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정현목] 늦깎이로 트로트에 입문한 중소기업 사장이 데뷔 2년 만에 성인가요차트 정상에 올랐다.
난방기기 부품 제조회사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류기진(51.사진)씨. 그는 데뷔곡 '그 사람 찾으러 간다'(김병걸 작사.이충재 작곡)로 차트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방송종합차트 내 성인가요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장윤정.
박현빈 등도 최근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고교 시절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학생이었지만 부친의 반대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5년 전 양친을 떠나 보낸 뒤 연습을 거쳐 2년 전 가수로 데뷔했다. '
이치현과 벗님들'의 이치현, '그냥 걸었어'의 작곡가 김준기 등이 고교 시절 친구다.
"가수로 데뷔하며 이치현을 찾아갔더니 '네가 찾아올 줄 알았다. 노래하고 싶은 놈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 찾으러 간다'는 경쾌한 폴카 리듬의 세미 트로트곡. 신나는 리듬과 희망적인 가사 때문에 직장인과 주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류씨는 "노래 속의 그 사람은 지금껏 잊고 살아온 나 자신"이라며 "어깨가 축 처진 중년들에게 정열과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노래"라고 말했다.
"히트 가수가 되려고 음악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20년 기업 활동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될 것 같았죠. 데뷔 전 임원들을 더 뽑고, 공장도 증축했습니다. 직원들도 더 열심히 일합니다."
류씨는 내년 중순 2집 앨범을 발표한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희망적인 내용의 성인가요다.
"기업인이라는 본분을 잃지 않을 겁니다. 이 나이에 가수 데뷔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중년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