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수준 높은 어학 실력과 문화 콘텐트로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중국어 연설은 “바이녠즈지 모루수런(百年之計 莫如樹人·백년지계 막여수인)”이라는 『관자(管子)』의 말로 시작됐다. 중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칭화대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한국어 부분에서도 역지사지(易地思之),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와 같은 중국인에게 익숙한 4자성어를 소개했다. 자신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회고할 땐 제갈량이 아들을 위해 지은 『계자서(戒子書)』를 인용했다. “마음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는 말에 중국 학생들은 수첩을 꺼내 들며 경청했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위 폭발적이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전아하고 뛰어났다” “중국 문화에 반한 여자 대통령” 등 30여만 건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홍콩 중화시보(中華時報) 쩡샤오후이(曾曉輝) 사장은 자신의 웨이보에서 “또렷하고 어조가 부드러웠다(字正腔圓)”라고 평가했다.
오직 중국어 말하는 외국인만 무섭다’란 말이 있다(中國有句話叫 天不? 地不? 只?老外說中國話)”라는 조크로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호주국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베이징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러드 총리의 중국어 실력이 더 낫겠지만, 청중을 끄는 힘은 박 대통령이 더 강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은 한·중 수교 이후 잠잠했던 ‘중국어 학습 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혜림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연설 덕에 국내 외국어 판도에서도 영어·중국어 G2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27일 조인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부속서’에서 “한국어의 해, 중국어의 해 상호 지정을 통해 언어 관련 교류 사업 활성화에 협력한다”고 약속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