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父 사망 전 부동산 받은 어머니 상대 유산소송…법원 판단은 [법대로]

산야초 2022. 12. 17. 23:33

父 사망 전 부동산 받은 어머니 상대 유산소송…법원 판단은 [법대로]

전재훈별 스토리  11시간 전
 
 

아버지가 모든 부동산을 어머니에게 증여하고 사망하자, 자녀들이 자신들의 몫을 달라며 어머니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 재산을 나눠 받을 수 있을까.

 

 

父 사망 전 부동산 받은 어머니 상대 유산소송…법원 판단은 [법대로]© 뉴시스

 

 

법원은 해당 증여를 부부의 공동재산 청산 및 배우자에 대한 부양 의무 이행으로 평가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부동산 일부 지분이 자녀들에게 이전될 경우 고령인 어머니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사망한 A씨는 떠나기 보름 전 아내인 B씨에게 총 5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부동산을 전부 증여했다. 앞서 부부는 이 부동산을 통해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을 받아 월 183만여원의 주택연금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A씨가 사망하자 다섯 자녀 중 셋은 해당 부동산 증여로 자신들의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며 모친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제도는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정하고 있다.

민법은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을 규정하고 있다.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상속 재산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보고, 상속분을 산정할 때 참작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B씨가 증여받은 부동산이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자신들의 상속분으로 약 4000만원씩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 전주지원 민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자녀들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지난 10월25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생전 B씨에게 증여한 부동산이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헌신하며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 대한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온 경우, 생전 증여는 배우자 기여에 대한 보상, 공동재산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공평을 해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53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해온 점, A씨가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시점은 B씨와 혼인 후 20년이 경과한 시점이므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봐야 하는 점, A씨가 소득이 없는 B씨의 생계 유지를 고려해 부동산을 이전해준 점, 자녀들이 A, B씨를 부양하거나 부동산 유지에 기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증여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해당 청구 소송이 B씨에게 고통과 손해를 주고, 객관적인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78세 노모의 주택연금 수령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속인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보장 내지 부양이라는 유류분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자녀들의 부양에 의존하지 않고 증여받은 부동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B씨에게, 민법상 부양 의무를 지는 자녀들이 도리어 그 지분 일부를 요구하는 것은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