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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8명 '실리콘 위조 지문'으로 출퇴근 조작

산야초 2019. 3. 27. 14:19

군의관 8명 '실리콘 위조 지문'으로 출퇴근 조작

군의관들이 '실리콘 지문'으로 출퇴근 조작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 입력 2019.03.27 01:35 | 수정 2019.03.27 03:03

    실리콘에 지문 본뜬 뒤, 당번에 맡기고 출근 안 한 8명 적발
    천궁 미사일 날려먹고, 카투사 무단이탈… 軍 기강해이 잇따라
    휴대폰 허용 부작용 심각한데 병사전용 저가 요금제까지 나와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군의관 8명이 실리콘을 이용해 지문을 본뜬 뒤 출퇴근 시간을 조작하다 26일 군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문 인식기로 출퇴근이 기록되는 시스템을 악용해 '실리콘 지문'으로 일을 하지 않고도 마치 출근해 일한 것처럼 꾸몄다. 군 내부에서 이 같은 기강 해이 사태가 이어지면서 "총체적 군기 난맥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육군 양주 병원 복무 기강 점검에서 시작됐다. 병원 측은 최근 A 대위(30) 등 5명의 군의관이 출근하지 않고도 '출근 상태'로 기록된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의무사령부 차원에서 조사에 돌입했다. 군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과 CC(폐쇄회로)TV 자료 등을 비교한 결과 군의관들이 기록된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은 것을 밝혀냈다"며 "이들은 실리콘으로 지문 본을 떠 출근한 일부 '당번' 군의관들에게 맡겼고, 당번들은 관례적으로 출퇴근 기록이 되게 위조 지문을 인식기에 찍었다"고 했다. 군의관들은 출근 시간을 길게 기록해 야근 수당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생한 군 기강 해이 사례
    의무사령부는 이후 육군 중앙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고, 양주 병원 외 다른 곳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출퇴근 조작이 발견됐다. 이번에 적발된 군의관은 총 8명으로, 이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린다. 군 관계자는 "심각한 근무 태만 사태로,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앙수사대는 군의관들의 이번 행동이 전자 기기 조작이나 횡령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기 문란 사건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부대에서 국산 신형 중거리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천궁(天弓)'이 정비 절차를 무시한 정비 요원들의 과실로 잘못 발사돼 공중 폭발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은 적 항공기 격추용 유도탄으로 1발당 가격은 15억원이다. 당시 정비 요원들은 천궁 정비 작업 중 케이블 분리·연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전역을 앞둔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병사) 소속 말년 병장 5명은 부대를 무단 이탈해 집에서 지내다가 적발됐다. 동두천 캠프 케이시 소속인 이들은 전역을 앞두고 16~32일 동안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해 집 등에 머무른 혐의로 군 검찰에 기소됐다. 이들은 "도서관을 다니거나 집에서 공부하고 싶어 부대를 이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전면 시행을 앞둔 병사 대상 휴대전화 허용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휴대전화 사용 시범 운영 부대에서 총 191건의 부정 사용이 적발됐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7만~3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하거나, 부대 안에서 자신의 업무를 촬영해 인터넷 방송에 올리고 근무시간에 애인과 전화통화나 카카오톡을 한 병사도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군은 이런 상황 속에서 월 3만3000원에 무제한 음성통화와 문자 송수신을 할 수 있는 병사 전용 휴대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국방부가 국방 개혁 2.0이라며 병영 혁신을 추진하고 장병들의 복지를 높이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전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병사는 물론 간부들까지 군기 문란에 빠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7/20190327000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