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3.10 18:56
유례없는 초박빙 승부…尹·安 단일화가 승리의 일등공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예상과 달리 유례없는 초박빙 승부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또 정권교체를 위한 숨 가쁜 막전막후 속 단일화가 전격 타결되기까지는 반전과 첩보작전 같은 드라마가 전개됐음이 확인되고 있다.
10일 <시사오늘>은 지난 3일 새벽 2시께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심야 회동이 있을 당시 같은 시각 노원구 상계동 안 후보 자택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습적으로 안 후보를 찾아갔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를 피해 안 후보는 아침 기자회견에 나서기 전까지 비밀리에 서울 모처의 호텔에 머무는 등 두문불출했다.
이날 안 후보를 경호했던 정치권 인사 측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지난 3일 마주할 무렵 안 후보 부인으로부터 긴급하게 전갈이 왔다. 이재명 후보가 들이닥쳤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윤-안’ 양자 간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미연에 돌발변수가 생길 것을 우려한 안 후보는 집에 들어가는 대신 호텔에서 잠자는 것을 택했다. 안 후보가 들어선 호텔 문 앞은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지켰다. 이들의 엄호는 낮 12시 무렵 안 후보가 중앙선관위에서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앞서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회가 있던 지난 2일 아침,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오후 저녁에 있을 토론회를 마치는 대로 심야회동을 갖기로 모종의 합의를 봤다. 워낙 극비리에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된 터라 두 사람이 만난다는 정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오후 8시 TV토론 참석 당시 똑같이 붉은색 넥타이 차림을 선보인 것을 통해 서로 간 교감이 있었음을 가늠하게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각자 일정을 소화하고, 3일로 넘어가는 새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자택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성 교수는 장제원 의원의 매형이자, 안철수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2시간여 동안 담판했고, 장제원, 이태규 의원이 배석했다. 공동정부 구성 등 단일화를 위한 공동선언문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오전 8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있었다.
단일화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시작일에 성사된 데다 4~5일 있을 사전투표 직전에 전격 이뤄진 것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9일 개표 결과로 단일화가 없었으면 졌을 거라는 분석이 팽배해지면서 정권교체 여정의 대미는 단일화였음이 여지없이 확인될 수 있었다.
신한국당(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아 1.6%포인트 간발의 차로 졌다며 ‘윤-안’ 두 사람은 자신과 같은 천추의 한을 남기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다행히 ‘이회창 학습효과’를 극복한 두 사람은 역대 단일화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타결됐고 당선이라는 결실도 본 성공 사례로 기억될 전망이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관련해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단지 과거의 학습효과를 떠나, 윤석열 당선의 일등 승리요인이 안철수와의 단일화인 것은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고 한 그는 “단일화 이전 윤 후보는 이 후보에 4~5% 앞섰고, 단일화 후 7~8% 앞서는 흐름이었다. 3% 정도는 안 후보 영향이 플러스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표 결과 영점 몇의 초접전 양상이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샤이 이재명 표가 7% 정도였던 것이 확인되면서 결국 안 후보가 가진 표가 윤 당선인 역전의 승부처가 돼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안 후보가 완고하게 완주의 뜻을 밝히다 전격 단일화로 방향을 튼 데에는 정권교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지표를 보여주며 설득에 나선 YS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 등 상도동 측 인사의 영향도 컸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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