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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둘레길은 ‘지하철 둘레길’ 32km, 어깨 힘 빼고 걸어요

산야초 2021. 2. 11. 13:37

관악산 둘레길은 ‘지하철 둘레길’ 32km, 어깨 힘 빼고 걸어요

대도시 걷기길 서울 관악산 둘레길

글 이재진 편집장 jaejin@chosun.com 사진 C영상미디어월간산

입력 2021.02.10 18:04 | 수정 2021.02.11 10:06

 

설 명절에도 산꾼의 마음은 제사상보다 산에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조상님 차례를 거르는 불경죄를 범할 수는 없는 일.

후손된 도리에 충실하면서 산에 대한 갈증도 달래려면 시간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 귀경·귀성 차량 몰리는 고속도로를

피해야 하니 원거리 산행은 여의치 않다.

차례상 준비에 수고한 식구들과 근교 산자락의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꼭대기를 못 오르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가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명절 증후군을

다스려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관악산둘레길 관악구 구간에서 바라본 관악산의 위용. 왼쪽에 정상인 연주대가 보인다.

 

관악산은 서울시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와 과천시에 걸쳐 있는 수도권 명산이다. 어느 쪽에서 오르든지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산이다. 그러나 ‘악’자가 들어간 바위산이니 만큼 누구나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산은 결코 아니다, 특히 과천 육봉능선과 안양 팔봉능선 암릉길은 잊을 만하면 인명사고가 발생해 봉우리마다 우회로가 있다. 관악산행이 부담되면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관악의 체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총 31.6㎞… 수도권 4개 행정구역에 걸쳐

 

관악산은 수도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품 바위산이다.

 

관악산둘레길은 총 31.6km으로 관악산을 둘러싼 4개 행정구역에 걸쳐 있다. 관악구 구간(사당역~호압사)이 12km로 가장 길고 5시간가량 걸린다. 안양시 구간(석수역~관양동 간촌약수터)은 10km의 거리를 약 4시간에 걸쳐 걷는 길이고, 과천시구간(안양시 경계~남태령망루)은 6.6km 거리에 약 2시간, 금천구구간(호압사~석수역)은 3km 거리에 1시간 정도로 가장 짧다. 30㎞에 달하는 4개 구간 전 구간을 당일에 주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간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게 좋다. 관악구 구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돌아보자.

 

사당역 4번 출구에서 시작

관악구 구간은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이 시작점이지만 사당역 4번 출구로 나온 후 들머리를 관음사 방향으로 잡는다. 가끔씩 아스팔트길과 조우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구간이 적당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숲길이다. 관악산둘레길의 북쪽 구간이기 때문에 겨울철엔 쌓인 눈이 잘 녹지 않는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배낭 속에 아이젠을 챙겨 넣자. 관악산 구간은 강감찬 장군 탄생지인 낙성대와 1893년 천주교 기해박해 때 순교한 세 명의 성직자가 잠들어 있는 삼성산 순교 성지, 신라 말 도선국사가 세운 관음도량인 관음사, 호랑이 머리 모양을 한 호암산 기(氣를) 누르기 위해 무학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호압사 등 볼거리도 많다

 

가장 짧지만 아기자기한 길

호압사를 지나면 금천구 구간이다. 이 코스는 호압사에서 출발해서 잣나무산림욕장, 삼국시대 유적 호암산성, 숲길공원을 거쳐 석수역까지 걷는 코스이다. 석수역에서 출발하면 한동안 오르막 길을 각오해야 하고 반대 방향인 호압사에서 시작하면 내리막길이다. 1시간 남짓 짧지만 피톤치드 향 그윽한 숲길이 있어 힐링 트레킹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등산로 옆에 나무로 만든 산책길도 있어 느긋하게 산림욕하듯 걸을 수 있다.

 

호랑이 모양을 한 호암산의 기를 누르기 위해 지은 호압사의 약사전. 관악구와 금천구 구간의 경계에 있다.

 

이 구간이 양에 차지 않다면 잠시 코스를 벗어나 돌산 국기봉과 호암산 정상까지 다녀온다. 높이에 비해 조망이 빼어나 금천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천구 구간은 서울둘레길 5코스 구간과 동일해 서울둘레길 이정표를 보고 걷는다.

석수역 등 4개 지하철역에서 이용

 

관악산둘레길 안양시 구간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망해암의 일몰 풍경. 망해암은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일몰 풍경이 근사한 곳이다. /사진 안양시

 

안양시 구간은 석수역, 관악역, 안양역, 인덕원역 등에서 접근이 가능하며 석수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1㎞가량 전진한 후 금강사 이정표 쪽으로 걸으면 안양시 구간이다. 예전 안양유원지 자리에 조성된 안양예술공원을 거치면 망해암. 신사 문무왕 5년 원효대사가 처음으로 미륵불을 봉안하고 이름 붙였다는 곳으로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일몰 풍경이 근사하다. 안양시 구간은 출발점인 석수역에서 금강사 갈 때 능선을 넘고, 안양 예술공원 갈 때 또 한 번, 다시 망해암 갈 때 등 모두 세 차례 능선을 넘어가는 등 쉽지 않지만 그 이후는 내리막길이다. 금강사 인근에는 삼막마을 맛거리촌이 있어 맛집 탐방을 겸할 수 있다.

 

남태령옛길에서 정조의 효심을

과천시 구간은 시작 지점에 따라 4호선 인덕원역, 정부과천청사역, 선바위역, 남태령역에서 접근한다. 안양시 구간이 끝나는 간촌약수터를 들머리로 하면 과천시에서 조성한 자연생태학습장 방향으로 진행하고 정부과천청사를 시작점으로 하면 국가공무원 인재교육원 옆에 있는 철제 펜스 사이 길로 들어선다. 세심교를 건너 신천강씨 중시조인 안정공 강득용 묘소를 지난다.

 

관악산둘레길 과천시 구간 끝부분에서 만나게 되는 남태령옛길. 옛사람들이 한양을 드나들 때 지나다니던 길을 복원했다.

 

과천 쪽에서 관악산 정상 연주대를 오르는 주된 들머리인 과천향교와 조선시대 삼남지방(충청·전라·경상)으로 가는 길이었던 삼남길 표지판을 지나면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쉬었다는 남태령옛길을 따라 남태령망루에서 6.6㎞ 구간이 끝난다.

 

관악산둘레길의 북서쪽 구간에 해당하는 관악구·금천시 구간이 안양시와 과천시 구간에 비해 오르막내리막 지점이 적어 수월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