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수처도 수사·기소권 있는데…왜 검찰만 손발 자르나"
업데이트 2022.04.26 15:14
여권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법조계에서 “다른 수사기관은 놔두고 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만 집착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뿐만 아니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도 일부 범죄에 한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찰, 공수처, 특검도 수사·기소권 모두 가져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검수완박’ 법안 관련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문위원의 검토를 거친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조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여야는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이 다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지난해 초부터 시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 범죄(부패·경제·고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는데, 여권은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권마저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접 수사하는 사람이 기소권까지 가지면 확증 편향에 따라 무죄의 증거를 버리고 유죄의 증거만 끌어모아 무리하게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수사의 효율성보다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근간에 있다.
그런데 다른 수사기관도 특정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 현재 경찰은 경미한 범죄사건(2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한해 수사·기소권을 행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간부 등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한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특별검사도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법안 조정안을 보면 “공수처와 특별검사의 직접수사에 대하여도 수사와 기소 검사 분리 규정이 준용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며 그럴 여지가 없도록 부칙에 명시적으로 준용대상에서 공수처와 특별검사를 제외하도록 제안됐다. 하지만 경찰 관련 언급은 없다.
지난 20일 오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실에 구자현(왼쪽부터) 법무부 검찰국장,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진교훈 경찰청 차장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법학계 “꼭 수사·기소 분리해야겠다면 경찰부터 손대야”
학계에서는 “다른 수사기관은 놔두고 유독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만 매달리는 건 수사기관 간 형평성에 맞지도 않고 결국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주요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수많은 서민은 검찰보다는 경찰 수사를 받을 일이 많다는 점에서 여권이 순차적으로 수사기관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해야겠다면 경찰부터 손 대는 게 맞다”라며 “경찰의 경범죄 기소권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는 이유에서라도 더욱 우선적으로 없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는 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강화할 순 있지만, 정의의 공백 우려가 커 지양해야 한다”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검찰 간부는 “여권은 겉으로는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강화하겠다며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을 수사했고 앞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큰 검찰의 손과 발을 자르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검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열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중재안관련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중앙지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큰 국회 중재안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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