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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꼬리 무는 ‘아파트 특공’ 비리, 2만여 분양가구 전수조사 해야

산야초 2021. 5. 21. 21:10

[사설] 꼬리 무는 ‘아파트 특공’ 비리, 2만여 분양가구 전수조사 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1.05.21 03:26

 

 

전 행복청장이 2017년 퇴임 후 4개월 뒤 세종시 국가산업단지 지정 발표 전 인근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전 청장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 땅. 최근엔 국토부와 행복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가 이 부근 농지를 6억3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신현종 기자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171억원짜리 유령 청사를 짓고 직원 49명이 아파트 특별공급(특공)까지 받았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 사태에 이어 민간 기업도 ‘세종 로또’를 노리고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대전 소재 벤처 기업 A사는 세종시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행복도시 이전 기관'으로 선정돼 직원 5명이 특공을 신청했고, 이 중 1명은 당첨까지 됐다. 그러나 실제로 A사는 세종시 이전을 하지 않은 채 특공 제도를 악용했다.

 

2010년 이후 세종시 아파트 전체 공급 물량의 24%인 2만6000여 가구가 특공으로 분양됐고, A사처럼 특공 대상으로 선정된 민간 기관이 60여곳에 이른다. 관평원 사태를 걸러내지 못한 부실 행정 능력을 감안하면 엉터리 ‘로또 특공'이 훨씬 많을 수 있다. 한전은 중부 지역 사옥을 세종시에 짓는다는 명분으로 직원 192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정작 사옥은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그새 2명은 이미 퇴직했고 특공 직원들이 이 곳에서 근무한다는 보장도 없다. 새만금개발청 직원 46명과 해경청 직원 165명은 청사가 세종시에서 군산과 인천으로 각각 이전했지만 대부분 특공 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다. 이전 기관 구성원의 세종시 정착을 돕는다는 취지의 특공 제도가 곳곳에서 구멍 난 것이다.

 

김부겸 총리 지시로 정부가 특공 아파트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김 총리는 관평원 세종시 이전이 진행 중이던 2017년~2019년 행안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조사 책임자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2016년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으로 재직하며 예산안을 심의했지만 관평원의 불법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정부의 ‘셀프 조사’가 미덥지 못한 이유다. 특공 수사를 경찰에만 맡겨놓아선 안된다. 검찰·공수처는 물론 감사원·국세청 등을 망라한 범정부 진상규명팀을 출범시켜 전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들의 세종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조사도 확대돼야 한다. 전 행복청장이 세종시 국가 지정 산업단지 인근에 9억원대 땅과 건물을 매입해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어 국토부와 행복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도 세종시 산단 개발 예정지 인근 농지를 6억3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원들의 투기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국회 세종시 이전’ 발언과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세종시 아파트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되면서 특공이 ‘세종 로또’로 변질됐다. 특공이 과도한 특혜란 지적이 있는 만큼 폐지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쇄신책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