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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알짜 빼고 "도와달라”…산업은행 "자구책 없이는 설득 어려워"(종합2보)

산야초 2024. 1. 3. 22:08

태영건설, 알짜 빼고 "도와달라”…산업은행 "자구책 없이는 설득 어려워"(종합2보)

박기현 기자 김정현 기자 황보준엽 기자입력 2024. 1. 3. 19:19
 
태영 "단기 유동성 위기에 불과…SBS 지분 매각은 검토 중"
강석훈 "'열심히 하겠다'로 채권자 75% 동의 어려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TY홀딩스 양윤석 전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4.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김정현 황보준엽 기자 =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009410)이 자구노력 등을 담은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채권단은 서울방송(SBS) 매각, 사재출연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권자 75% 동의가 필요한 워크아웃 성사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태영건설과 산업은행은 3일 오후 채권단 설명회를 마치고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태영 "단기 유동성 위기에 불과…SBS 지분 매각은 검토 중이나 어려워"

태영건설 측 설명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책을 전제로 채권단에게 워크아웃을 설득했다.

태영건설은 설명회에서 "실질적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이라며 "최근 보도에 언급된 우발채무 9조원대는 모든 우발채무를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제가 된 건 금리 인상과 공사비 증가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유동성 어려움이라는 해명이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채권 발행 금리는 지난달 기준 13.8%로 지난 2021년(2.3%)에 비해 11.5%p 올랐고, 공사비는 2020년 대비 26% 증가했다.

또 현재까지 1조2000억원 규모의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태영그룹에서 6997억원, 태영건설 자체 5290억원을 PF사업의 정상 진행을 위해 자금을 선제 투입했다"고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는 채권회수 가능성이 낮다고도 설득했다. 만약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되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현장이 중단되지만, 워크아웃 시에는 금융채권만 동결되는 데다, 현장은 정상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상화도 법정관리 대비 3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태영 측은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 사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4가지를 약속하고 채권단과 워크아웃 이야기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다만 채권단이 요구한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전했다. 협의회 이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SBS 지분 매각에 대한 질문에 태영건설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보겠다"면서도 "방송법상의 제약도 많고 부과받은 조건도 많아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이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이용된 사실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돼서 보증을 같이 하고 있던 우리에게 넘어온 것"이라며 "매각대금 모두를 태영건설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의 사재출연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사재출연의 정확한 규모 등에 대해서는 "시간이 다소 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을 통해서 채권단에게 진행사항이 설명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구체적 자구안 제시하지 않아…이대로는 채권자 동의 받기 어려울 것"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측은 태영건설의 자구책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이번 설명회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강 은행장은 이날 설명회가 끝나고 "구체적인 자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자구안 없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가지고는 채권자 75%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태영 측이 지난달 28일 제출한 경영정상화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4가지 지원안 중 2가지에 대해 말을 바꿔 채권단의 신뢰를 상실한 점도 꼬집었다.

강 은행장은 "태영 측은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 사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4가지를 약속하고 채권단과 워크아웃 이야기를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가지 약속 중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며 "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이용하다고 이해했는데 말을 바꿔 블루원 지분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약속한 4가지 조항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오늘 설명회에서 공표해주기를 요청했는데, 아쉽게도 태영 측은 구체적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은행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워크아웃 방안이 채권단 이익과 태영 측 이익 극대화 하는거라 판단하고 있고, 태영 측의 자구 계획안을 강력히 제출할 것을 종용할 예정"이라며 "윤 회장께서 굉장히 간곡하게 기회를 달라고 인사말씀에서 말씀하셨는데, 간곡함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게 자구계획안을 제출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등을 판단한다.

masterki@news1.kr