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軍) 내에서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경기도 한 육군 부대에서는 상병이 야전삽으로 여성 대위를 폭행해 수사를 받고 있다. 사격장 내 수풀 제거 작업에 불만을 가진 병사를 대위가 불러 면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대위가 쓰러지자 목까지 졸랐다고 한다. 다른 육군 부대에서는 대위가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누워 잠을 자다가 주민에게 발견되는가 하면, 같은 부대 소속 중위는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육군 부대 대위는 회식 후 음주 운전을 하다 차 안에서 잠들었다. 모두 코로나 사태로 회식이 금지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들의 부대가 전투를 할 수 있겠나. 모두 도망가거나 전멸할 것이다.
충청도 육군 부대에서는 남성 부사관들이 상관인 남성 장교를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현역 육군 일병은 성(性) 착취물을 공유해온 텔레그램방의 핵심 관리자로 지목돼 구속됐다. 해군 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다 해임됐다. 몇 주 새 벌어진 일만 해도 일일이 열거가 어려울 정도다.
군에서 크고 작은 일탈은 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국방장관이 엊그제 지휘 서신을 통해 "군 기강 문란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는데 최근 1년간 이런 공식 질책과 반성만 5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비웃듯 사건·사고가 잇따른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군은 평일 일과 이후 병사들 부대 밖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해 주는 등 병영 문화 개선에 집중한다면서 정작 군의 존립 기반인 기강과 규율 확립은 소홀히 했다. 군 수뇌부부터 "군사력 아
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며 평화 무드에 취한 모습을 보였다. 일선 부대가 취객과 치매 노인, 시위대 등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경계 실패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군기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분을 잊고 있는데 밑에서 나사가 풀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최근 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붕괴 직전의 집단처럼 위태롭게 느껴진다.
입력 2020.04.23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