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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으로 눌렀는데 두부처럼 뭉개지네… 갈비구이 맞아?

산야초 2019. 2. 28. 22:06

숟가락으로 눌렀는데 두부처럼 뭉개지네… 갈비구이 맞아?

입력 2019.02.28 10:00 | 수정 2019.02.28 15:05

케어푸드, 100세 시대 맞아 유망 식품 부상… 대기업 앞다퉈 진출
‘연화식 기술’ 적용해 음식 씹는맛·형태 유지… 삼키기 편해

연화식 기술을 적용해 조리한 현대그린푸드 ‘더 부드러운 LA갈비구이’. 칼로 자르지 않고 숟가락으로 으깨서 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이태경 기자
숟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했을 뿐인데, 갈비구이가 두부처럼 뭉개졌다. 씹어보니 분명 고기였지만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연했다. 자르지 않고도 수저로 떠먹거나 젓가락으로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고등어조림과 가자미조림은 더욱 신기했다. 생선살은 일반 고등어조림이나 가자미조림과 같았지만, 뼈가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가자미는 특히 뼈가 억세서 발라내지 않고는 먹기 힘든데, 이 가자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식한 갈비구이와 생선조림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가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HMR(가정간편식) 형태로 출시한 케어푸드(Care Food)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 제품들이다. 케어푸드란 고령층을 위한 실버푸드나 병원 환자식 등 특정 소비층만을 위한 음식은물론 일반인이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기능성 식품류를 아우르는 말이다.

케어푸드 시장 규모를 분석한 자료는 아직 없다. 하지만 케어푸드의 일부인 고령친화식품의 경우 지난 2011년 510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 3700억원(추정)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농림수산식품부 자료) 식품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엔 2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케어푸드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대기업들이 투자 확대와 신제품 개발, 브랜드 론칭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맛과 모양은 분명 갈비구이지만 포크로 누르면 쉽게 뭉개질만큼 부드럽다./이태경 기자
케어푸드의 대표주자는 역시 실버푸드라고도 불리는 고령친화식품이다. 이가 약하거나 빠져서 음식을 씹기 힘들고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노령층 대상으로 개발되는 음식이다. 현대그린푸드 식품R&D센터 이보라 대리는 "외국에서 개발된 기존 고령친화식품은 부드러운 무스(mousse)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뜯고 씹는 등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軟化食) 기술’을 적용해 고령친화식품을 개발했다. 음식의 형태와 식감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연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첨단 기술이다. 시식한 ‘더 부드러운 LA갈비’는 특수 조리기구에 넣고 고압으로 형태가 흐트러지지않게 잡아주면서 고온의 증기로 익힌 뒤 구운맛을 내기 위해 오븐으로 추가 조리한다.

일반 LA갈비구이와 연화도 1·2·3단계로 조리한 LA갈비구이(왼쪽부터). 1·2단계까지는 일반 갈비구이와 달라 보이지 않지만, 3단계는 훨씬 부드럽지만 갈비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풀어졌다./이태경 기자
이보라 대리는 "압력과 온도, 시간 등 조리조건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연화도(軟化度)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연화도를 다르게 해서 조리한 갈비구이 3개를 나란히 맛봤다. 연화도 1단계 갈비구이는 일반 갈비구이보다 약간 부드러웠고, 2단계는 훨씬 더 연했지만 아직 갈비구이 모양이었다.

반면 3단계는 조직이 완전히 풀어져서 형태가 완전히 무너져내려 죽 같았다. 이 대리는 "‘뼈까지 먹는 고등어 조림’이 뼈만 무르고 살은 일반 생선조림과 같은 식감을 유지하는 건 압력과 온도, 시간 조절로 가능하지만 생산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김현진 현대그린푸드 경영전략팀 과장은 "제품 구매 타겟으로 잡았던 고령층 외에 자녀에게 먹이려고 구매하는 30~40대 주부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했다.

케어푸드는 단지 씹고 소화하기 쉬운 연화식에서 고기능성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풀무원푸드머스가 지난해 시니어 전문 브랜드 ‘소프트메이드’에서 내놓은 매생이전복죽과 오곡삼계죽, 잣죽은 다른 반찬 없이 죽만 먹어도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영양소를 적정 비율(탄수화물 55~60%, 단백질 15~20%, 지방 20~25%)로 섭취하도록 설계됐다. 푸드머스 소프트메이드 브랜드 담당 박경민 CM은 "한국 고령층은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당뇨 위험이 있는 반면 단백질 섭취는 부족한 편이라 영양균형을 맞춘 죽을 출시하게 됐다"고 했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한국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서 고령층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과거 달리 요즘 고령층은 건강도 좋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요구도 크다"며 "씹기 쉬운 케어푸드는 고령층뿐 아니라 영유아층으로도 시장이 확장될 수 있어 전망이 더욱 밝다"고 했다.

현대그린푸드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그리팅 소프트’ HMR 제품(왼쪽)과 풀무원푸드머스에서 요양원, 급식시설 등에 공급하는 시니어 전문 브랜드 ‘소프트메이드’ 매생이전복죽과 오곡삼계죽, 잣죽./이태경 기자·풀무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5/20190225005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