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 '청자골 종가집'의 한정식 상차림.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 몇몇 찬은 상 아래에 놓았고, 아직 밥과 국은 들어오지 않았다. 밥상 위 그릇을 유심히 보시라. 모두 청자다. 강진의 음식 문화는 한정식에서 꽃을 피운다. 손민호 기자
12월은 진상품 옴천토하의 계절
아침은 얼큰하고 개운한 짱뚱어탕
돼지불고기 밥상엔 반찬만 20개
상다리 휘어질라 푸짐한 한정식
문어·토종닭·전복이 만난 회춘탕

강진군 옴천면에서는 12월이 오면 토하를 잡는다. 논을 개량한 서식지에서 토하를 거둔다. 물에서 갓 들어올린 토하가 펄떡거린다. 손민호 기자
토하는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서만 산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생물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 귀한 새우가 강진에 모여 산다. 강진군 맨 북쪽의 산골 마을 옴천면이 유서 깊은 토하의 고장이다. 꼬막 앞에 벌교가 붙듯이 토하 앞에는 으레 옴천이 붙었다. 옴천토하. 이래야 격이 맞는다.

염장한 토하를 1년 숙성한 뒤 갖은 양념을 하면 토하젓이 된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 손민호 기자

한정식 밥상에 오른 토하젓. 토하젓 종지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정식 밥상 대접을 받는다. 손민호 기자
옴천에서 네댓 가구가 토하를 기른다. 먹이를 주지 않으니 양식은 아니다. 논을 개량한 서식지에 물을 받아놓고, 물을 계속 흐르게 하면 토하가 알아서 자란다. 대신 토하를 잡아먹는 물고기·벌레 따위를 수시로 잡아줘야 한다.
그 토하를 12월에 잡는다. 잡은 토하는 천일염에 절여 1년을 숙성한다. 염장한 토하에 고춧가루·찹쌀죽·당근 등 비법 양념을 하면 토하젓이 완성된다. ‘옴냇골토하’ 임정열(50) 대표가 담근 토하젓을 찍어 먹었다. 비린내는커녕 흙냄새도 없었다. 그저 달고 고소했다. 뜨스운 밥이 간절했다. 1종지(600g) 4만원.

강진의 겨울은 봄보다 화려하다. 은빛으로 반짝이다가 금빛으로 번쩍이는 강진만 갈대밭 덕분이다. 이 갈대밭 아래 갯벌에 짱뚱어가 산다. 지금은 겨울잠에 들어가 뛰어놀지는 않지만, 이 순수한 진흙 안에서 짱뚱어가 꿈틀대는 것을 우리는 안다. 손민호 기자
그래도 남도 갯벌 하면 짱뚱어다. 강진만을 따라 드넓은 갯벌을 거느린 강진도 짱뚱어의 고장이다. 강진에는 더욱이 짱뚱어 장인으로 통하는 인물이 있다. 강진읍시장 건너편 ‘강진만 갯벌탕’의 이순임(68) 대표. 열세 살 때부터 갯벌에 나가 짱뚱어를 잡았으니 55년 세월을 짱뚱어와 살고 있는 ‘짱뚱어 전도사’다.

짱뚱어 장인 이순임 대표. 손수 잡은 짱뚱어로 탕을 끓인다. 올해로 55년째 강진만 갯벌에 나가 짱뚱어를 잡는다고 했다. 손민호 기자
이 대표는 손수 잡은 짱뚱어로 탕을 끓인다. 남도의 갯마을마다 긴 내력의 짱뚱어탕 집이 있지만, 이 대표처럼 직접 잡은 짱뚱어를 쓰는 집은 드물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나왔다. 뜨거운 김과 함께 매콤한 향이 확 퍼졌다.

강진의 대표적인 짱뚱어 음식점 ‘강진맛 갯벌탕’의 부엌에서 짱뚱어탕 뚝배기가 끓고 있다. 짱뚱어탕은 진정한 갯벌의 맛이다. 손민호 기자
남도 억양에 얹힌 이 대표의 너스레가 귀에 착착 감겼다. 가을에 잡은 짱뚱어를 얼려놓은 것이라 해도 구수하고 걸죽한 국물은 그대로였다. 밑반찬에 칠게젓이 있었다. 갯벌탕(짱뚱어탕) 7000원.

병영성. 지금의 강진군 병영면은 전라병영성이 설치됐던 호남 최대의 군사도시였다. 손민호 기자
한때 병영성에는 2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했다. 당연히 시장도 발달했다. “북엔 개성상인 남엔 병영상인”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음식 문화도 덩달아 진화했다. 그 영화의 세월이 병영불고기에 남아 있다. 연탄불에 구운 양념 돼지고기 요리다. 흔한 음식이라지만, 병영의 돼지불고기는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