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늘 만나는 담장입니다.
한남오거리에 있는데 폭이 100m 족히 넘고 높은 곳은 10m 정도 됩니다.
이 길고 높은 담장에 능소화가 그득합니다.
담장을 에운 싱그런 잎사귀에 주황색 꽃이 다발로 하늘거립니다.
지독한 더위도 아랑곳없습니다.
푹푹 찌는 여름 내내 피고 지고 또 폈습니다.
이원규 시인의 시 ‘능소화’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버스를 타고 지나치며 늘 뇌입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버스를 타고 지나치며 늘 뇌입니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이리 숨 막히게 더운데도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을 따느라 정신없습니다.
아마도 올여름, 이 벌들에겐 능소화가 생명줄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시원함을 느끼자마자 꽃이 후드득 집니다.
동백꽃만큼이나 속절없이 ‘툭’ 집니다.
꽃 진자리, 마치 다른 계절 같습니다.
능소화는 지고 또 져도 하염없이 꽃을 피워냅니다.
온몸으로 콘크리트 담장을 오르고 오릅니다.
끝 간데없이 하늘을 우러른 능소화를 두고 이원규 시인은 이리 시를 적었습니다.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