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폴리틱스(Color Politics). 박근혜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의 한 장(章)을 특징짓는 단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입었던 붉은색 고름이 달린 미색 한복,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입었던 청색 코트 차림, 같은 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만찬 때 선보인
청자색·살구색 한복, 8일 미 의회 연설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중후한 잿빛 재킷 등.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전 일정에서 다채로운 의상이란
도구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말 그대로 ‘색상 정치’인 셈이다. 중앙일보가 박 대통령의 방미 패션을 간호섭(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정재우(동덕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와 함께 분석했다. 간 교수는 “다양한 색상마다 각각 명료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었다”고, 정
교수는 “특정 색상이 상징하는 바를 적절히 활용해 남성 정치인이 보여줄 수 있는 색상 이미지보다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의상으로 적극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의회 연설 땐 짙은 회색 재킷 … 권위·안보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대에 짙은 회색 재킷 차림으로 섰다. 흔히 ‘차이나 칼라’로 불리는, 목선을 따라 올라붙은 짧은 깃이 달린 긴 재킷을 입었다. 흰 천을 덧댄 칼라 안쪽, 살짝 걷어 올린 소매의 흰색 안감, 왼쪽 가슴 한켠을 장식한 흰 행커치프가 조화를 이룬 패션이었다. 수백 명의 미국 국회의원들 앞에 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신뢰 동맹’이란 연설 컨셉트에 딱 맞는 선택이었다.
간호섭 교수는 “남성 정장 차림에서 필수색으로 여기는 ‘차콜 그레이(charcoal gray)’다. 석탄빛이 도는 회색인데 기본 중 기본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공식적인 자리에 무난하게 어울린다는 얘기다. 여기에 짙은 회색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이 더해져 박 대통령이 전달하고자 하는 신뢰·안보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우 교수는 “액세서리(진주 목걸이) 선택도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미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전달될 이미지를 계산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편인데, 박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며 “그래선지 대개의 경우 과하지 않게 한 개 정도의 액세서리만 착용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선 청색 코트 … 우정·신뢰
정상회담 때 입은 푸른색 긴 재킷도 ‘한·미 동맹 60주년’의 뜻을 전달한 색상이었다. 정 교수는 “파랑은 서양 사람들에게 우정·신뢰·조화 등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고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기도 해서 정상회담에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간 교수는 “세계 평화를 위한 조직 유엔의 상징색이 파란색인 것처럼 푸른색은 세계인 누구에게나 우정과 신뢰를 상징한다”며 “한·미 양국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푸른색보다 더 조화로운 색상은 없다”고 말했다.
출국 때 입었던 연두색은 “환경·복지 이미지”(간호섭 교수)라거나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입은 미색 한복에 붉은 옷고름은 “젊음·열정”(정재우 교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녹색은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단체나 환경을 우선하는 정당 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미색 한복은 신사임당 분위기 연상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비취색 치마에 살구빛 저고리 차림으로, 한국적 전통 문화를 패션으로 소화해 보여줬다. 한국화를 닮은 저고리 자수며 서양 의복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비취색+살구색’ 조합이 그것이다. 간 교수는 “고려 청자를 연상케 하는 치마색과 우아한 여성미를 뽐내는 살구색 등 우리 문화 전통의 색상을 조화롭게 살린 품격 있는 의상”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뉴욕 동포간담회 때 입은 미색 한복이 “신사임당의 초상 분위기와 묘하게 겹치면서 고국을 떠나 있는 동포들에게 전통과 향수를 동시에 전달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품위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은 8일 LA 동포간담회에서도 연두색 고름을 단 연분홍색 단색 한복을 입고 등장해 동포들의 환호를 받았다. 간 교수는 “동포들에게는 향수와 그리움을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상대방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합(合)에도 신경을 썼다. 평소보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것이나 보다 젊고 탄력 있는 화장법을 택한 것이 그 예다. 간호섭 교수는 “키 185㎝인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거나 산책할 때를 고려해 평소에 잘 신지 않던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것이 상대방과의 조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국내 일정에서 대개 높이 4~5㎝짜리 구두를 신지만 이번 일정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등장할 때마다 7~8㎝ 정도의 굽 높은 구두를 택했다.
