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사계절의 집

산야초 2019. 2. 21. 23:33

사계절의 집 부모님의 소박한 삶을 담은월간 전원속의 내집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된 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에 부모님을 위한 목조주택을 지었다. 주변을 포근히 감싸는 산의 우직함을 닮은 집이다.

배경의 산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주택 정면
주택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면을 보여준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양구군 동면 / 대지면적 : 474㎡(143.39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152.51㎡(46.13평) / 연면적 152.51㎡(46.13평) / 건폐율 : 32.18% / 용적률 : 32.18%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3.3m(실내 천장 마감 기준) / 공법 : 기초 - 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지붕 - 2×10 구조목 / 지붕마감재 : 알루미늄 징크 / 단열재 : 셀룰로오스 / 외벽마감재 : 은색 전벽돌 / 창호재 : 엔썸창호 PVC 시스템 창호 / 설계 : 지랩(Z_Lab) www.z-lab.co.kr / 시공 : 블랙핑거스 070-8751-2580 www.blackfingers.co.kr / 총공사비 : 2억2천만원(가구, 조경 별도)

마을로 들어서자 멀리 펼쳐진 산 능선을 그대로 따다 그린 듯한 주택 한 채가 나타난다. 마치 세 채의 박공지붕 집이 겹쳐 있는 듯한 이 은회색 벽돌집은 강진경 씨의 부모님 댁이다. 그녀가 나고 자란 강원도 양구 고향 땅을, 부모님은 언젠가 집을 지을 생각으로 10년간 방치된 폐가를 철거해 잘 정리해두었더랬다. 그리곤 오랫동안 품어온 집짓기에 대한 꿈을 장성한 딸의 손에 맡긴 것이다.

진경 씨는 마침 주거환경학을 전공해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감각이 있는 터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집을 짓자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함께하게 된 이가 블랙핑거스 한국남 실장이다. 서울 봉천동 주택가에 버려진 공간을 카페로 만들어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프로젝트를 맡아준 인물이었다. 그는 바쁜 진경 씨를 대신해 함께 작업할 설계자를 물색했고, 미팅 후에는 녹음한 내용을 브리핑하며 진경 씨와 의논했다. 심사숙고 끝에 집짓기에 합류하게 된 설계팀이 바로 지랩(Z_Lab)이다.

다방면의 젊은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지어진 이 집의 이름은 ‘사계절의 집’이다. 지랩 노경록 실장은 처음 만난 대지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전한다. 대지는 남쪽과 서쪽으로 넓은 논이 펼쳐지고, 북쪽과 동쪽으로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었다. 초봄이었던 당시, 몇 겹의 산 너머로 아직 하얗게 눈이 덮인 태백산맥의 웅장함도 보였다.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이곳에 산을 닮은 집을 짓자는 제안에 모두의 의견이 모였다. 이후 한 실장이 집짓기의 코디네이터이자 시공사 역할을 도맡았다. 설계·시공 과정에서 건축주와 의견 조율을 중재하는 것은 물론 내·외부 주요 마감재 선정, 인테리어 디자인 기획과 시공 관리가 모두 그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의 측면. 집을 서향으로 앉힌 대신 남향으로 창을 크게 내었다.
깔끔한 지붕선이 시선을 끈다.
 
좌) CONCEPT DIAGRAM   우) PLAN
꼭 필요한 살림살이만 두어 심플하게 구성한 거실. 화초 가꾸기가 취미인 아버지의 화분이 곳곳에 놓여 있다.

집짓기에 앞서, 아버지는 차고에 특별히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오랜 시간 이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어머니도 널찍한 주방과 다용도실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를 충실히 반영한 평면은 실거주자인 부모님의 연세를 고려하여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단층으로 꼭 필요한 실만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잠들기 전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나지 않아도 되도록 안방 벽 낮은 높이에 스위치를 하나 더 만들어둔 작은 배려도 엿보인다.

집은 경량목구조로 지어졌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걱정했던 진경 씨가 모교의 교수님께 자문을 구해 선택한 공법이다. 서향인 집의 전면에는 창을 최소한으로 했고,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두고 창을 크게 내었다. 현관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손님방을 가장 앞에 두고 거실, 안방 순으로 두어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ㄷ’자로 구성한 주방 겸 식당. 식탁 조명은 한국남 실장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주방 뒤로는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넓은 다용도실을 두었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실크벽지 / 바닥재 : 수입 원목마루(오크) / 욕실 및 주방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등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가구 : 오크 무늬목 시스템 주방 주문 제작 / 조명 : 제작 펜던트(식탁 조명), 을지로 플러스조명 LED 등기구 등 / 현관문 : 지랩·블랙핑거스 제작 / 방문 : 자작나무 방문 제작 / 붙박이장 : 한샘 유로화이트 8000 / TV장 : 밀로드 www.millord.com / 데크재 : 방킬라이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의 모습
집의 가장 내밀한 곳에 자리한 안방

양구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그래서 사실 이 집의 포인트가 되는 박공지붕은 폭설에 대비해서라도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재 사이에는 셀룰로오스를 고밀도로 채워 시공하고, 외장은 매스의 단순한 선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주는 은색 전벽돌로 마감했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신다는 목재 현관문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외관에 따뜻함을 더해준다.

식당에서 일과를 마치고 논밭을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골목 어귀에서 어렴풋하게 보이는 집의 모습만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마당에서 꽃과 나무들을 돌보던 아버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마중은 어딘지 모르게 딸이 지어준 이 집과 닮았다.

“이 시골에서 이렇게 좋은 집을 지어 살아도 되나 모르겠어요.”

오래 소망해온 집에 당신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준 딸과, 함께 고생해준 사람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두 분에게서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묻어난다. 일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이 여생을 보낼 집을 지으며 진경 씨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