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의 신발 작품이 보여주는
삶의 색깔에 대하여 ...
[스포츠투데이] :미술 평론가 박정은. 그림 하나에 작가의 삶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담겨있는 작품도 드문 듯 싶다. 그림을 그릴 당시 자신의 상황과 심정을 분출하는 수단이기도하다. 이렇듯 화가의 작품은 그 사람의 감정은 물론 그 당시의 상황과 심지어 경제 상태까지도 알 수 있는, 곧 작가 자신이기도 한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꿈틀댈 때가 많다.
그런면에서 고흐의 신발, 이 작품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고흐 자신의 삶의 애환과 삶의 무게로 인한 고통 그리고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그대로 묻어있는 작품이다. 감상의 기본적인 예의인데, 그것을 내게 새삼 일깨워 준 것이 바로 고흐의 신발이란 작품들이다.
이 작품은 흡사 자신의 영혼을 그림에 담아낸 듯하다. 굴곡 많았던 삶을 살았고, 동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화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낡은 구두 한 켤레에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듯싶다. 주인의 고생스러웠던 발걸음이 보이고, 외로움이 보이고, 거기에 인생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그 신비로움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고흐는 벼룩시장에서 어느 행상인이 신었던 이 구두를 샀다고 한다. 비오는 날 이 군화를 신고 성벽을 따라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는 흙 묻은 채 그대로 그림을 완성하기도 했다.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이 낡아빠진 구두 그림은 정말 신비스러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해가 떨어질 무렵 이 구두가 외롭게 걸었을 밭 길을 떠올렸으며,
이 신발에는 소리 없는 대지의 아우성이 진동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신비감을 불러일으킨 이 낡은 구두.. 고흐는 그 부재의 현존을 보여줌으로 우리를 고독한 명상으로 이끌어 준건 아닐까?
사회에서 가장 비천한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천대 받는 삶을 보여주는듯 하다.
고단한 내 삶을 내려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니 혹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와 반대의 부류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벗으면서 내려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때는 섬뜩한 전율 까지도 느낄 때가 있다.
얼마전에도 다른 화가의 작품을 보고 묘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어떤 찡한 느낌과 함께.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을 표현하고 또 그렇게 표현된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 사이에는 어떤 공감대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고흐가 일생 동안 그린 7점의 신발 정물화 중 생레미 시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신발은 그 자체로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고흐가 그린 낡은 신발들은 시골 노동자들의 힘든 삶에 대한 연민을 상징 하는 것으로 흔히 해석 되고 있다. 고흐는 이 작품에 많은 양의 황토색과 녹색, 붉은색을 더해 오래되고 낡은 신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세로로, 신발에선 가로로 교차되어 표현되면서 그림에 질서와 함께 생동감을 부여했다.
전에 고흐가 그렸던 작품과 느낌이 많이 달라서 논란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훗날 고흐가 답사 할 때 신었던 신발을 그린 것 이라는 동료 화가 에밀 베르나르의 증언으로 인해 작품 속의 신발은 고흐의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흐는 화가로서의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헤이그에 있는 사촌 모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모베는 그를 나막신이 있는 정물 앞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 나막신은 고흐가 그린 최초의 구두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연작의 형태를 띄고 있다.
낡은 한 켤레 구두가 가지는 안식, 툰테르트, 브뤼셀, 누엔넨, 안트베르펜. 수많은 도시와 이름 없는 풍경을 밟았던 초행길. 별의 해안선을 걸었던 발자국.
기억조차 아득한 것이 되어버린 어둠. 고독하고 고뇌어린 삶의 무게에 눌려 헤매었던 긴 편력의 끝. 고단함. 그와 함께 고흐의 지나간 시간들의 흔적들.
참 많은 의미들이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고흐의 신발 작품들에 대해서 과할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
왜냐고? 글쎄...그냥 코끝이 찡하다. 짠하고.. 신발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신어야 되는 어떤 물건의 개념으로 다가오는게 아니라, 그냥 고단하고 지친 삶이 담겨있는 일상으로 느껴진다. 나한테 그대로 느껴져 한참을 보고 있으면 막막해지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과없이 투영되는 자신의 삶을 고흐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냥 마구 되는대로, 생각 나는대로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다 쏟아낼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침묵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삼키는 것처럼 어쩌면 고흐는 이보다 더한 삶의 애환들을 현실에서는 표출할 수 없기에,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그려낸 듯 싶다. 고흐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그림에 대한 애정 그리고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애증 및 채워지지 않는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한 욕망까지도 구두 한 켤레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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