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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상위 30곳 봤더니... 현대차·한전, 10년전보다 주가 떨어졌네

산야초 2021. 6. 8. 23:35

시총 상위 30곳 봤더니... 현대차·한전, 10년전보다 주가 떨어졌네

홍준기 기자

입력 2021.06.08 20:37

 

세계 최고의 주식 투자자로 평가받는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장기 투자를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처럼 장기 투자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적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타 매매’ 대신 가치주, 우량주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량주에 장기 투자했다면 무조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8일 한국거래소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30위 이내 기업 중 10년 전 주가의 2배 이상으로 오른 기업은 9개뿐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옮겨왔거나 2011년 이후에 상장한 5개 회사를 제외한 25개 가운데 36%에 그쳤다.

 

/그래픽=김성규

◇삼성전자 10년 전의 6배로 상승

만약 삼성전자를 10년 전에 사서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어떨까? 2011년 5월 말 삼성전자(우선주)의 수정주가는 1만1960원이었는데, 지난달 말에는 6.1배 수준인 7만3000원이 됐다. 수정주가는 액면분할이나 증자·감자 등의 영향을 제거한 주가로 순수한 주식 가격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삼성전자 보통주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주가가 4.5배(1만8040원→8만500원)가 됐다.

 

하지만 모두가 삼성전자 같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해 1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9468만원으로 2011년 5월(2억5858만원)의 1.9배 수준이 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1.8배), LG전자(1.6배) 등에 투자했다면 부동산 투자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코스피 상승률보다 뒤지는 경우도 있어

10년 동안 코스피 지수도 1.5배(2142.47→3203.92) 수준이 됐다. 하나금융지주(1.2배)나 LG(1.2배), KB금융(1.1배) 등은 시장평균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삼성생명이나 현대차, 한국전력 등 7개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주가가 더 낮아졌다.

 

기업들의 몸집이 작은 코스닥 시장에선 시총 상위 30위권 이내 기업들의 주가가 10년 전에 비해 가파르게 오른 경우가 많았다. 바이오기업인 에이치엘비의 경우 10년 사이 주가가 28.5배가 됐다. 코스닥 시총 상위 30위권에서 10년 전과 주가를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은 15개인데, 이 중에서 에이치엘비를 비롯한 5개(33%)의 주가가 10년 전의 10배 이상 수준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제약 등 8개 기업의 주가도 2~10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인터넷·통신·금융 등 전통적 고성장 산업에서 바이오·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타 매매’보다는 장기 투자가 장점이 많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빠르게 바뀌는 산업 트렌드를 예상하고 장기 투자할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2010년대 초에는 철강·조선, 중반에는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이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다시 IT 산업이 좋은 시기가 찾아왔다”며 “어떤 업종이 앞으로 좋고 나쁠지를 개인이 정확히 예상하기란 어렵다”고 했다. 현재 시총 상위 종목이라고 해서 5~10년 뒤 주가가 크게 오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