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협박"했다던 이재명, 과거 공문서에 드러난 반전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2.11.22 17:55
최모란 기자 구독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가 2014년 청와대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용도변경 시 지자체와 협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업 방향에 적극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서가 22일 확인됐다.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에 ‘용도변경 시 지자체 협의’ 등 건의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실을 통해 성남시가 2014년 2월 작성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활용방안’이라는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엔 성남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활용 방안의 추진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 시의 한국식품연구원 관련 추진 상황’을 보면 성남시는 2011년 10월 ‘공공기관 이전 부지 활용 산업기반 및 자족 기능 확보 기본계획과 부동산 저가 매입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2012년 7월 30일 국토해양부에 해당 부지 매입 계획을 제출했고 2013년 8월 9일 열린 청와대 국정과제 비서관 회의에서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 부동산 용도변경 시 지자체 협의 ▶매입가격 조정 ▶과세차별 완화 등을 건의했다.
2014년 2월 성남시가 작성한 한국식품연구원부지 활용방안.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명했다. 박수영 의원실
성남시는 이 문서를 작성하기 한 달 전인 2014년 1월 경기도로부터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2020 성남시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 예정용지(도시 발전을 대비해 개발 공간을 마련해둔 용지)로 변경·승인받았다. 성남시는 “용도지역 변경 후 수익성 중심의 주거용도로 개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부지매입의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민간업자가) 주거용도로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우리 시는 일자리 창출·세수 증대 효과 없이 도시기반 시설(도로, 상·하수도, 환경 시설 등) 확충에 따른 시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민간의 수익 중심 개발에 따른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백현동 부지 토지 용도 변경 과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러나 한국식품연구원은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부지를 매각(2187억원)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부지 매각 이후에도 성남시에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성남시는 2015년 9월 한국식품연구원의 요구보다 4단계 상향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아시아디벨로퍼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인섭씨를 영입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2012년 공문엔 ‘우리 시 의견 반영되게 업무협의’ 명시
성남시가 2012년 1월 작성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종전부지 활용보고’ 문서에도 성남시가 한국식품연구원 등 지방 이전 부지에 관심을 가진 정황이 드러난다. 국토해양부는 부지 활용 기본 방향으로 ‘지자체, 매입기관 민간사업자 등 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협의해 반영’이라고 적었다. 성남시는 ‘우리 시 계획’으로 “국토해양부의 향후 일정에 따라 우리 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업무협의”를 당부했다.
두 문서 모두 최종 결재는 이 대표가 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도 결재란에 서명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가 국토해양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시기 이전부터 성남시가 백현동 등 부지 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이미 기소된 허위사실 유포뿐만 아니라 4단계 용도 상향, 임대비율 축소, 50m 옹벽 등 온갖 특혜에 대해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성남시가 작성한 한국식품연구원부지 활용방안.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명했다. 박수영 의원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토부의 협박은 없었다”며 지난 9월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경찰도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씨와 김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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