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러니까 80년대 FM 영화음악 프로그램에서 아주 자주 나오던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ZDKuDl3jc
[내 이름은 튜니티]
감독: 엔조 바르보니 혹은 E.B. 클루처
My Name Is Trinity, 1971
말 뒤꽁무니에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거적 같은 걸 매달고 드러누워서 천하태평으로 길을 가는 총잡이가 등장합니다. 튜니티(테렌스 힐)입니다. 앞으로 끝없이 반복될 주제가도 멋지게 울려 퍼집니다. 일종의 ‘튜니티 찬가’입니다. ^^;; 역마차 정류소를 겸한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사납게 생긴 두 명의 총잡이가 체구가 작은 멕시코인 한 명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허겁지겁 밥을 먹은 그는 자기가 튜니티라는 사실을 밝힌 후 멕시코인을 데리고 나갑니다. 튜니티. ‘악마의 오른손’(Right Hand the Devil)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가장 빠른 총잡이입니다. 밖으로 나간 그를 향해 두 건맨이 총을 뽑아들 때 튜니티는 그들을 보지도 않고 총을 쏘아 쓰러뜨립니다. 이렇게 황당한 스파게티 웨스턴 한 편이 시작됩니다.
어느 마을에 도착합니다. 세 명의 총잡이가 뚱보 보안관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총을 빼어 들려는 순간 날쌘 돼지 같은 뚱뚱한 보안관의 왼손이 잽싸게 움직이고 세 명의 총잡이는 거리에 쓰러집니다. 튜니티가 이르기를 ‘악마의 왼손’. 튜니티의 형인 밤비노(버드 스펜서)입니다. 탈옥을 했는데 누가 자기를 쫓아오는 것 같아 총 먼저 쏘고 봤더니 이 마을로 오는 보안관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먼저 도착한 밤비노가 보안관 행세를 하는 중입니다. 밤비노가 동생 튜니티에게 야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고작 하는 소리가 “그래도 소도둑이 되거나 역마차 강도나 도박이라도 해야지.” 정도이니 알만한 콩가루 집안입니다.
마을을 지배하는 소령(팔리 그렌저) 일당은 넓은 들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몰몬 교도들을 쫓아내려 합니다. 그 땅에서 말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에서처럼 <내 이름은 튜니티>에서도 몰몬은 희생양이 됩니다. 왜냐하면 튜니티가 아름다운 몰몬교 처자들에게 빠져서 그들을 도와주는데, 폭포 아래에서 목욕하던 그 처자들이 튜니티에게 자기들과 같이 믿음으로 가지고 생활하자면서 한다는 소리가 ‘일부다처제’라는 걸 강조하니까요. 아무튼 튜니티는 형 밤비노와 함께 소령의 부하들과 산적들까지 물리치고 평화를 찾아줍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같은 긴장감이 <튜니티> 시리즈에는 전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유쾌한 활극을 보여주고자 할 뿐입니다. 한 마디로 코믹 서부극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격투는 곡예 같고, 튜니티가 총을 갖고 장난하는 것은 묘기 같습니다. 하지만 70년대에는 테렌스 힐과 버드 스펜서 콤비가 국내의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주었습니다.
TV에서는 얼마 전 작고한 코미디언 배삼룡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지금과는 웃음의 방식이 전혀 달랐습니다. <내 이름은 튜니티>는 대중적으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튜니티라 불러다오>, <아직도 내 이름은 튜니티> 같은 속편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아마 이 시절에 이탈리아 코미디는 <튜니티> 시리즈로, 프랑스 코미디는 <크레이지 보이> 시리즈로 시간을 때우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

영어 제목은 <They Call Me Trinity>로도, <My Name Is Trinity>로도 씁니다. 이탈리아 원제는 <Lo Chiamavano Trinita>네요. 감독 이름도 두 가지를 다 씁니다. 엔조 바르보니 혹은 E.B. 클루처. 세르지오 레오네도 미국 영화처럼 보이기 위해서 <황야의 무법자>에 밥 로버트슨이라는 미국식 이름을 사용하던 시절이니까요. 그래서 족보를 따지기가 참 애매합니다. ^^;; 싸구려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통을 잇는다고나 할까. 옛날에 B급 대중영화로는 이런 작품들이 존재했구나 라는 체험을 직접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릴 때 극장에서 봤던 이들은 철부지적 시절이 떠오르기도 할 겁니다. 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tip. 1. 경고!!! 이 영화를 보면 시간을 심각하게 빼앗겼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영화로서는 추천 못합니다. 70년대 싸구려 코미디나 남들이 안 본 영화를 보는 컬트적 즐거움이라면 모를까.
2. 영화제 안내에는 <내 이름은 튜니티>의 감독이 엔조 바르보니라고 적혀 있는데, 국내 개봉 당시에는 감독 이름으로 E.B. 클루처가 올라왔습니다. 두 가지 이름을 다 씁니다.
3. <내 이름은 튜니티>의 제작자는 이탈로 칭가렐리라는 양반입니다. 2000년에 사망했는데, 죽기 전 꿈이 포도원을 갖는 거였답니다. 그래서 로마에서 영화 사업을 하면서 번 돈으로 토스카나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해서 거대한 포도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포도원 이름이 로카 델레 마치에라는 곳입니다. 토스카나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한동안 마주앙을 OEM 방식으로 생산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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