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통 비밀과 불투명, 불공정 공시가 저항 부를 것
조선일보
입력 2021.05.01 03:22 | 수정 2021.05.01 03:22

<YONHAP PHOTO-4060> 아파트 공시가격 결정·공시 앞두고 심란한 세종시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토교통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한 소유자 등 의견 수렴 및 검토를 거쳐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한다고 밝힌 28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단지 사이로 신호등이 붉은빛을 깜박이고 있다. 공시가격이 평균 70% 급등한 세종시에선 집주인들의 의견 접수가 작년의 15배가량 불어났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www.realtyprice.kr)와 지자체 민원실에서 29일 0시부터 확인할 수 있다. 2021.4.28 kjhpress@yna.co.kr/2021-04-28 15:44:3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국 평균 19% 인상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주택 소유자들 불만이 터져 나오자 국토부가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했다. 각 아파트·빌라별로 A4 용지 한 장 분량에 주택특성자료, 산정의견 등을 담았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해 우리 집 공시가격이 어떤 근거로 매겨졌는지 주택 소유자들을 납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산정 기초 자료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시세 변동률과 현실화 제고분을 반영해 결정하였음’이라고 집집마다 똑같은 내용으로 채워졌다. 핵심인 시세 반영률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국토부는 “시세와 현실화율을 모두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는데, 그만큼 공시가 산정이 부실하다는 걸 자인한 것이다. 집집마다 시세 반영률이 들쭉날쭉이니 공개를 못 하는 것이다.
깜깜이로 산정된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같은 층, 같은 향에 면적도 비슷한 데 공시가격이 1억원 가까이 차이 나 한 집은 종부세 대상인데 다른 집은 빠지는 경우도 나왔다. 한 아파트의 같은 동(棟)에서도 층마다 공시가격 상승률도 제각각이다. 지난해의 경우 공동주택 1400만가구의 공시가를 부동산원 직원 520명이 처리해 1인당 2만6000가구씩을 담당했다. 그러니 공시가 산정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을 못 믿겠으니 고쳐 달라는 이의 신청이 올해 5만건에 육박한다. 이의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5만6355건) 이후 14년 만에 최대다. 그러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시가격을 수정한 것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이유도 모른 채 기각됐다. 정부가 마음대로 공시가격을 매겨도 그냥 입 닫고 세금 더 내라는 얘기다.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은 산정 방식도, 인상률도 납세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정해놓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부동산으로 ‘정치’를 하려 하니 모든 것을 그냥 밀어붙인다. 공시가격을 엉터리로 인상하고 납득 가는 설명도 없이 납세자 이의 신청을 묵살한다. 이렇게 밀고 나가기만 하면 국민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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