김경진 기자
의회 연설 땐 짙은 회색 재킷 … 권위·안보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대에 짙은 회색 재킷 차림으로 섰다. 흔히 ‘차이나 칼라’로 불리는, 목선을 따라 올라붙은 짧은 깃이 달린 긴 재킷을 입었다. 흰 천을 덧댄 칼라 안쪽, 살짝 걷어 올린 소매의 흰색 안감, 왼쪽 가슴 한켠을 장식한 흰 행커치프가 조화를 이룬 패션이었다. 수백 명의 미국 국회의원들 앞에 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신뢰 동맹’이란 연설 컨셉트에 딱 맞는 선택이었다.
간호섭 교수는 “남성 정장 차림에서 필수색으로 여기는 ‘차콜 그레이(charcoal gray)’다. 석탄빛이 도는 회색인데 기본 중 기본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공식적인 자리에 무난하게 어울린다는 얘기다. 여기에 짙은 회색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이 더해져 박 대통령이 전달하고자 하는 신뢰·안보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우 교수는 “액세서리(진주 목걸이) 선택도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미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전달될 이미지를 계산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편인데, 박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며 “그래선지 대개의 경우 과하지 않게 한 개 정도의 액세서리만 착용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선 청색 코트 … 우정·신뢰
정상회담 때 입은 푸른색 긴 재킷도 ‘한·미 동맹 60주년’의 뜻을 전달한 색상이었다. 정 교수는 “파랑은 서양 사람들에게 우정·신뢰·조화 등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고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기도 해서 정상회담에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간 교수는 “세계 평화를 위한 조직 유엔의 상징색이 파란색인 것처럼 푸른색은 세계인 누구에게나 우정과 신뢰를 상징한다”며 “한·미 양국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푸른색보다 더 조화로운 색상은 없다”고 말했다.
출국 때 입었던 연두색은 “환경·복지 이미지”(간호섭 교수)라거나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입은 미색 한복에 붉은 옷고름은 “젊음·열정”(정재우 교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녹색은 세계적으로 환경보호단체나 환경을 우선하는 정당 등을 상징하는 색이다.
미색 한복은 신사임당 분위기 연상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서 박 대통령은 비취색 치마에 살구빛 저고리 차림으로, 한국적 전통 문화를 패션으로 소화해 보여줬다. 한국화를 닮은 저고리 자수며 서양 의복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비취색+살구색’ 조합이 그것이다. 간 교수는 “고려 청자를 연상케 하는 치마색과 우아한 여성미를 뽐내는 살구색 등 우리 문화 전통의 색상을 조화롭게 살린 품격 있는 의상”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뉴욕 동포간담회 때 입은 미색 한복이 “신사임당의 초상 분위기와 묘하게 겹치면서 고국을 떠나 있는 동포들에게 전통과 향수를 동시에 전달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품위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은 8일 LA 동포간담회에서도 연두색 고름을 단 연분홍색 단색 한복을 입고 등장해 동포들의 환호를 받았다. 간 교수는 “동포들에게는 향수와 그리움을 자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상대방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합(合)에도 신경을 썼다. 평소보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것이나 보다 젊고 탄력 있는 화장법을 택한 것이 그 예다. 간호섭 교수는 “키 185㎝인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거나 산책할 때를 고려해 평소에 잘 신지 않던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것이 상대방과의 조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국내 일정에서 대개 높이 4~5㎝짜리 구두를 신지만 이번 일정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등장할 때마다 7~8㎝ 정도의 굽 높은 구두를 택했다.
김경진 기자
간호섭 교수(左), 정재우
교수(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