이풀꽃이 자주색 빛을 발하고 있다.
    식물은 대개 그 이름이나 학명에 유래를 암시한다. 한라송이풀도 그중 하나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송이풀이라고 해서 한라송이풀이다. 물론 한라산 특산식물이자 한국고유종. 송이풀Pedicularis은 세계적으로 북반구에 600여 종 서식한다. 그 이름은 대개 침엽수림에서 자라 송이버섯을 딸 때 피는 꽃이라서 해서 명명됐다는 설과 꽃이 줄기 끝에 송이를 이루면서 달려 송이풀이라 했다는 설로 나뉜다. 어쨌든 송이 비슷하게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자주색 꽃이다.

    한라송이풀은 학명 Pedicularis halla isanensis Hurus.에서 알 수 있듯, 1947년 일본인 식물학자 후루사와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한라송이풀이라는 이름은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1980년 이창복 박사가 <대한식물도감>에 처음 등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 전까지는 섬송이풀 또는 제주송이풀로 불렸다.

    [문순화 작가의 한국의 야생화 기행 | 한라송이풀]
    문 작가도 한라송이풀을 1984년 촬영한 이래 1991년 고 이영노 박사와 함께 백두산에 갈 때까지 계속 구름송이풀로 알고 있었다. 이 박사와 함께 백두산에서 구름송이풀을 보면서 “이 구름송이풀은 한라산 그것과 똑같은 종이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박사는 “다른 거다”라고 하면서 “한라산의 것은 한라란 이름이 붙는다”고 한마디 하고 넘어갔다. 이 박사의 <한국식물도감>에는 1996년 초판부터 한라송이풀로 표기돼 있다. 사진은 문 작가의 사진이다.

    한라송이풀은 구름송이풀에 비해 한두해살이풀이고 잎이 얕게 갈라지는 점이 다르다. 줄기의 털이 많은 점도 다르다고 하나 한라산 이외의 지역에서 자라는 것은 구름송이풀과 유사한 정도의 털이 있다.

    문 작가가 한라산에서 한라송이풀을 처음 봤을 때도 몇 개체 되지 않았다. 당시는 야생화 사진이 아닌 풍경사진을 한창 찍을 때였다. 경관을 담으러 해발 1,800~1,900m 능선을 횡단하고 있을 즈음 숲 속에서 자주색을 띤 야생화가 빨리 보러 오라는 듯 손짓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더욱 자극적이었다. 렌즈에 가득 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한라송이풀이었다.

    한라송이풀이 멸종위기에 빠진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듯하다. 고산식물인 이 식물은 점점 기후가 더워져 더 이상 서식장소가 없어져 가고 있다. 또한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서 매년 발아에 성공해야 하는데, 기후변화는 계속 되니 생존이 더욱 어렵다.

    식물도감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현삼과 송이풀속으로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로 10~30cm 높이로 자란다. 줄기에 부드러운 털이 많고 밑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8~9월에 가지 끝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핀다. 북부지방에 자생하는 구름송이풀이나 이삭송이풀과 비슷하다. 구름송이풀은 전체에 털이 적고, 잎이 더 깊게 갈라지는 특징으로 구분되며, 이삭송이풀은 한라송이풀과 달리 개화기 때에 뿌리잎이 없어지는 게 특징이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고, 중국에서는 송이풀 종류를 강심제로 쓰는 등 의학용으로 인삼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

    학명 Pedicularis hallaisanensis Hurus.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Magnoliophyta) > 진정쌍자엽식물(Eudicots) > 국화군(Asterids)
    꿀풀목(Lamiales)과 현삼과(Scrophulariaceae)
    송이풀속(Pedicularis)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