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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속의 화산… ‘불의 나라’에서 맛보는 여유

산야초 2019. 9. 14. 22:58

화산 속의 화산… ‘불의 나라’에서 맛보는 여유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입력 2018-04-28 03:00수정 2018-04-28 04:25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休]산큐패스로 떠나는 규슈 온천마을 버스여행
<2>구마모토현

‘불의 나라’ 구마모토현의 상징이 된 아소산 정상부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 한가운데 산중턱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데 거기가 분화 중인 나카다케(中岳)이다. 오른편의 건물(위와 아래)은 분화구 관광용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역. 아소(구마모토현)에서 summer@donga.com


‘드루킹 사건’으로 영화 ‘일본침몰’(2006년·히구치 신지 감독)이 다시 회자됐다. 지각변동에 따른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338.54일 후 수장될 일본이 한 영웅의 희생으로 파국을 피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유력한 기폭 지점 중 하나가 아소산이다. 그렇지만 실제 가보면 그런 위험은 잊게 된다. 너무도 아름답고 우아해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나카다케(中岳)는 지상 유일의 관람 가능한 분화 중 화구호. 하지만 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3년간 다섯 차례나 아소산을 찾았어도 이걸 본 건 딱 한 번뿐. 폭발과 화산가스,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돼서다.

그렇다고 실망은 말자. 화구호는 아소산의 허다한 매력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구사센리(草千里)에서 바라보는 아소5악 산경, 느릿한 능선의 구릉산지를 덮은 거대한 초원 걷기, 말 잔등에 올라 한적한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는 초원 승마…. 이렇듯 싱그러운 바람을 들이켜며 즐길거리, 의외로 많다. 단, 이걸 잊지 않는 게 요령이다. 아소산이 화구호 안에서 폭발로 생성된 복식화산이란 사실이다. 아소산을 가려면 가파른 고개를 넘는데 그게 실은 산이 아니라 화구호 벽체(외륜봉)다. 그리고 그건 아소산 주변의 광활한 평지(아소시)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동서 16km, 남북 27km의 타원으로.

긴파로 온천탕에 띄워진 초대형 감귤 ‘반페이유(晩白柚)’.


그 안은 백두산 천지처럼 호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평지. 그 물은 자리만 바꿨다. 지상에서 지하로. 외륜봉 마을 미나미아소에서 그 물을 본다. 1분에 60t씩 샘솟는 연못 ‘시라카와 수이젠’인데 그 물 용출 현장이다. 구마모토 시민은 이 물로 산다. 수돗물, 페트병 생수 모두 지하수다. 이렇듯 구마모토(熊本)에선 자연과 삶이 모두 화산과 엮여 있다. ‘불의 나라’라 불리는 건 그 덕분. 온천은 그 총아다. 지하수를 용암이 데웠으므로. 그러니 ‘온천 나라’라 부를 만하다.  

한 달 전 취재길에 야쓰시로(八代)시 외곽의 히나구(日奈久)온천을 찾았다. 일본 3대 급류 중 하나인 구마(救磨)강 하구의 삼각주 도시. 구마강 중류엔 ‘일본서 가장 풍요로운 외딴 마을’ 히토요시(人吉)가 있다. 여긴 일본문화청 인증 ‘일본유산’에 등재된 전통문화유산의 보고다. 주민의 존경 속에 700년을 다스린 사가라 가문의 유산이다. 이곳은 분지에 강가라 일찍부터 목재를 급류에 실어 내려보내는 목재업이 발달했고 덕분에 부가 축적됐다. 그 목재 반출항 야쓰시로도 다르지 않다. 덕분에 산업이 발달했고 돈이 몰리다 보니 히나구온천의 명성 역시 600년간 오래도록 구가됐다.

히나구 온천마을을 대표하는 전통 료칸 긴파로. 1909년 지어질 당시 모습 그대로다. summer@donga.com



묵은 곳은 전통 료칸 긴파로(金波樓). 고색창연한 109년 역사의 3층 목조건물은 아주 인상 깊었다. 개관 당시 조성된 전통 정원도 훌륭하다. 실내 칠(漆·옻나무수액을 수십 수백 겹으로 바르는 것)마루는 은근히 닳아 고풍을 더했고 객실도 예스러웠다. 유카타(욕의) 차림으로 지내는 내내 한 세기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온천수는 류머티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는 약알칼리성 단순천. 마을 뒤편 야트막한 동산엔 온천신사도 있다. 거기선 야쓰시로해가 조망된다. 그 풍경에 긴파로란 작명 의도가 간파됐다. ‘해질녘 금빛으로 물든 파도가 밀려오는 광경의 누대’라는 뜻이다.



▼남한 절반 면적 거대한 화산섬 규슈… ‘산큐패스’ 남부 3일권도 7월 발매▼

버스에 부착한 산큐패스 스티커. summer@donga.com
일본은 큰 섬 네 개가 주축을 이룬 남북 3000km의 열도(列島·총 6852개 섬). 큰 섬이란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로 한반도에 가장 근접한 건 규슈. 최북단 항 하카타(후쿠오카현)는 부산과 직선으로 225km(쾌속선 2시간 55분 소요)인데 여기선 서울(540km)이 오사카(600km) 도쿄(880km)보다도 가깝다.


