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8.05 09:40
지리산, 용문산, 민주지산, 대야산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다. 말복이 11일. 땡볕에 산행하기도 쉽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기어코 산을 찾는 산꾼들이 있다. 숲이 우거지거나 계곡 깊은 산을 주로 찾는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개 비슷하지만, 계절별로 호불호가 갈리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기도 한다. 8월의 명산으로 소개된 가리왕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면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과 깊은 계곡을 자랑한다. 햇빛이 내려쬐는 한여름, 그늘을 드리우는 숲이 있다면 오히려 이열치열로 산행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숲과 계곡이 좋은 8월의 산으로는 지리산, 용문산, 민주지산, 대야산을 추천한다. 이 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육산에 가깝다는 점이다. 육산은 악산보다 숲이 울창하다. 울창한 숲은 물을 오래도록 머금는다. 계곡이 마르지 않는다. 막바지 더위에 찾아도 좋은 숲과 함께 힐링하기에 딱 좋은 산들이다. 이 산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san.chosun.com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1. 지리산
8월 탐방객 전국 최고… 계곡수·울창한 숲 가장 많아
지리산智異山(1,915m)은 천불동계곡·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에 꼽히는 칠선계곡에 이어, 백무동계곡, 피아골, 뱀사골, 중산리계곡, 달궁계곡, 대원사계곡 등 이름만 나열하기에도 힘들 정도다. 워낙 넓은 면적에 다양한 계곡을 지니고 있어, 여름이면 계곡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8월의 지리산 탐방객은 한국 최고의 탐방객을 자랑하는 북한산보다 많다. 또 지리산둘레길을 포함해 5개 시군마다 좋은 숲길로 걷기길을 가꿔놓고 있다.
지리산의 가장 큰 자랑은 어디를 가더라도 물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봉우리에도, 능선에도, 자락에도 물이 없는 곳이 없다. 물통이 없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유일한 산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식생이 다양한 산이다. 구상나무·주목·가문비나무 등 식물 1,832종과 수달·반달곰 등 포유류 46종 등 모두 8,069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적 없이 천천히 걸어도 되고, 가다가 어디로든 내려와도 괜찮은, 걷는 것만큼 좋은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여름에 꼭 한 번 가야 하반기의 기운을 받는다는 산꾼들이 많다.
2. 용문산
용을 뜻하는 미르에서 유래한 미지산이 원래 이름
용계골, 조계골, 치마골 등 사시사철 계곡마다 물이 마를 날이 없다. 여름철 피서객도 만만찮다. 경기도 내에서 화악산, 명지산 다음으로 높고 산세가 웅장하다. 고산다운 풍모를 지녀 주변에 유명산·중미산·어비산·봉미산·중원산을 거느리며 남쪽으로는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흑천, 북쪽으로는 북한강 지류인 홍천강으로 계곡물이 합류한다. 이 산이 바로 용문산龍門山(1,157m)이다.
용문산의 원래 이름은 용의 의미를 지닌 미르에서 유래한 ‘미지산彌智山’이었다. 불가에서 미지는 ‘고승대덕들의 덕풍지광德風智光이 미만彌漫해 있다’는 뜻이라 한다. 따라서 용문산은 고승들의 덕과 지혜가 넘쳐흐르는 동시에 용의 유래를 가진 중의적 의미를 지닌 산으로 볼 수 있다.
고려시대까지 용문산보다 미지산이 등장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용문산) 다른 이름은 미지산인데 (양근)군 동쪽 33리 되는 곳에 있다. 또 지평현砥平縣 편에 있다’고 나온다. 조선시대부터 미지산에서 용문산으로 바뀐 듯하다.
3. 민주지산
국내 최대 원시림 자랑하는 물한계곡에 인파
민주지산眠周之山(1,241.7m)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유순하고 넉넉한 산세가 일품이다. 산이 깊고 높아 뛰어난 계곡미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계곡이 국내 최대 원시림을 자랑하는 물한계곡이다. 여름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한여름에 한기가 돈다는 물한계곡은 낙엽송이 쭉쭉 뻗어 있어 운치 있는 분위기를 보여 준다. 산행기점도 대부분 물한계곡이다.
<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에는 삼도봉이란 지명만 보일 뿐 특별한 산군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민주지산이란 지명도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것으로 전한다. 하지만 그 근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산의 이름은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한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다고 해서 명명된 것으로 전한다. 여름 계곡뿐만 아니라 봄 진달래도 만만찮다. 각호산~석기봉~삼도봉 능선을 따라 8km에 걸쳐 산을 벌겋게 물들인다.
4. 대야산
조선 선비들 음풍농월하던 선유동·용추·화양구곡 등 있어
대야산大耶山(931m)은 기암괴석과 폭포·소沼 등이 발달해 특히 계곡이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속리산과 접해 있어 육산보다는 악산에 가깝지만 깊은 산이어서 그런지 물은 풍부하다. 경북 쪽으로는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 충북 쪽으로는 화양구곡이 있다. 이 계곡들은 전부 조선시대 구곡이 있던 곳이다. 구곡은 조선 선비들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자연을 벗 삼아 음풍농월하던 장소였다.
대야산 제일의 명소는 문경 8경 중 1경인 용추폭포.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 하트형으로 패인 소沼가 ‘윗용추’이고, 다시 암반을 타고 흘러 내려가면 ‘아랫용추’를 만난다. 용추폭포와 촛대바위가 있는 선유동계곡 및 월영대가 특히 유명하다.
원래 지명은 대하산·대화산·대산·상대산 등으로 불리다가 1789년 발행된 <문경현지>에는 대야산으로 나온다. 이를 전후해서 대야산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