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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온 아프간인 두고…법무부, 기자에 "장관님 촬영 좀"

산야초 2021. 8. 28. 00:38

목숨걸고 온 아프간인 두고…법무부, 기자에 "장관님 촬영 좀"

중앙일보

입력 2021.08.27 21:00

업데이트 2021.08.27 22:01

정혜정 기자

 

 

법무부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을 취재하는 기자단에게 자리를 옮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형 전달식'을 촬영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공군의 ‘미라클 작전’을 통해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4시 24분,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 377명이 한국군 수송기에 탑승한 지 약 11시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취재진은 '풀'(pool·공동 취재) 기자단을 구성해 인천국제공항 보안구역으로 들어갔다. 보안구역에서 방송 촬영기자와 사진기자들은 필사의 탈출 후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창 취재 중인 기자단을 향해 법무부 직원들이 다가왔다. 이들은 박 장관이 입국심사대 앞에서 아프간인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인형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하니 그곳을 취재해달라고 했다.

 

기자단이 아프간인 입국 장면을 더 취재하겠다고 거부했으나 법무부 직원들의 요구는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직원들이 "공항 취재를 우리가 허가했는데,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 "여기는 방호복을 입은 사람만 있을 수 있으니 방호복을 입지 않은 기자들은 장관 행사장으로 이동해달라" 등의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실랑이는 일부 기자가 입국심사대로 이동하는 아프간인 취재를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박 장관의 인형 전달식도 함께 취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 장관은 입국심사대 앞에서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이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분과 악수하고 싶지만 그렇게 못 해서 미안하다. 대한민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전날 상황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충북혁신도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초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하는 동안 한 직원이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뉴시스

 

 

한편 2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이 임시 수용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직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법무부 직원이 강성국 법무부 차관에게 무릎을 꿇고 우산을 씌어주는 장면이 연출돼 과잉 의전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강 차관은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루어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점,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 자신부터 제 주위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사과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