그 사이 대한해협은 밀썰물이 북동·남서로 이동한다. 남해 쓰레기가 규슈로 떠내려가는 배경이다. 하멜 일행의 한반도 탈출도 그 덕분이다. 대만과 나가사키(규슈)의 네덜란드 상관을 오가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 선원이라 물길을 잘 알았다. 그래서 1666년(억류 14년째) 전남 여수에서 밀물에 조각배를 띄우고 올라탔다. 목적지는 나가사키. 이들은 이키섬(나가사키현) 근해에서 일본 관헌에게 구조됐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의 왜군 출정지가 규슈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고야 성이 있던 가라쓰(사가현)는 한일 항로에서 최단 거리(부산까지 210km) 항. 1598년 철군하던 왜장 나베시마 나오시게에게 끌려온 이삼평(李參平·?∼1655)도 여기로 상륙했다. 그는 고령토를 찾아 제대로 된 도자기를 구워 주어 일본 ‘도조(陶祖)’로 추앙받는데 1917년엔 신사에 모셔졌다. 그게 당시 유럽 왕가에서 보물로 취급되던 ‘이마리야키(伊萬里燒)’. 인근 나가사키항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 수출됐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스스로가 한국과 인연을 느낀다’고 한 말(2001년)도 지척간 양국 교류사의 일단이다. 이 말의 근거는 ‘제50대 간무 일왕(737∼806)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란 ‘속(續)일본기’ 기록. 일본 왕가가 ‘도래인(渡來人·일본에 건너간 한반도인)’의 후손이란 것인데 고대 한일 교류사 연구에 일생을 바친 역사학자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2016년 별세)가 밝혀낸 사실이다. 그는 6세기에 고대 왕조 기틀을 닦은 부레쓰 일왕(25대·재위 498∼507년)이 백제 귀족이고 규슈에서 중부(간사이)로 퍼진 왕조 역시 도래인이란 걸 밝힌 ‘우에다 사학’의 개조다.

이런 규슈(4만2194km²)는 남한(약 10만 km²)의 절반 크기. 일본은 우리(70%)보다 산지 비율이 더 높은 산악 국가(73%)로 규슈도 다르지 않다. 정중앙 아소산을 중핵으로 북남이 완만 산지와 부가체(땅덩이가 판 밑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형성된 해양 분지의 돌출 영역)다. 분화 중인 아소산은 화산체 5개(분화구 7개)의 집합. 그리고 거대 화구호(동서 16km, 남북 27km) 안에서 분화로 형성된 복식화산이다.

그 아소산 북동편엔 규슈 최고봉인 구주산(1791m) 등 7개 봉우리의 산이 줄줄이 이어진다. ‘구주렌잔(久住連山·아소구주국립공원지역)’이다. 이건 아소산과 화구벽(외륜봉)까지 포함한 이 산군을 통틀어 이르는 명칭. 여기가 ‘규슈의 지붕’이라 불리는 건 그 때문인데 오이타 구마모토 두 현의 허다한 온천도 이 산체의 핵심인 화산 활동 결과물이다. 거기서도 핵심이라면 단연 규슈 정중앙의 구마모토현이다.

산큐패스(SunQ Pass) 남규슈 3일권(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3현 공통) 신규 발매(7월 예정)를 앞두고 그 관문인 구마모토현의 산과 온천을 소개한다. 규슈 여행의 필수품이 된 산큐패스는 규슈 7개 현 및 규슈와 다리로 연결된 혼슈 남단 시모노세키(야마구치현)의 거의 모든 버스를 일정 기간 무제한 이용(페리 노선 3개 포함)하는 승차권이다. 현재는 북부 3일권과 전규슈 3, 4일권이 통용 중이다.


※ 여행정보
 

찾아가기 ◇구마모토: 후쿠오카(국제선터미널 승차장 4번)↔구마모토는 버스가 하루 100회 왕복(예약 불필요) ◇아소산: 구마모토교통센터(승차장 26번)에서 오이타행 ‘특급 야마비코호’를 타고 아소역 하차, 거기서 노선버스로 이동. 북·남부·전규슈 패스 허용 ◇구사센리·아소산케이블카(니시구치역): 아소역에서 아소화구선(버스) 탑승(예약 불필요) ◇히나구온천: 구마모토교통센터(승차장 1번)에서 川11·川8번 노선버스 탑승, 마쓰바세 산코영업소에서 하차, 다시 노선버스(4, 5번)로 야쓰시로 시청까지 간 뒤 11∼14번 버스로 갈아타고 히나구온천에서 하차 

산큐패스 쇼핑몰, 여행사에서 판매 중. ‘큐슈타비’(http://kyushutabi.net)에는 이 패스로 규슈 소도시 등 전역을 여행할 수 있는 정보가 상세히 있다. 덕분에 일본어를 할 줄 몰라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특별할인: 공항철도 서울역 니시테쓰 특별홍보관에서 진행 중. 북부 3일권 5만2000원, 전규슈 3일권은 8만5000원, 4일권은 12만 원. 

구마모토현(일본)에서 조성하 여행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