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안 급해” 주장 靑 방역기획관, 이래서 백신 꼴찌국 됐을 것
조선일보
입력 2021.04.19 03:26 | 수정 2021.04.19 03:26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김어준씨의 tbs라디오 ‘뉴스공장’에만 50여 차례 출연하며 방역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청와대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 교수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친정부 편향 발언과 정부의 방역 실패를 합리화하는 발언을 이어온 대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 교수는 김어준씨의 tbs라디오 ‘뉴스공장’에 50여 차례 출연하며 방역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코로나 초기인 지난해 2월 중국인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셀 때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를 보면 중국에서 온 한국인에 의해 2차, 3차 감염이 일어났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는 정부 입장을 두둔했다. 기 교수는 또 백신 확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까지도 “백신 수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한국은 환자 발생 수준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백신 구입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 “(다른 나라가) 예방 접종을 먼저 해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고마운 것”이라고 했다. 백신 확보가 늦은 정부 입장과 논리 그대로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면 방역 상황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해 대책을 세우고 대통령에게 조언해야 할 자리다. 그런데 그동안 기 교수의 예측은 너무 많이 빗나갔다. 지난 3차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12월 21일 기 교수는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좋아지고 있고 (감염 확산) 속도 자체도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발언 이후 2주 이상 국내 확진자는 휠씬 늘어났다. 그동안 청와대가 방역 상황을 오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 교수 같은 학자의 말을 들은 결과일 것이다.
방역기획관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처럼 전문 지식을 갖추고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적 판단에 따라 방역 대책을 조언할 사람이 맡아야 한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틀리거나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때마다 단호하게 ‘노’라고 했다. 그런데 정부 방역을 옹호만 해오고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인 기 교수를 방역기획관으로 임명한 것은 노골적으로 정치 방역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 교수의 남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경남 양산갑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남편 출마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면 다른 자리도 많다. 국민 전체의 건강과 일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 기 교수 같은 인물을 앉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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